[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지도 어느덧 4년 차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방역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도 해제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방역당국이 단서를 달며 논의 시점을 예고하자, 빠른 시일 안에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조치 해제를 막는 세 가지 변수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이하 실내 마스크 해제)’는 백신접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방역 조치다.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한때 ‘실내 마스크 역시 조만간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팽배했지만, 방역당국은 지금까지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단행할 구체적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빗장
언제 풀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개 지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표는 ▲주간 환자 2주 연속 감소 ▲주간 위중증 환자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60세 이상 접종률 50%·감염취약시설 접종률 60% 달성 등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표 4개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중대본 논의를 거쳐 부분적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실한 ‘해제 선언’은 아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네 가지 중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의무를 해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 본격적으로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참고치”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역사는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병관리청이 같은 달 4일, 버스와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한 게 시작이었다.
그 다음 달 13일부터 ‘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행 추이에 따라 의무 착용 장소가 달라졌지만, 이후 대유행이 도래하면서 사실상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때는 2021년 4월12일 0시부터다. 이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은 약 1년6개월 지속되다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지난해 5월2일부로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됐다. 이어 지난해 9월26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제도는 지금까지 별다른 완화 조치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시기 논의 시작됐지만…아직 멀었다?
해외발 변수·추가 접종 저조에 흔들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중앙정부에 통보했다. 당시 대전시와 충남도 등은 중대본의 방역지침과 별개로 올해부터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했다. 이후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는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하는 주된 계기로 작용했다.
처음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했을 때, 실제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방역 관련 악재가 여럿 불거지면서 실제 논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된 변수로는 중국 대유행, 변이 발생, 백신 접종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반(反) 제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유례없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있다(1408호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올해 들어 유행 정점을 넘어 섰다’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춘절(중국 설)을 기점으로 중국의 시골 지역 유행 정점이 예고된 상태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를 솎아내기 위해 너도나도 경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 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PCR 검사 의무화 이틀 차인 지난 3일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출발 입국자 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중국발 인천공항 입국자 중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무증상자 281명이 도착 즉시 인천공항 검사센터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이 중 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은 26.0%이다. 4명 중 1명 이상 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중국발
미국발
이는 ‘방역 강화 조치’ 첫날이었던 지난 2일(양성률 20%)보다 높아진 수치다.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방역당국이 마련한 임시 재택시설에서 7일간 격리된다. 정부는 현재 공항 인근에 최대 1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 아울러 수용 인원 증가가 예견되자 인천·서울·경기 소재 예비시설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중국 입국 전후 코로나 의무 검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항공편 증편 및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역조치를 강화한다”며 “다음 달 말까지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실내 마스크 해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며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정 위원장은 “중국이 변수가 안 되게끔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2~3주 안에 정점을 찍고 1월 중하순쯤 되면 확산세가 가라앉을 테니 선제 조치한 다음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발 코로나 유입 못지 않은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발 변이 유입’이다. ‘XBB.1.5’로 명명된 변이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XBB.1.5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널리 알려진 BA.2에서 파생된 XBB의 하위 변이다.
백신?
안 맞는다
XBB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가장 강력한 변이’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XBB.1.5 변이가 기존의 XBB 변이보다도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XBB.1.5 변이는 이미 미국 내에서 우세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XBB.1.5 변이는 신규 코로나 감염의 40.5%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이후 XBB.1.5 변이가 13번 검출됐다. 변이가 가진 강력한 면역 회피력과 미국 전파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검출률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XBB 하위변이들은 코로나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력이 약한 이들의 피해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미국서 XBB의 우세종화가 예사롭지 않다”며 “중국 상황 못지않게 XBB.1.5 변이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유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들였던 개량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감염 취약계층의 접종률 역시 유의미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대본이 지난달 3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감염취약시설 52.4%(약 41만건), 60세 이상 30.7%(약 387만건)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연말까지 6주간을 동절기 백신접종 기간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고위험군 등 감염취약계층의 백신접종을 적극 독려했다. 당초 정부는 목표치로 ‘노인수용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60%·60세 이상 50% 접종률 달성’을 설정했다.
위중증 환자 여름 재유행 때보다 많아
‘이제 벗자’ 찬성 41% VS 반대 57%
하지만 실제 접종률은 이보다 훨씬 부진했다. 감염취약시설은 목표치에 얼추 근접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 업종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의 낮은 접종률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를 고심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는 점 역시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국내 확산세 자체는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말부터 감염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7차 유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과 3일 국내 확진자 수는 각각 8만1056명, 7만8575명이다. 이는 최근 4주 중 최저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코로나 유행 상황이 완화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명 증가한 637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25일(668명) 이후 8개월 중 최다치에 해당한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가동률은 42.2%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40%대에 재진입한 것.
일일 확진자 수가 최고 18만명에 달했던 지난 여름철 재유행 때도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방역당국의 고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데 위중증 환자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검사 기피 현상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급작스러운 증가는 아니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일단 이전 유행에 비해 이번 동절기 유행에서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며 “또 유행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면서 중환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적되는 효과도 조금 있다”고 짚었다.
여론도
부정적
유행 상황이 명확히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론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 반대는 57%로 조사됐다. 18~29세(60%)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반대가 찬성 비율을 상회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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