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 막판 변수 셋

방역당국 신중론에 힘 실리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지도 어느덧 4년 차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방역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도 해제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방역당국이 단서를 달며 논의 시점을 예고하자, 빠른 시일 안에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조치 해제를 막는 세 가지 변수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이하 실내 마스크 해제)’는 백신접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방역 조치다.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한때 ‘실내 마스크 역시 조만간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팽배했지만, 방역당국은 지금까지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단행할 구체적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빗장
언제 풀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개 지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표는 ▲주간 환자 2주 연속 감소 ▲주간 위중증 환자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60세 이상 접종률 50%·감염취약시설 접종률 60% 달성 등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표 4개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중대본 논의를 거쳐 부분적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실한 ‘해제 선언’은 아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네 가지 중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의무를 해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 본격적으로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참고치”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역사는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병관리청이 같은 달 4일, 버스와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한 게 시작이었다. 

그 다음 달 13일부터 ‘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행 추이에 따라 의무 착용 장소가 달라졌지만, 이후 대유행이 도래하면서 사실상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때는 2021년 4월12일 0시부터다. 이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은 약 1년6개월 지속되다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지난해 5월2일부로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됐다. 이어 지난해 9월26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제도는 지금까지 별다른 완화 조치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시기 논의 시작됐지만…아직 멀었다?
해외발 변수·추가 접종 저조에 흔들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중앙정부에 통보했다. 당시 대전시와 충남도 등은 중대본의 방역지침과 별개로 올해부터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했다. 이후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는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하는 주된 계기로 작용했다. 


처음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했을 때, 실제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방역 관련 악재가 여럿 불거지면서 실제 논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된 변수로는 중국 대유행, 변이 발생, 백신 접종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반(反) 제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유례없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있다(1408호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올해 들어 유행 정점을 넘어 섰다’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춘절(중국 설)을 기점으로 중국의 시골 지역 유행 정점이 예고된 상태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를 솎아내기 위해 너도나도 경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 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PCR 검사 의무화 이틀 차인 지난 3일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출발 입국자 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중국발 인천공항 입국자 중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무증상자 281명이 도착 즉시 인천공항 검사센터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이 중 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은 26.0%이다. 4명 중 1명 이상 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중국발
미국발

이는 ‘방역 강화 조치’ 첫날이었던 지난 2일(양성률 20%)보다 높아진 수치다.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방역당국이 마련한 임시 재택시설에서 7일간 격리된다. 정부는 현재 공항 인근에 최대 1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 아울러 수용 인원 증가가 예견되자 인천·서울·경기 소재 예비시설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중국 입국 전후 코로나 의무 검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항공편 증편 및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역조치를 강화한다”며 “다음 달 말까지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실내 마스크 해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며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정 위원장은 “중국이 변수가 안 되게끔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2~3주 안에 정점을 찍고 1월 중하순쯤 되면 확산세가 가라앉을 테니 선제 조치한 다음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발 코로나 유입 못지 않은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발 변이 유입’이다. ‘XBB.1.5’로 명명된 변이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XBB.1.5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널리 알려진 BA.2에서 파생된 XBB의 하위 변이다.

백신?
안 맞는다

XBB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가장 강력한 변이’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XBB.1.5 변이가 기존의 XBB 변이보다도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XBB.1.5 변이는 이미 미국 내에서 우세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XBB.1.5 변이는 신규 코로나 감염의 40.5%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이후 XBB.1.5 변이가 13번 검출됐다. 변이가 가진 강력한 면역 회피력과 미국 전파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검출률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XBB 하위변이들은 코로나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력이 약한 이들의 피해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미국서 XBB의 우세종화가 예사롭지 않다”며 “중국 상황 못지않게 XBB.1.5 변이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유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들였던 개량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감염 취약계층의 접종률 역시 유의미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대본이 지난달 3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감염취약시설 52.4%(약 41만건), 60세 이상 30.7%(약 387만건)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연말까지 6주간을 동절기 백신접종 기간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고위험군 등 감염취약계층의 백신접종을 적극 독려했다. 당초 정부는 목표치로 ‘노인수용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60%·60세 이상 50% 접종률 달성’을 설정했다.

위중증 환자 여름 재유행 때보다 많아 
‘이제 벗자’ 찬성 41% VS 반대 57%

하지만 실제 접종률은 이보다 훨씬 부진했다. 감염취약시설은 목표치에 얼추 근접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 업종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의 낮은 접종률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를 고심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는 점 역시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국내 확산세 자체는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말부터 감염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7차 유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과 3일 국내 확진자 수는 각각 8만1056명, 7만8575명이다. 이는 최근 4주 중 최저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코로나 유행 상황이 완화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명 증가한 637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25일(668명) 이후 8개월 중 최다치에 해당한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가동률은 42.2%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40%대에 재진입한 것.

일일 확진자 수가 최고 18만명에 달했던 지난 여름철 재유행 때도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방역당국의 고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데 위중증 환자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검사 기피 현상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급작스러운 증가는 아니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일단 이전 유행에 비해 이번 동절기 유행에서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며 “또 유행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면서 중환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적되는 효과도 조금 있다”고 짚었다.

여론도
부정적

유행 상황이 명확히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론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 반대는 57%로 조사됐다. 18~29세(60%)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반대가 찬성 비율을 상회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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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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