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이태원 국조 두 갈래 길

지금까지 맹탕 보나마나 허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1일 활동을 시작했다. 참사 발생 후 무려 54일 만이다. 당초 45일로 정해졌던 활동 기간 중 27일을 날렸다. ‘맹탕 국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요시사>는 유사한 국정조사 사례를 돌아봤다. 이번 국정조사는 ‘모범사례’로 꼽히는 삼풍백화점 조사보다 국회 ‘흑역사’로 꼽히는 세월호 조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날 국조특위는 참사 현장과 이태원 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 등을 찾아 조사했다. 분향소에서 위원들을 마주한 유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 구호를 연신 울부짖었다.

절반 지나
겨우 개시

국조특위는 지난 23일 용산구청·행정안전부를 찾아 2차 현장조사를 벌였다. 오는 27일에는 국무총리실 등 8개 기관을, 29일에는 서울시청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국조특위는 이후로도 계속 속도를 붙이며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가 숨 가쁜 일정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조특위는 다음 달 7일이면 활동 기간이 끝난다. 활동 기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건 정치권이 전체 활동 기간 중 60%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다 날려버린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사퇴 의견을 전달하고 결정권을 내맡겼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상정·의결하자 이에 반발하는 의미였다.


여야가 지난달 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내건 ‘예산안 통과 후 국정조사 실시’ 조건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예산안 세부 협의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국정조사 일정도 덩달아 표류했다. 

결국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지난 19일 ‘개문발차’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어놓되, 각종 일정과 기관 증인 채택 건은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유가족 간담회를 마친 뒤 국정조사 합류를 선언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후 특위 위원들을 불러 면담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하며 국조특위 사퇴를 최종 반려했다. 국조특위 위원들 역시 특위 복귀 의사를 밝혔다.

국정조사에 늦게라도 활동 동력이 마련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사회적 참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명확한 성과를 거둔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례 중 활동 기간 절반 이상을 날리고 시작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국조특위 27일 만에 완전체 활동 개시
실질 활동 18일…전례 없이 짧은 기간

이번 국정조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역대 참사 국정조사 중 ‘가장 적은 기간’ 안에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정조사는 제헌의회부터 운용된 제도다. 다만 과거에는 실시 근거가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돼있었다. 그러다 13대 국회 들어 국정조사에 관한 구체적 법률을 따로 정하도록 국회법이 개정됐다. 이후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106건의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


이 중 사회적 참사에 관한 사례는 ▲제14대 국회 삼풍백화점(1995년7월12일~8월11일) ▲제19대 국회 세월호 (2014년6월2일~8월30일) ▲제20대 국회 가습기살균제 (2016년7월7일~10월4일) 등 3건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역대 네 번째 참사 국정조사다. 

전체 활동 기간만 놓고 보자면, 이번 국정조사는 이 중 세 번째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각각 90일, 삼풍백화점은 30일간 활동했다. 하지만 실질 활동 기간을 따져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먼저 삼풍백화점 국정조사는 1995년7월20일 본격적인 조사 일정을 시작해 22일 뒤 끝났다. 당시 국조특위는 이날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기관보고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2016년7월25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출범 18일 만에 활동을 본격화해 실질적으로 72일간 활동한 것이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구성 이후 약 20일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활동 종료까지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 예비조사와 추가 현장조사 등을 모두 매듭지었다.

반면 이번 국정조사의 실질적 활동 기간은 18일에 불과하다. 

성과 평가
천차만별

다만 활동 기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세 사례 중 가장 짧게 활동한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히려 90일을 활동한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마무리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같은 기간을 부여받았던 세월호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맹탕’으로 끝났다.

삼풍백화점 국조특위는 한 달 사이 회의를 6번, 조사를 8번 진행했다. 이들은 사고가 ▲공사의 일관성 상실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부실화 ▲형식적 감리 등 공사 추진상의 문제점과 공무원 유착비리 등 행정관청의 감리·감독 소홀로 일어난 사고라고 규정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성공했다.

이 보고서는 훗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재난방지 법안을 제·개정하는 기준점이 됐다. 삼풍백화점 국정조사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는 현장조사와 관계자 면담·청문회 등을 거치며 관련 기업들이 살균제의 인체 안전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후 여야 합의를 통해 결과보고서가 채택됐고, 이 내용을 반영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삼풍백화점 사례처럼 객관적인 활동 성과를 확보했다는 의의를 남긴 셈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이에서는 피해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조특위의 성과가 ‘진상규명’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국조특위는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했지만, 결국 여야가 방안 구체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불발됐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문으로 활동을 개시한 이래로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기관보고 일정 합의가 수차례 무산되며 “활동 기간을 허비한다”고 비판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국정조사 활동 기간이 브라질월드컵, 7·30 재보궐선거,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등과 겹쳤다.

또 다른
흑역사?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는 정치권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이 국조특위 의원 중 일부를 선거전 일정에 동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국조특위는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각종 조사 등 ‘기본작업’을 신속히 처리해냈다. 아울러 이들은 이를 통해 ‘정부의 초동대응이 부실했다’는 정황을 찾아내기도 했다. 세월호 국조특위가 활동 중반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는 활동 기간 한 달을 남기고 청문회를 제외한 일정 대부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정조사의 꽃’이라던 청문회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비롯한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만 고집한 결과였다.


결국 세월호 국정조사는 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됐다. 아울러 청와대 책임 규명이 불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유가족을 중심으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국정조사를 둘러싼 상황은 세월호 국정조사 때와 유사하다. 공통점으로 ▲정부 책임론이 강하게 일면서 여당은 수성, 야당은 공세로 일관했다는 점 ▲국정조사 시행 합의 이후에도 정쟁 때문에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던 점 ▲활동 개시 이후에도 파행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번 국정조사는 세월호 국정조사 때보다 기한이 훨씬 촉박하다는 것이다. 16곳에 달하는 기관보고를 이틀 만에 끝마쳐야 하고, 1월 초에는 곧바로 청문회 일정에 돌입한다.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에는 기관보고만 11일간 진행됐다.

‘세월호 국조’처럼 정쟁 불쏘시개로 희생?
촉박한 일정에도 연장 불투명…어두운 앞날

반면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남은 일정상 11일 사이 기관보고와 청문회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자칫해서 여야가 또다시 충돌해 일정이 파행된다면, 세월호 국정조사 때처럼 청문회를 마무리 짓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주된 갈등 요인이었던 예산안이 통과됨으로써 ‘한숨 돌렸다’는 게 중론이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예견되는 갈등이 변수로 꼽힌다.

현재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여당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 국무총리는 참사의 최종 책임 주체 중 한 명인 동시에 관련 실언으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신 의원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도왔던 걸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닥터카·관용차 탑승 의혹 등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당초 신 의원은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논란 직후 물러났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놓고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은 실질 활동 기간이 짧은 만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당 회의에서 “여당이 의도적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켜 국정조사 기간을 허비한 만큼 반드시 상응하는 기간 연장을 관철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유가족 간담회 직후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기한 연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고, 야당 단독 의결 일정을 보더라도 1월7일 기한 내 마치는 것을 목표로 진행돼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친윤(친 윤석열)계가 국정조사 시행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향후 여당의 국정조사 연장 동의는 낙관하기 어렵다.

관건은
연장 여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의 활동 기간 단독 연장 의결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정감사·조사법’ 제9조에 따르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 단독 연장을 강행한다면 여당이 국정조사에서 재차 이탈할 확률이 높다. 어느 쪽이든 깔끔한 마무리는 어려워진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앞날이 어두워 보이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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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