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기묘한 한 해가 지나간다. 대한민국 정계는 올해 대통령선거과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는 특이한 한 해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연속된 선거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고 당 안팎으로도 끊임없는 혈투를 벌였다. 2022년 내내 펼쳐진 정치싸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몇몇 주요 정치인들은 내년에 더 큰 싸움이 일어날 거라 예상하기도 한다.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국민의힘은 지방권력과 중앙권력 모두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급’이라 불리는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힘겹게 이겨내며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나마나
힘겨웠던 승리만큼이나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당 대표와 대선후보 간의 기싸움이 치열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당 대표 간의 갈등으로 여러 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해 유권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올리며 대선운동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찾아가 화해를 청하고 오해를 푸는 등 이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 전 대표가 그런 윤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때의 갈등은 선거 후 다시 불거졌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이 전 대표가 한 유튜버가 제기한 ‘성상납’ 의혹에 휘말리며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다.
당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압박이 형식상 본인 문제로 불거졌지만, 누가 봐도 친윤(친 윤석열) 세력의 찍어내기식 괴롭힘”이라며 “그 배후에는 당연히 윤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결국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사실상 국민의힘에서 퇴출당하는 수순을 밟았다. 퇴출 이후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인용 결정을 한 차례 얻어냈지만, 결국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됐고, 이 전 대표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직까지 순항 중이다.
선거 이겨도 계속되는 국힘 내홍
진 민주당은 안정된 지도부 출범
그렇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이 전 대표가 내년도에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요즘 정계에 돌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본인의 대표 경험을 담은 저서 집필을 끝마쳤고, 곧 출판을 앞두고 있다.
그의 책에는 당 대표 시절 겪었던 일화들과 윤 대통령에 대한 몇 가지 폭로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윤(비 윤석열)계 여권 인사들은 이 전 대표의 책 출판에 발맞춰 여권 내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내년 3월경 있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에 책이 출판된다면, 당 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록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9일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하며 일말의 변수조차 허용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지난 서청원-김무성 전당대회 결과를 보듯 국민의힘 지도부도 친윤계의 승리를 마냥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비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면, 민주당은 그 반대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애써 정상적인 지도부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구체화되며 큰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내년도에 다시 ‘비대위’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대선 정국 이후 민주당 내 주류로 자리 잡은 친명계 의원들은 이어진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도부 자리를 대부분 꿰찼다. 이 대표를 비롯해 박홍근 원내대표, 선출된 최고위원 4명이 모두 친명계 의원인 것이다.
줄곧 비주류로 인식되던 친명계는 대선 정국 이후 단숨에 민주당 내 주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깐일까. 당 대표에 당선된 지 몇 개월 안 된 시점에 이 대표의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연이어 검찰에 구속되며 친명계는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제 검찰은 이 대표 한 사람만 쫓고 있다. 만일 검찰 수사로 이 대표가 낙마한다면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준석 꿈틀…비윤 진영 대표 노린다?
위기의 대표…또 다시 비대위로 회귀?
또 내년엔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출소도 예정돼있다. 당 대표 경선 이후 구심점을 잃어버린 친문계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도적으로’ 관망하고 있는 친문계는 이 대표가 낙마한다고 하더라도 세력 반전을 노릴 동력이 부족하다.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이지만, 그 세력을 이끌 리더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사태를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며 “내년쯤에 노선을 정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이 대표의 혐의가 구체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친문계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현재 상태를 진단했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 전 대표는 일각에서 불거진 ‘조기 복귀설’을 불식시키며 아직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음을 친문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현재 재미교포들과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당장의 정계 복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사건’으로 징역 2년 형을 받아 현재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 전 도지사도 민주당의 차기 리더로 각광받는 인물로 내년 5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연말 특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김 전 도지사는 “이명박 대통령 사명의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며 사면을 거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을 받았다.
옥살이를 이어가며 민주당의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 잡은 김 전 도지사는 친문계가 생각하는 리더격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비록 형이 확정돼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출소 전부터 ‘김경수 역할론’이 떠오를 만큼 그의 민주당 내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래도 혹시나…
즉 내년은 국민의힘의 정상화와 민주당의 비정상화가 예견되는 해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마칠지, 민주당이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지 못하고 친문계로 회귀할지 정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