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비극’ 순창 패러글라이딩 사고 공방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0 09:52:58
  • 호수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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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있고 책임자는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5월11일 전북 순창군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던 50대 A씨가 사망했다. 사고 당시의 CCTV도 분석했지만 지형지물에 가리면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가족의 사망 외에도 유가족을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대상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유가족은 여태까지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은 낙하산 활강과 행글라이딩의 원리를 포함한 항공 스포츠다. 패러글라이딩의 시작은 등산객이 등산 후에 빠른 하산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패러글라이딩은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비행 스포츠 중 하나다.

매년 느는 
안전사고

패러글라이딩 비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날씨와 착륙장의 위치다. 패러글라이딩은 열기구 다음으로 장비 내구도가 약해서, 패러글라이딩 비행은 강풍 예보나 비행기 비행 일정이 있으면 바로 취소된다.

착륙장은 패러글라이딩의 저속과 착지라는 특징이 합쳐져 작은 편이라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터가 있으면 어디서든 착지가 가능하지만 전봇대 및 고압선이 지나가는 곳으론 절대 가면 안 된다. 또 패러글라이딩은 크기가 작아 하늘에서 찾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패러글라이딩은 하늘에서 비행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착륙 거리가 짧아 착륙장 위에서 아래 쪽으로 고도를 떨어뜨려도 되고 천천히 직선 비행도 가능하다. 특히 산지가 70%인 한국은 패러글라이딩이 주요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아 있어 전국에 착륙장만 100개가 넘는다.

그만큼 패러글라이딩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상급자 감독과 교육을 충분히 받고 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무리한 이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다.

흔하게 발생하는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착륙을 시도하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이거나 ▲비행 중 서로 충돌 ▲착륙 시 고압전선 걸림 등이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탑승자는 보조 낙하산을 타고 탈출해야 한다.

패러글라이딩 안전사고는 매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량·초경량 안전사고는 2019년 총 6회 발생했는데, 그중 패러글라이딩 사고가 4번 있었다. 2020년 항공 안전사고는 총 9회 발생했고, 이 중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8회였다. 지난해 발생한 경량·초경량 안전사고는 총 11건이고, 이 중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총 8건이었다.

대부분의 항공 레저 안전사고가 패러글라이딩 사고였다.

퇴사 후 회사가 부탁해 체험 진행했는데…
군·업체 모두 책임 회피…교관만 처벌?

통계로 나온 사고는 인명피해가 있는 것만 잡혀 있고, 인명피해가 없는 패러글라이딩 사고까지 조사하면 패러글라이딩 사고가 더 잦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처럼 빈번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패러글라이딩 안전·관리를 감독해야 할 주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난 5월11일 오전7시10분 전북 순창군에서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타던 50대 남성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순창군 유등면의 한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대원은 “논에 패러글라이더가 떨어져 있다”는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해당 동력 패러글라이더 사고는 교관이 동승하지 않은 상태서 일반인이 동력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해 벌어졌다. 사고는 당시 언론을 통해 짤막하게 보도됐다. <일요시사>는 사고 당시 교관으로 있었던 B 교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다.

B 교관은 사고 당시 순창군에서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진행하는 M사를 퇴사한 상태였다. M사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액티비티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여행 회사다. 순창군과 M사는 지난해 7월6일 ‘항공레저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순창군은 M사에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착륙장 부지를 제공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여행상품에 넣으려면 회사는 항공사업자를 내야 하며 해당 자격증을 보유한 교관도 필수다. 교관은 패러글라이딩 비행 때마다 인근 공항에 비행 승인 신청을 받아야 하며 이·착륙도 돕는다.

B 교관은 비행 전, 인근 공항에 비행 승인 신청을 받았다. 보통 비행 시간은 일출 후와 일몰 전으로 예약돼있었고, 비행 후에는 항상 비행 일지를 기록했다. 비행 일지에는 ▲비행 일자 ▲비행 목적 ▲비행 구간 또는 장소 ▲비행 시간 ▲동승자 ▲기장 등의 정보를 적는다.

사람이
죽었는데…

문제는 사고 당시 B 교관은 M사의 직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 항공교통안전과가 M사에게 “항공사업자가 잘못됐으니 반납하라”고 했던 것이다. 이후 M사 대표는 항공사업자를 반납했다. 

항공사업자가 없으니 M사는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B 교관은 M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사직서는 지난 5월2일에 제출됐고 바로 사직 처리됐다.

3일이 지난 뒤 M사는 B 교관에게 전화해 “기존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다 취소했는데, 취소 못한 건이 2개 있다. 이것만 해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항공사업자 없이 비행하면 불법이다. B 교관은 “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져달라”는 조건으로 M사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5월11일 예약돼있었던 비행은 순조롭게 끝났다. 이날 오전 7시쯤 순창군 마을 이장이 B 교관을 찾아와 “한 명만 더 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바로 A씨였다. 

B 교관에 따르면 이런 식의 부탁은 흔한 일이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 있을 수밖에 없고, 동네서 밉 보일 경우 사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순창군에는 이장이 14명이나 되고, 대표 이장이 따로 있었다.


속된 말로 이들이 갑이었다. 심지어 이장이 데려온 손님들은 체험비도 받지 않았다.

B 교관은 A씨의 비행을 도왔다. 비행 장소 주위에 강이 있어 구명조끼를 입히고 헬멧도 씌웠다. B 교관 헬멧은 동력 패러글라이더와 4~5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자신의 헬멧을 가지러 간 순간, A씨가 타고 있던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했다.

얼마 비행하지 못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인근 논으로 추락했다. B 교관은 추락 장소로 달려가 A씨를 끌어내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사망한 후였다.

알 수 없는
이륙 미스터리

이날 교관도 없이 이륙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추락했고 탑승자는 추락과 동시에 사망했다. B 교관은 “가만히 있었던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왜 작동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일반 패러글라이더와 다르게 프로펠러가 장착돼있어 엔진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 구조다. 덕분에 산이 아닌 평지에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이 장착된 동력 패러글라이더는 자동차처럼 직접 기계를 ‘작동시켜야’ 출발할 수 있다. 비행 장소에는 CCTV가 설치돼있었다. 경찰은 CCTV를 수거해 이날 사고를 조사했지만,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이륙하는 순간은 인근 둑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항공사고철도조사위원회 관계자 역시 A씨가 탄 동력 패러글라이더가 교관 없이 이륙해버린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유가족은 단 한 곳에서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관리·감독의 주체인 순창군도, M사도 마찬가지였다. 순창군은 모든 책임이 M사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M사는 사건 당시 B 교관이 회사에 사직서를 낸 상황이었기 때문에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순창군 관계자는 “순창군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해 든 5000만원 보험이 있다. 보험회사에 서류를 접수해보니 이번 사고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M사와 업무협약서를 쓸 때 안전사고 책임은 M사가 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순창군은 M사와 업무협약을 했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순창군과 M사의 ‘항공레저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서’에는 ▲순창군은 항공레저스포츠 운영을 위한 이착륙장 부지 제공 ▲M사는 항공레저스포츠 및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동 홍보 및 모객 지원 ▲상호 간 공동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 ▲항공레저스포츠 안전을 위해 현장 상황 및 안전기준에 적합한 조치를 취함 ▲항공레저스포츠 사업 운영에 따른 사고 발생 책임은 M사에 있다고 적혀 있다.

항공사업자 반납했는데 영업?
일반인이 혼자 왜 동력 탑승?

협약서 내용에 따르면 이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M사에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순창군이 패러글라이딩 체험에 있어서 안전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민법 제756조에 해당한다. 민법 제756조에는 ‘수인(직접 서명한 문서)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기재돼있다.

그렇다면 M사는 어떤 입장일까. <일요시사>는 M사에 전화했지만, M사 측 관계자는 “당시 입사자가 아니어서 잘 모른다. 상사들은 모두 출장 갔다. 언제쯤 출근하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M사 이메일로 지난 5월11일 패러글라이딩 사망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 물었다. M사는 메일을 즉시 확인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다만 B 교관을 통해 M사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B 교관은 “M사는 현재 이미 폐업한 상태고, 내가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며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그 회사에서 일한 것은 비행 일지 기록 등으로 다 나와 있다”며 “내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죄를 받아야지. 그런데 순창군이든, M사든 전부 죄가 없다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번 사고로 인해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C씨는 “너무 억울하다. 사고가 나고 아무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장례식에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저 법대로 하라고만 한다”며 “M사의 수익을 순창군이 어느 정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순창군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폭탄 돌리기
법적 대응

그는 “그런데 모두 교관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순창군도 M사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해서 사망자가 생겼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유가족 입장에서 보면 운영주체는 빠지고 직원만 나쁜 사람 된 것 아니냐. M사와 순창군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 두 곳 다 법적으로 하자고 하니,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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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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