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갈라치는 이준석 트라우마

야인이 던진 돌에 혼비백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입맛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제대로 표출되고 있다. 본인들 입맛에 맞춰 전당대회 룰을 개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존재가 나타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아 보인다. 결국 다시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민심은 뒷전이 돼버린 모양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전면에 다시 나서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시기가 점차 윤곽이 잡히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내년 3월 중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당대회는 당권주자마다 연말 개최, 연초 개최 등 여러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마찰음이 일었다. 전당대회 시기가 3월로 유력해진 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의 만남 이후다. 

또 돌풍 
일으킬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시기를 조금 더 구체화시켰다. 정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운을 띄운 뒤 국민의힘은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 비대위원장의 임기 종료 전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까지 구성할 예정이다.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에 시동을 걸겠다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차기 당 대표의 가장 우선시 되는 부분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는 차기 총선 문제와도 직결돼있다.

일각에서는 대권주자의 당 대표 도전이 부담스럽다는 주장과 함께 MZ세대, 수도권을 대표할 수 있는 당 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에 강력한 그립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자기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강점을 띄우며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화 모드로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윤핵관 핵심 세력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장 의원은 최근 2선에 물러나 있다가 돌아오면서 당내 또 다른 스피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친윤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만큼 이른바 ‘김장 연대’로 불리기도 한다. 비윤 당권주자들은 친윤 당권주자들을 강력하게 견제 중이다.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도 윤심과는 거리를 둔다.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윤심을 팔지 말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충신, 윤핵관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유치한 얘기”라며 견제 액션을 취하고 있다.

친윤 세력은 윤심을 받는 인물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손을 잡고 세를 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친윤계와 비윤계로 나뉘어 있는 상태로 추후 두 세력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윤 “여론조사 반영 줄여야”
비윤 “시대 역행, 민심 무시”

계파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경우, 국민의힘은 한동안 또 분란에 휩싸일 수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전당대회 룰이다.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현행 방식은 7(당원):3(여론조사)으로 이뤄져 있다. 2004년 도입한 이후로 이 방식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18년 째 현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를 처음 반영한 때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당시 최병렬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당이 역풍을 맞은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이 실시한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최다득표한 인물로 선정된다. 직전 당 대표 선거 때 이준석 전 대표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론조사 덕분이다. 당심에서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밀려 2위를 기록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58%로 과반을 얻어 나 부위원장을 앞질렀다. 

결국 당심보다 민심의 선택을 받았던 당 대표였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이 전 대표의 당선은 정치 사상 첫 30대 당 대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0선 정치인의 당 대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말 그대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 덕분에 당선된 대표는 이 전 대표뿐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여론조사가 반영된 이후 2위 후보를 한참 앞선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여론 득표율은 함께 출마한 4명의 총합보다 17%p 높았다. 이 전 대표의 당 대표직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선 중에도 터졌던 당내 갈등이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확전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성상납 의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궁지에 몰렸던 이 전 대표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지만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불붙은
물밑경쟁

당내에서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의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졌고, 당헌과 당규까지 바꿔가며 이 전 대표를 자리에서 사실상 끌어내렸다. 현재 이런 상황은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결과가 나오는 것과 맞물려 있다. 그는 아직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 전 의원이 나와도 아무것도 할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강하다고 읽힌다. 전당대회 룰을 수정하려는 이유들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가장 큰 이유는 당 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책임정치라는 면에서 당이 생각하는 대표를 뽑은 뒤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게 옳다는 논리다. 

게다가 현재 룰은 국민의힘 당원의 권리가 축소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현행 반영 비율을 유지하는 게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될 때만 해도 국민의힘 당원 수는 28만명이었다. 현재 책임당원은 80만명까지 3배가량 폭증했다.

당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이 분리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인데 결국 당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과거 이 전 대표에게 패배했던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새다. 


민심 반영 비율을 줄이면서 당원 비율을 늘리면 당내 당권주자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차기 당 대표 적임자로 국민의힘을 지지층의 선택은 나 전 부위원장이 1위다. 뒤를 이어 안 의원, 김 의원이 추격하는 그림이다. 나 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들 중 전당대회 룰 변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바로 김 의원이다. 그는 “룰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원론적으로 당원 의사가 반영되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원투표 비율을 높이는 게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심으로
충분해?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다른 당 대표 후보군에 비해 인지도가 밀린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야 김 의원에게는 해볼 만한 싸움이다.

조경태 의원은 당원 선택을 100% 반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100% 투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당 대표를 여론조사로 뽑는 곳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자는 또 다른 이유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유 전 의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당내 당권주자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탓에 역선택이라는 이유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 


그러나 이를 두고 같은 친윤 그룹임에도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은 본래 9대1이었는데 이재명 대표가 당선될 때 7.5대2.5로 민심 비율을 올렸다”며 “국민이 보기에 어떻게 보이겠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당원이 중요하고, 자긍심을 드리는 게 의미 있지만 민심을 멀리하는 듯한 당만의 섬으로 가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한 비윤 세력과 친윤 그룹 간의 간극은 극명하다. 안 의원은 전대룰 변경에 대해 그대로 둬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며 단순히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게 민심 왜곡이라고 보는 셈이다. 

안 의원 말대로 여론조사를 배제하면 비당원 국민의힘 지지자가 배제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데도 비당원으로 배제된다면 총선에서의 호소력은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필패?
당권주자 하나같이 영남 행보

이와 관련해 안 의원실 관계자는 “차기 총선을 생각하고 이번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세를 보고 따라가야 한다.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듯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역시 굉장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이 자기 마음대로 떨어뜨리기 위해 룰을 바꾼다”며 “축구 경기하다가 골대를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100%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안팎에서도 여러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방향성이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에 비판이 가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래 보수당이기 때문에 오른쪽을 지향하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오른쪽만 바라보는 추세다. 

이런 탓에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대부분은 국민의힘을 지지했었다. 이 같은 선택이 서진 정책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했던 노력과는 반대되는 행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당권주자들이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본격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하기 전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영남권 현안에도 모두 한마디씩 보탤 정도다. 

지난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워원회가 작성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예측안을 살펴보면 선거인단 약 32만명 중 영남권 당원은 51%가 넘는다. 국민의힘 당원 중 가장 많은 수다. 이어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순이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대로 당원 투표 비율이 늘어나면 영남권 투표 결과는 45%나 반영된다.

여전히 당심 주류가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남권이 보수 텃밭임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수층에만 국한된 정치를 펼칠 경우 차기 총선서 패배하는 볼 보듯 뻔한 일이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조건에 수도권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극단적
우향우

결국 총선까지 걸린 상황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을 앞세운다면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도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필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주자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탓에 당의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는 당심·민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윤도 대립 본격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조만간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략 회의 후 취재진의 질문에 “결심이 서면 공식 발표하겠다”며 출마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혼란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손을 잡았는데, 이 같은 연대가 권 의원과 장 의원이 갈라선 방증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현재도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친윤 그룹 역시 경쟁해야 하는 탓에 내홍이 터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권 의원은 장 의원과 주요 국면마다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두 인물은 갈등이 없다며 윤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과거보다는 연대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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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