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회의장님 도마 위 자질론

안으로 밖으로…팔 뻗기 바쁜 ‘진표살’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근 ‘가장 욕먹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소문이 국회에 파다하다. <일요시사>가 소문을 추적해보니 실제로 김 의장은 양당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자니 야당에서 불만이 나오고 저러자니 여당에서 불만이 나온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서열 2위의 의전을 받는 입법부의 수장이다. 이 자리는 보통 최고 의석수를 차지한 정당에서 배출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입법부가 스스로 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의석이 많은 정당일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역대 국회의장은 늘 국회 제1당 출신이었다.

역할이…
중재자?

21대 국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0년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국회의장 자리를 가져왔고, 6선의 박병석 의원을 당에서 추대했다. 대전 서구갑에서 내리 6선을 해온 박 의원은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했고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인물이다.

처음 박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됐을 때, 여의도 정가 사람들은 국회의원 수첩을 뒤적거려야 했다. 비록 선수가 높은 사람이긴 했으나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의원은 그동안 지독히도 ‘중립적’ 역할을 자처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24년의 의정생활 동안 박 의원은 뉴스 전면에 등장한 적이 많지 않았다. 민주당이 많은 풍파를 겪는 시절에도 그는 늘 순리대로 정치 생활을 이어나갔다.


박 의원이 초선 의원이던 시절, 민주당은 분당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대다수 민주당 의원이 ‘반노’ 전선을 선택하며 맞섰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던 새천년민주당의 소장파는 결국 당을 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2004년 총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며 여권의 분열을 일으켰다.

이때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의원들 중에는 박 의원도 섞여 있었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그는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제17대 총선에 출마해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한나라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그만의 선거전략과 유권자들의 지지가 맞물리며 당선에 성공했다.

이후 통합민주당으로 3선, 민주통합당으로 4선, 민주당으로 5선, 6선에 내리 당선됐다. 오랜 시간 국회에 머무른 그는 민주당 현역에서 최다선이라는 명예와 함께 21대 국회의원 중 여의도 경력이 가장 긴 정치인이 됐다.

그가 이처럼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어온 정치 커리어 덕분이었다. 박 의원은 이후 이후 정치 행보에서 계파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계파 간 갈등 때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고, 입장을 취해야 할 때는 본인의 소신을 따라갔다.

국가서열 2위 김진표 국회의장 실익이?
자타공인 ‘중재의 달인’도 욕먹은 자리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안철수-문재인 간의 갈등에서도 끝까지 민주당 잔류를 선택하며 양 계파의 싸움을 말리려 애썼고,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최대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이런 기질은 국회의장을 맡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국회의장은 통상 당적과 상관없이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입법부 전체의 수장인만큼 정치적인 선택에 있어 여야를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장으로 당선된 의원은 당적 보유와 상임위원회 활동을 제한받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색을 드러내지 않던 인물이기에 국회의장도 제격일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고 박 의원은 그 기대에 나름 부응했다.

역사상 최고로 대립하던 제21대 국회를 ‘무난하게’ 이끌어가더니 임기 막바지에 있었던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하 검수완박) 시즌에는 맹활약하며 의장 임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검수완박이란 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해 검찰청 자체의 힘을 완전히 줄이려한 법안이다. 당시 법안에 극렬히 반대했던 국민의힘 측은 끝까지 협상을 이어나가지 않았고, 국회는 ‘강대강’ 충돌로 치닫고 있었다.

당시 의사봉을 쥐고 있던 박 의장은 갈등이 심하게 불거진 시점에 미국과 캐나다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법안 중재를 위해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밤새 여야 의원들을 만났다.

결국 여당과 야당은 ‘박병석표’ 중재안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이때 박 의장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흘 후 국민의힘 측에서 해당 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대치를 이어갔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이때 박 의장의 활약이 강인하게 박혔다.

이처럼 국회의장 자리는 두 당의 중재를 최대한 장려해야 하는 위치다. 그러나 검수완박 사태를 보듯,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비록 중재를 잘한다고 해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고, 중재를 잘하지 못하면 양쪽 모두에서 욕을 들어먹어야 하는 자리다. 박 의원 같은 중재의 달인도 이 딜레마를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최연장자
통큰 양보

현재 국회의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장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연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1대 국회의 후반기에 취임한 김 의장은 현재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져 있다. 친정인 민주당 편을 들어줬더니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그렇다고 중재를 하자니 불만이 속출 중인 탓이다.

사실 김 의장은 전반기에 이미 박 의원과 함께 국회의장 후보로 떠올랐었다. 최다선과 최연장자의 싸움에서 승부는 연장자의 양보로 마무리됐다. 김 의장은 오랜 고심 끝에 의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박 의원을 전반기 의장으로 만들어줬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김진표 의원이 양보했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원래 김 의원이 박 의원보다 의장 당선에 더 유력해보였지만, 그의 뜻에 따라 의장직이 박 의원에게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일요시사>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장직 양보 건에서 보듯 김 의장은 타인과의 대립을 극도로 피하는 성격이 강하다. 여의도에서는 이미 그에게 ‘진표살(보살)’이라는 별칭을 붙여 부르는 게 오랜 유행이었다.


전반기 의장 임기 후 후반기 의회가 시작되면서 김 의원은 의장에 취임했다. 계파색이 옅고 중도적이라는 평가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김 의장의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였고, 무난히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의장직에 앉았다.

민주당은 가장 중립적인 인물이 의장직에 앉았다고 평가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에서 그나마 보수적인 인물이 의장에 앉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의구심은 후보 시절부터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김 의장은 첫 일성에서 “제 몸에는 민주당 피가 흐른다. 폭주하는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의장직에 전면으로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평소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알려진 김 의장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고, 민주당도 적잖이 놀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발언이 그냥 나온 실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김 의장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친명(친 이재명)계가 득세한 분위기에서 민주당은 강한 정치색을 띄고 있었다. 김 의장은 그에 반해 상당히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친명 팬덤의 눈에는 그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즉, 의장 당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김 의장이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해당 발언을 던졌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김 의장으로선 마땅한 경쟁 후보가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은 친명계 의원들의 지지가 없으면 의장 당선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민주당 피? 

취임 일성처럼 김 의장의 이후 행보는 상당히 ‘민주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몇몇 현안에 대해 민주당에 유리한 결정들을 해왔고, 의장의 최대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입법 상정에서 대부분 민주당 강성 의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일 때마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장을 가장 크게 비판한 사건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을 때다. 민주당은 외교참사의 원흉으로 박 장관을 지목하며 정부에 해임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민주당에서 말한 외교참사란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뱉었던 실언이 전국에 생중계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행사에서 만난 후 자리를 빠져나오면서 “이 새끼들” “쪽팔려서”라는 단어를 뱉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후 해당 발언은 전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도되며 대한민국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해당 발언 당시 윤 대통령 옆에 있었던 박 장관은 “바로 직전 바이든 대통령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오던 길이었는데, 상식적으로 비난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다른 나라들이 기여한 10억달러 안팎 이상의 기여 규모를 볼 때 우리도 경제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햐지 않겠나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시 발언을 ‘외교참사’라고 지적하며 대통령 사과와 박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박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를 말로만 그치지 않고 요구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시키려 했다.

설사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더라도 민주당 자력으로 해임안을 가결시킬 수 있던 상황이었기에, 본회의 상정만 이뤄지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민주당은 김 의장의 도움이 필요했다. 의장 권한으로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시키지 않는다면 투표 자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그런 민주당의 바람을 잘 알고 있었고, 박 장관 해임안을 본회의에 상정시켜줬다.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역 의원 신분인 장관 해임 건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당시 김 의장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야 했다. 김 의장이 안건을 상정해줌으로써 의장의 최대 기치인 중립성을 훼손했으니, 국회의장직을 내려놓으라는 주장이었다. 국민의힘은 급기야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여당 불만
예산안·이상민 해임안…야당 반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결의안 제출 당시 “어제 본회의서 당초 의사 일정에 없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의사 일정 변경의 건을 다루면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한다”며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보유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파에 편중되지 말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회를 잘 이끌어달라는 취지”라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국민의힘으로부터는 거센 반발을 받았으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는 열띤 지지를 받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가 9월, 10월 이때 쯤이었는데, 당시 김 의장의 신망이 매우 높았다”며 “비록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였지만 민주당에 매우 도움을 줬던 것은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토록 안으로 굽던 팔이 최근에는 다시 꺾이는 모양새다. 김 의장이 박 장관 해임안을 처리할 때와 달리 최근에는 민주당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사안은 새해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 처리다. 내년도 국정운영을 앞두고 국회는 올해 말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이 숙제를 서로 다르게 풀려 하고 있다.

예산 편성에서 적지 않은 의견 충돌을 일으켜온 여당과 야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내심 단독으로 마련한 ‘삭감 수정 예산안’을 본회의에 단독으로 상정시킬 심산이었다.

이 장관 해임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장관은 잇따른 막말과 거짓말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어차피 알았어도 못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은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공개됐고 “희생자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발언은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유족들은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그를 끝까지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그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이들은 김 의장이 예산안과 해임 건의안 모두 본회의에 상정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번만큼은 여야 합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박 장관 사태 때와는 달리 양측이 모두 합의해야만 해임안을 상정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번엔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발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이른바 ‘민주당 배신자’들에게 했던 문자·팩스 폭탄 등을 국회의장에 가했고, 의장실은 한동안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됐다.

민주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팔이 안으로 굽던, 밖으로 굽든 국회의장은 그렇게 욕먹는 자리”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그것대로 문제고, 중립을 지키면 또 그것대로 문제다. 최근 여러 사태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갑툭튀
골머리

한 정치 평론가는 “중립을 지키는 일과 기회주의자로 오해받는 일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 몸속에 흐르던 피가 민주당에서 중립의 피로 바뀌었는지, 혹은 조금 더 나은 여론 조성을 위해 일부러 ‘보여주기식’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민주당 의원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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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