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나오는 한동훈 차출설 막전막후

아니 땐 굴뚝서 연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야기다. 한 장관은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도 전인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인정받는다. 전당대회서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가 없자 한 장관만큼의 인물을 앉히라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윤심에 충족하면서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나긴 할까.

국민의힘이 본격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이 또 흘러나왔다. 한 장관 본인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한동훈 차출설은 한두번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진짜 ‘윤심’
믿을 맨 없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믿을맨이 확실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얼마 전 “당권 후보자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작심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차기 당 대표는 MZ세대 호소력, 수도권,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거론했다. 

한 장관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부연 설명을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이 윤심에 딱 맞는 인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본격 전당대회에 앞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윤 대통령 동기화 모드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인물까지 콘셉트도 다양하다. 

아직까진 확실하게 윤 대통령의 눈도장을 받은 인물은 없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윤 대통령과 독대까지 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 연대설’도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도 김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밀고 있는 분위기다. 


이렇듯 차기 당 대표는 ‘윤심’과 얼마나 가까운 인물이냐는 점이다. 또 현재 나오고 있는 수도권 대표론 역시 차기 총선 문제와 직결돼있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꽉 잡고 있다. 실제로 서울, 경기, 인천에만 100명으로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확보가 절실하다.

윤상현 의원도 수도권 당 대표의 중요성을 설명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앞선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수도권 선점이 취약하기 때문에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총선까지 걸려 있는 까닭에 차기 당 대표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계속 소환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당내에서 윤 대통령의 ‘믿을맨’으로 통하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기용 0순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낮지만, 총선 출마는 기정 사실화되는 모습이다.

한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도 촉망받는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엘리트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굵직한 사건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참여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됐고, 한 장관도 함께 승승장구하며 스타 검사로 인정받았다. 

위기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하면서다. 한때 부산으로 좌천되기도 했으나 한 장관은 버텼다. 

그동안 보수에 없었던 새 캐릭터
2024 총선 출마? 당내 구심점 기대

이후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선이었다. 당시에도 한 장관이 중책에 인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지만, 법무부 장관에 인선되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인선 이후에도 여론은 한 장관을 윤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특히 인사청문회는 한 장관을 한층 더 스타로 만들어준 자리가 됐다. 민주당이 열심히 한 장관과 관련된 의혹들을 제기했으나 한 장관은 이를 돌파해나갔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설전을 벌인 영상 조회 수가 200만회를 넘기기도 했다. 임명 당시에도 이미 스타임을 입증한 현재 한 장관은 여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시켜보면 40%가 넘는다. 강력한 대권후보인 오세훈 서울 시장보다 2배 높다. 

그의 지지층은 주로 40대로 특히 4050세대 주부층에게 인기가 많다. 본래 40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마저도 균열이 생긴 모양새다. 

또 핵심 보수층인 60대 이상에게도 한 장관은 지지를 한 몸에 받는다. 한 장관은 정치에 참여한 이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방어하는 편이다. 

현재는 보수층 한정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무당층 사이에서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일부 민주당 지지층 역시 한 장관을 인정한다.

윤정부의 과도한 우클릭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 장관의 역할은 중도층을 섭렵할 수 있는 무기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중도에 방점을 찍고 열심히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이 충분히 먹혀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읽힌다. 그는 엘리트 중 엘리트 이미지를 가졌고, 일을 잘한다고 대중에 인식돼있다. 또 아직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아 때가 묻지 않아서 지지한다는 말도 다수 있다. 지지층은 윤 대통령의 중용 0순위이지만, 윤 대통령과 떼어놓고 한 장관을 분류한다. 

중용 0순위
몸값 쭉쭉

현직 의원들을 향한 불신도 한 장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정쟁만 일삼는다. 지난 대선에는 국회의원 이력이 전무한 대선후보들이 맞붙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정치권을 새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여론 역시 대권주자로 확실하게 낙점된 후보가 없다. 한 장관은 기존 보수 인물과 다른 요소를 가진다.

이미지뿐만 아니다. 시원한 말투도 그렇다. 보수층이 보유하지 못하던 캐릭터다. 최근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내가 친윤이고, 윤핵관이자, 윤심”이라고 외치기만 바쁘다.

당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목표가 부재해 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차출설이 한차례 흘러나왔다. 두 인물 모두 의원들 중에서는 윤심으로 통하는 인물이고, 권 장관은 4선, 원 장관은 3선 의원으로서 정치경험이 풍부한 탓이다. 


현직 장관이라 언급은 꺼렸으나 권 장관은 대선 기간 선거대책본부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윤심을 잘 읽고, 수도권의 중진 의원으로서 확장성까지 갖췄다는 평가가 내려진 바 있다. 

원 장관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이재명 저격수로 활약했고, 인수위원회 기간에는 기획위원장까지 도맡는 등 차기 총선 공천에 책임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현재 권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흠집이 많이 났고, 원 장관의 경우 노조 파업의 여파로 당권 출마가 쉽지 않은 상태다. 당내서도 당원들이 신뢰하는 인물이 누구라고 꼽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당장 한 장관 전당대회 차출은 물리적으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친윤 세력은 대표적인 비윤(비 윤석열)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한 편이다. 

인기 스타
팬덤 형성

한 장관 카드는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 등에 앞서 세력 만들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동시에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이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 카드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 국정운영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남은 재임 기간 동안 허송세월만 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현재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여당이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비윤으로 갈라져 분열돼있다.

최근에는 윤핵관이 당내 투톱인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편한 기류마저 감지된다.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과 장 의원 역시 한동안 불편함이 있었다. 

여전히 윤핵관이 여권 내 윤심을 대변하고 있지만, 여론은 악화된 형국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발걸음을 맞춰나갈 적임자가 부재한 가운데, 친윤계는 끊임없이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차출론과 관련해 직무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로 차출이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 장관이 스스로 설명했다며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의 전대 출마가 불가한 이유는 내년 2~3월경에 열린다고 해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출마 요건을 갖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 장관을 정치권에 진출시키는 건 앞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장관직 끝나면 바로?
당선 시 중도층 흡수

정치권에서도 한 장관이 당장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지만 결국 정치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법무부 장관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 중 가장 신뢰하고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총선 때 한 장관이 정계에 데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차기 총선에)무조건 나간다”며 “내각에서 경험을 쌓았고, 당에서도 내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법무부 장관으로 끝날 사람이 아니고 어차피 정치를 할 사람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다수 나온다.

윤 대통령과 비슷하게 좌천을 겪었고, 부활에 성공하며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제지했다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서다. 한 장관이 차기 총선에 투입된다면 단번에 대권주자라는 인식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또 민주당 등 야권이 한 장관을 때릴수록 긍정적인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분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도 정치 이력이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로 꼽혔던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과거 문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정치권에 없었던 캐릭터였던 점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때 한 장관도 함께 몸집을 불렸다. 

한 장관이 정치적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공세를 잘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반대 세력도 규합할 능력도 입증하려면 당 대표보다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게 더 현실적이다. 또 이른 이미지 소모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적 기대감을 소모적으로 사용하면 반감이 커질 수 있는 탓이다. 

선발-구원
둘 다 활용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장관은)정치권을 새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는다”며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판 시기가 문제지 언젠가는 선발투수나 구원투수 중 하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도 차출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차출설이 제기됐다.

이는 여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조 전 장관이 다음 번 총선에 출마하고, 민주당의 대선 주자까지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역경을 이겨낸 영웅으로서의 귀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띄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호사가들이나 하는 소리”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4년 전에는 요청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조 전 장관이 다시 소환되는 것은 민주당으로 득이 될 게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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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