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원 발바리’ 박병화 집 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05 10:55:17
  • 호수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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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한 놈이 동네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특히 ‘이곳’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타니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청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서 더 그랬다. 온 마을이 목놓아 한 사람의 퇴거를 외치고 있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박병화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수원 발바리’라고 불렸다. 여기서 말하는 발바리는 국어사전에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반려견’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경망스럽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유한다. 즉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20대 8명
성폭행

박씨는 2002년과 2005년에서 2007년까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와 영통구 일대의 20대 여성 8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피해자는 전부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었다.

박씨는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집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거나 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그는 여자친구도 있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박씨는 2008년 1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같은 해 6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으로 감형받았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복역 중 2002, 2005년 저질렀던 2건의 여죄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형기가 4년 연장됐다.


박씨는 출소 후 보호 관찰시설에서 생활하길 원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박병화가 어디서 거주할지 기준을 만들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지역 상황을 고려해 주의 깊게 보며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0월21일 ‘고위험 성범죄자 재범방지 추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박병화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거주지역 및 거주 형태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은 ▲박병화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 구축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치안 관리 ▲박병화 거주지 주변에 방범 진단 실시 ▲지자체와 협조해 CCTV 등 범죄 예방시설 확충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1대1 전자 감독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역 경찰, 기동대 등 경찰력을 활용해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의 대응 계획을 주민들에게도 공유하며 지역민의 불안감 해소와 안전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불안감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성범죄자, 화성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
성인 걸음 초등학교 7분 댛닥교 2분 거리

지난 10월31일 만기 출소한 박씨는 첫 거주지로 수원이 아닌 화성을 선택했다. 박씨의 모친은 박씨의 출소를 앞둔 지난 10월25일 화성의 한 부동산을 찾아 “조카가 살 집”이라고 말하며 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의 12개월짜리 원룸 임대차계약을 했고 바로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당시 박씨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박씨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지난 10월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씨의 모친이였는데, 여기에 박씨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거주자인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박씨의 강제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분괴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박씨의 거주를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 건 사기 행위에 준하는 위법 계약이라고 보인다. 원룸 관계자와 협의해 계약을 철회하고 강제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의 거주지는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50분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됐다. 성범죄자 알림e에는 박씨의 정면, 양 측면, 전신 등 4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는 동일했다.

박씨가 화성시 주민이 된 즉시, 화성시 주민들은 분노했다. 지난달 1일 박씨 거주지 인근의 초등학교 어머니회와 봉담 초·중·고교 학부모연합회 50여명이 박씨의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연쇄 성폭행범의 거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성시 맘카페는 난리가 났고, 이 일대는 폭탄 맞은 듯 구멍이 났다. 법무부 직원은 이곳을 한 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냐. 도대체 누가 거주를 허락한 것이냐. 성범죄자의 거주를 결사반대하고 퇴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지 않고 
방 구했다?

같은 날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박병화 퇴거는 물론, 해당 지역 치안 관리 강화, 범죄 예방시설 확충, 안전교육 확대 등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화성시 여성 단체 협의회 ▲화성시에 입주한 기업 단체 ▲이장 단체 협의회 ▲각 동 주민 일동 등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박씨의 퇴거를 요청했다.

법조계는 박씨를 퇴거시키는 데 회의적이었다. 이유는 계약조건에 ‘성범죄자로 드러날 경우 계약은 무효’ 같은 특약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있다. 2020년 11월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 한 다세대주택의 집주인과 2년 계약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그러나 월세 계약 과정에서 조씨가 아닌 그의 아내가 계약을 했고, 이를 몰랐던 집주인은 퇴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조씨 측은 “이사 갈 곳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고 현재도 거주 중이다.

박씨의 거주지 앞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박씨의 거주지인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을 취재했다. 특히 이곳은 초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지점이어서, 박씨가 거주한 이후 사뭇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박씨의 거주지는 대로변에서 수원대학교 후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1분 정도 올라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박씨의 원룸은 3층짜리 빌라로, 동일한 모양의 빌라 4개 중 가장 안쪽에 위치했다. 

주변은 모두 원룸들로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도처에 있는 경찰로 ‘무언가 위험한 사람’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경찰이 아니어도 이곳에 박씨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거주 절대 반대” “성범죄자 박병화를 화성 시민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등의 현수막이 곳곳마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순찰 초소 설치
경찰 상시 주둔

특히 박씨 거주지 원룸촌 골목 초입에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순찰 초소가 설치돼있다. 이곳에는 경찰이 상시 주둔하고 있고, 박씨의 원룸 입구 문 바로 앞에는 비닐 막으로 된 임시 초소를 만들어서 2명의 경찰이 상주 중이었다. 경찰은 시간마다 골목을 순찰하고 있었다. 

해당 빌라에 거주 중이라는 A씨는 기자에게 박씨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박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난 뒤로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동네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이 많이 사는데 얼마나 무섭겠냐”며 “안전에 관해서는 경찰이 계속 상주해 있고 순찰도 계속 돈다. 경찰이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저 사람 한 명 때문에 경찰들이 계속 상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 너무 힘든 일이다. 박씨가 보호 관찰시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 앞에서 진행되는 시위 때문에 시끄러워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의견은 근처 상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씨는 기자에게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거주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이곳에는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쉬는 분들이 있다”며 “이분들은 시위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이사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일요시사>는 박씨 집에서 인근 초등학교까지 걸어가 봤다. 성인 기준으로 천천히 걸어서 7분 정도 소요됐다. 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일반적인 초등학교라면 하교하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하교생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이것도 박씨 때문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학생들이 학원 운행 차량을 학교 운동장에서 탈 수 있도록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서 집에 가는 학생은 동네 어른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직접 하교를 도와줬다. 봉사단은 학교 정문에 2명, 후문에 2명씩 배치돼있었다.

봉사단 C씨는 “학생들이 절대 혼자서 하교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혼자 나온 아이가 있으면 같이 하교한다.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도 있고, 상황이 있어서 혼자 하교할 수도 있지 않냐”며 “올해 초에 학교장이 이 학교는 학생 수도 적고 지역 특성상 위험하지 않다고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박씨가 거주하면서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장사 안 돼
“모두 힘들다…도저히 못 살겠다”

이어 “바로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 어린 학생이 등하교하는 장소에 성폭행범이 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등학교와 박씨의 거주지 사이에는 도로 하나가 있었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인근 대학교였다.

박씨의 거주지에서 대학교 후문 입구까지는 걸어서 2분 정도 걸린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학교 후문에는 “아이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및 학교 주변 거주 반대”라는 현수막이 겹겹이 붙어있었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여대생 D씨도 박씨의 거주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D씨는 “원래 학교 주위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박씨가 이사온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집 주인이 현관문과 창틀에 안전장치를 새로 달아줬고, 학교 선배는 밤에 귀가할 때 위험하다고 호신용 3단봉을 사줬다”며 “아무래도 밤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무섭다고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 근처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밤에 나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걱정하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박씨의 거주로 인해 봉담읍 원룸촌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분위기는 고사하고 장사도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동의청원에는 “연쇄 성범죄자 수원 발바리 박병화의 퇴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성범죄자의 3년 내 재범 확률은 62%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 모두 예방이 아닌 재범이 발생된 이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탁상공론적 대응이다. 어떠한 대응도 시민과 한 아이의 부모에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병화의 빠른 퇴거 및 보호 시설 입소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청원 동의 수는 3만6519명으로 1만3481명이 더 동의하면, 청원은 국회 소관 위원회에 회부된다.

이 같은 상황에 화성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최우선으로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가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은 화성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고수했다.

근본적
해결은?

성범죄자의 거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의 양형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40년에서 50년까지 형량을 내린다. 박병화는 올해 겨우 39세다. 결국 지금 양형 조건으로는 현재 10년 정도 구속시키고, 출소해서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양형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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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