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원 발바리’ 박병화 집 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05 10:55:17
  • 호수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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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한 놈이 동네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특히 ‘이곳’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타니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청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서 더 그랬다. 온 마을이 목놓아 한 사람의 퇴거를 외치고 있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박병화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수원 발바리’라고 불렸다. 여기서 말하는 발바리는 국어사전에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반려견’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경망스럽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유한다. 즉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20대 8명
성폭행

박씨는 2002년과 2005년에서 2007년까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와 영통구 일대의 20대 여성 8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피해자는 전부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었다.

박씨는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집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거나 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그는 여자친구도 있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박씨는 2008년 1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같은 해 6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으로 감형받았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복역 중 2002, 2005년 저질렀던 2건의 여죄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형기가 4년 연장됐다.


박씨는 출소 후 보호 관찰시설에서 생활하길 원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박병화가 어디서 거주할지 기준을 만들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지역 상황을 고려해 주의 깊게 보며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0월21일 ‘고위험 성범죄자 재범방지 추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박병화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거주지역 및 거주 형태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은 ▲박병화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 구축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치안 관리 ▲박병화 거주지 주변에 방범 진단 실시 ▲지자체와 협조해 CCTV 등 범죄 예방시설 확충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1대1 전자 감독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역 경찰, 기동대 등 경찰력을 활용해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의 대응 계획을 주민들에게도 공유하며 지역민의 불안감 해소와 안전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불안감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성범죄자, 화성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
성인 걸음 초등학교 7분 댛닥교 2분 거리

지난 10월31일 만기 출소한 박씨는 첫 거주지로 수원이 아닌 화성을 선택했다. 박씨의 모친은 박씨의 출소를 앞둔 지난 10월25일 화성의 한 부동산을 찾아 “조카가 살 집”이라고 말하며 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의 12개월짜리 원룸 임대차계약을 했고 바로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당시 박씨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박씨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지난 10월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씨의 모친이였는데, 여기에 박씨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거주자인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박씨의 강제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분괴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박씨의 거주를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 건 사기 행위에 준하는 위법 계약이라고 보인다. 원룸 관계자와 협의해 계약을 철회하고 강제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의 거주지는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50분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됐다. 성범죄자 알림e에는 박씨의 정면, 양 측면, 전신 등 4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는 동일했다.

박씨가 화성시 주민이 된 즉시, 화성시 주민들은 분노했다. 지난달 1일 박씨 거주지 인근의 초등학교 어머니회와 봉담 초·중·고교 학부모연합회 50여명이 박씨의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연쇄 성폭행범의 거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성시 맘카페는 난리가 났고, 이 일대는 폭탄 맞은 듯 구멍이 났다. 법무부 직원은 이곳을 한 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냐. 도대체 누가 거주를 허락한 것이냐. 성범죄자의 거주를 결사반대하고 퇴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지 않고 
방 구했다?

같은 날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박병화 퇴거는 물론, 해당 지역 치안 관리 강화, 범죄 예방시설 확충, 안전교육 확대 등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화성시 여성 단체 협의회 ▲화성시에 입주한 기업 단체 ▲이장 단체 협의회 ▲각 동 주민 일동 등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박씨의 퇴거를 요청했다.

법조계는 박씨를 퇴거시키는 데 회의적이었다. 이유는 계약조건에 ‘성범죄자로 드러날 경우 계약은 무효’ 같은 특약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있다. 2020년 11월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 한 다세대주택의 집주인과 2년 계약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그러나 월세 계약 과정에서 조씨가 아닌 그의 아내가 계약을 했고, 이를 몰랐던 집주인은 퇴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조씨 측은 “이사 갈 곳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고 현재도 거주 중이다.

박씨의 거주지 앞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박씨의 거주지인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을 취재했다. 특히 이곳은 초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지점이어서, 박씨가 거주한 이후 사뭇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박씨의 거주지는 대로변에서 수원대학교 후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1분 정도 올라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박씨의 원룸은 3층짜리 빌라로, 동일한 모양의 빌라 4개 중 가장 안쪽에 위치했다. 

주변은 모두 원룸들로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도처에 있는 경찰로 ‘무언가 위험한 사람’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경찰이 아니어도 이곳에 박씨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거주 절대 반대” “성범죄자 박병화를 화성 시민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등의 현수막이 곳곳마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순찰 초소 설치
경찰 상시 주둔

특히 박씨 거주지 원룸촌 골목 초입에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순찰 초소가 설치돼있다. 이곳에는 경찰이 상시 주둔하고 있고, 박씨의 원룸 입구 문 바로 앞에는 비닐 막으로 된 임시 초소를 만들어서 2명의 경찰이 상주 중이었다. 경찰은 시간마다 골목을 순찰하고 있었다. 

해당 빌라에 거주 중이라는 A씨는 기자에게 박씨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박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난 뒤로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동네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이 많이 사는데 얼마나 무섭겠냐”며 “안전에 관해서는 경찰이 계속 상주해 있고 순찰도 계속 돈다. 경찰이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저 사람 한 명 때문에 경찰들이 계속 상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 너무 힘든 일이다. 박씨가 보호 관찰시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 앞에서 진행되는 시위 때문에 시끄러워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의견은 근처 상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씨는 기자에게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거주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이곳에는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쉬는 분들이 있다”며 “이분들은 시위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이사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일요시사>는 박씨 집에서 인근 초등학교까지 걸어가 봤다. 성인 기준으로 천천히 걸어서 7분 정도 소요됐다. 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일반적인 초등학교라면 하교하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하교생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이것도 박씨 때문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학생들이 학원 운행 차량을 학교 운동장에서 탈 수 있도록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서 집에 가는 학생은 동네 어른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직접 하교를 도와줬다. 봉사단은 학교 정문에 2명, 후문에 2명씩 배치돼있었다.

봉사단 C씨는 “학생들이 절대 혼자서 하교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혼자 나온 아이가 있으면 같이 하교한다.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도 있고, 상황이 있어서 혼자 하교할 수도 있지 않냐”며 “올해 초에 학교장이 이 학교는 학생 수도 적고 지역 특성상 위험하지 않다고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박씨가 거주하면서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장사 안 돼
“모두 힘들다…도저히 못 살겠다”

이어 “바로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 어린 학생이 등하교하는 장소에 성폭행범이 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등학교와 박씨의 거주지 사이에는 도로 하나가 있었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인근 대학교였다.

박씨의 거주지에서 대학교 후문 입구까지는 걸어서 2분 정도 걸린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학교 후문에는 “아이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및 학교 주변 거주 반대”라는 현수막이 겹겹이 붙어있었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여대생 D씨도 박씨의 거주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D씨는 “원래 학교 주위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박씨가 이사온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집 주인이 현관문과 창틀에 안전장치를 새로 달아줬고, 학교 선배는 밤에 귀가할 때 위험하다고 호신용 3단봉을 사줬다”며 “아무래도 밤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무섭다고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 근처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밤에 나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걱정하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박씨의 거주로 인해 봉담읍 원룸촌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분위기는 고사하고 장사도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동의청원에는 “연쇄 성범죄자 수원 발바리 박병화의 퇴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성범죄자의 3년 내 재범 확률은 62%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 모두 예방이 아닌 재범이 발생된 이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탁상공론적 대응이다. 어떠한 대응도 시민과 한 아이의 부모에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병화의 빠른 퇴거 및 보호 시설 입소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청원 동의 수는 3만6519명으로 1만3481명이 더 동의하면, 청원은 국회 소관 위원회에 회부된다.

이 같은 상황에 화성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최우선으로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가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은 화성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고수했다.

근본적
해결은?

성범죄자의 거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의 양형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40년에서 50년까지 형량을 내린다. 박병화는 올해 겨우 39세다. 결국 지금 양형 조건으로는 현재 10년 정도 구속시키고, 출소해서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양형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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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