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원 발바리’ 박병화 집 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05 10:55:17
  • 호수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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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한 놈이 동네 삼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특히 ‘이곳’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타니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청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서 더 그랬다. 온 마을이 목놓아 한 사람의 퇴거를 외치고 있다. 바로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박병화는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수원 발바리’라고 불렸다. 여기서 말하는 발바리는 국어사전에 ‘몸이 작고 다리가 짧은 반려견’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경망스럽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유한다. 즉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20대 8명
성폭행

박씨는 2002년과 2005년에서 2007년까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와 영통구 일대의 20대 여성 8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피해자는 전부 원룸에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었다.

박씨는 혼자 거주하는 여성의 집 방범창을 뜯고 들어가거나 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그는 여자친구도 있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박씨는 2008년 1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같은 해 6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으로 감형받았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복역 중 2002, 2005년 저질렀던 2건의 여죄가 추가로 밝혀지면서 형기가 4년 연장됐다.


박씨는 출소 후 보호 관찰시설에서 생활하길 원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월18일 국정감사에서 “박병화가 어디서 거주할지 기준을 만들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지역 상황을 고려해 주의 깊게 보며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0월21일 ‘고위험 성범죄자 재범방지 추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박병화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거주지역 및 거주 형태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은 ▲박병화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 구축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치안 관리 ▲박병화 거주지 주변에 방범 진단 실시 ▲지자체와 협조해 CCTV 등 범죄 예방시설 확충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1대1 전자 감독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역 경찰, 기동대 등 경찰력을 활용해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의 대응 계획을 주민들에게도 공유하며 지역민의 불안감 해소와 안전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불안감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성범죄자, 화성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
성인 걸음 초등학교 7분 댛닥교 2분 거리

지난 10월31일 만기 출소한 박씨는 첫 거주지로 수원이 아닌 화성을 선택했다. 박씨의 모친은 박씨의 출소를 앞둔 지난 10월25일 화성의 한 부동산을 찾아 “조카가 살 집”이라고 말하며 보증금 100만원, 월세 30만원의 12개월짜리 원룸 임대차계약을 했고 바로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당시 박씨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박씨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지난 10월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씨의 모친이였는데, 여기에 박씨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거주자인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박씨의 강제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분괴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박씨의 거주를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 건 사기 행위에 준하는 위법 계약이라고 보인다. 원룸 관계자와 협의해 계약을 철회하고 강제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의 거주지는 지난 10월31일 오전 10시50분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됐다. 성범죄자 알림e에는 박씨의 정면, 양 측면, 전신 등 4장의 사진이 공개됐다.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지는 동일했다.

박씨가 화성시 주민이 된 즉시, 화성시 주민들은 분노했다. 지난달 1일 박씨 거주지 인근의 초등학교 어머니회와 봉담 초·중·고교 학부모연합회 50여명이 박씨의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연쇄 성폭행범의 거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성시 맘카페는 난리가 났고, 이 일대는 폭탄 맞은 듯 구멍이 났다. 법무부 직원은 이곳을 한 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냐. 도대체 누가 거주를 허락한 것이냐. 성범죄자의 거주를 결사반대하고 퇴거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알리지 않고 
방 구했다?

같은 날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박병화 퇴거는 물론, 해당 지역 치안 관리 강화, 범죄 예방시설 확충, 안전교육 확대 등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화성시 여성 단체 협의회 ▲화성시에 입주한 기업 단체 ▲이장 단체 협의회 ▲각 동 주민 일동 등이 모여서 한마음으로 박씨의 퇴거를 요청했다.

법조계는 박씨를 퇴거시키는 데 회의적이었다. 이유는 계약조건에 ‘성범죄자로 드러날 경우 계약은 무효’ 같은 특약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있다. 2020년 11월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 한 다세대주택의 집주인과 2년 계약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그러나 월세 계약 과정에서 조씨가 아닌 그의 아내가 계약을 했고, 이를 몰랐던 집주인은 퇴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조씨 측은 “이사 갈 곳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고 현재도 거주 중이다.

박씨의 거주지 앞에서는 여전히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9일 박씨의 거주지인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을 취재했다. 특히 이곳은 초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지점이어서, 박씨가 거주한 이후 사뭇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박씨의 거주지는 대로변에서 수원대학교 후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1분 정도 올라가다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박씨의 원룸은 3층짜리 빌라로, 동일한 모양의 빌라 4개 중 가장 안쪽에 위치했다. 

주변은 모두 원룸들로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도처에 있는 경찰로 ‘무언가 위험한 사람’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경찰이 아니어도 이곳에 박씨가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거주 절대 반대” “성범죄자 박병화를 화성 시민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다” 등의 현수막이 곳곳마다 걸려 있기 때문이다. 

순찰 초소 설치
경찰 상시 주둔

특히 박씨 거주지 원룸촌 골목 초입에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순찰 초소가 설치돼있다. 이곳에는 경찰이 상시 주둔하고 있고, 박씨의 원룸 입구 문 바로 앞에는 비닐 막으로 된 임시 초소를 만들어서 2명의 경찰이 상주 중이었다. 경찰은 시간마다 골목을 순찰하고 있었다. 

해당 빌라에 거주 중이라는 A씨는 기자에게 박씨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A씨는 “박씨가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난 뒤로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동네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학생이 많이 사는데 얼마나 무섭겠냐”며 “안전에 관해서는 경찰이 계속 상주해 있고 순찰도 계속 돈다. 경찰이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저 사람 한 명 때문에 경찰들이 계속 상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 너무 힘든 일이다. 박씨가 보호 관찰시설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 앞에서 진행되는 시위 때문에 시끄러워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의견은 근처 상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B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씨는 기자에게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거주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특히 이곳에는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쉬는 분들이 있다”며 “이분들은 시위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이사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일요시사>는 박씨 집에서 인근 초등학교까지 걸어가 봤다. 성인 기준으로 천천히 걸어서 7분 정도 소요됐다. 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일반적인 초등학교라면 하교하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하교생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이것도 박씨 때문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학생들이 학원 운행 차량을 학교 운동장에서 탈 수 있도록 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서 집에 가는 학생은 동네 어른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직접 하교를 도와줬다. 봉사단은 학교 정문에 2명, 후문에 2명씩 배치돼있었다.

봉사단 C씨는 “학생들이 절대 혼자서 하교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혼자 나온 아이가 있으면 같이 하교한다. 아무래도 맞벌이 부부도 있고, 상황이 있어서 혼자 하교할 수도 있지 않냐”며 “올해 초에 학교장이 이 학교는 학생 수도 적고 지역 특성상 위험하지 않다고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박씨가 거주하면서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장사 안 돼
“모두 힘들다…도저히 못 살겠다”

이어 “바로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 어린 학생이 등하교하는 장소에 성폭행범이 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등학교와 박씨의 거주지 사이에는 도로 하나가 있었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인근 대학교였다.

박씨의 거주지에서 대학교 후문 입구까지는 걸어서 2분 정도 걸린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학교 후문에는 “아이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 “성범죄자 박병화 화성시 및 학교 주변 거주 반대”라는 현수막이 겹겹이 붙어있었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여대생 D씨도 박씨의 거주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D씨는 “원래 학교 주위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박씨가 이사온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집 주인이 현관문과 창틀에 안전장치를 새로 달아줬고, 학교 선배는 밤에 귀가할 때 위험하다고 호신용 3단봉을 사줬다”며 “아무래도 밤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무섭다고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 근처 음식점들이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밤에 나가지 않는다. 집에서도 걱정하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박씨의 거주로 인해 봉담읍 원룸촌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분위기는 고사하고 장사도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동의청원에는 “연쇄 성범죄자 수원 발바리 박병화의 퇴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성범죄자의 3년 내 재범 확률은 62%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 모두 예방이 아닌 재범이 발생된 이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탁상공론적 대응이다. 어떠한 대응도 시민과 한 아이의 부모에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병화의 빠른 퇴거 및 보호 시설 입소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청원 동의 수는 3만6519명으로 1만3481명이 더 동의하면, 청원은 국회 소관 위원회에 회부된다.

이 같은 상황에 화성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최우선으로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가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 성폭행범은 화성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고수했다.

근본적
해결은?

성범죄자의 거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의 양형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40년에서 50년까지 형량을 내린다. 박병화는 올해 겨우 39세다. 결국 지금 양형 조건으로는 현재 10년 정도 구속시키고, 출소해서 사회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양형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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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