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어긋난 행보 속사정

오른쪽으로 튼 안, 왼쪽으로 돌린 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야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중도층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사사건건마다 극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비록 현재는 자신이 보수당에 몸담고 있지만 중도층에게 호소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과연 누가 중도층을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군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중 ‘중도’ 성향을 가진 후보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중도를 자처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차기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안 의원이, 당외에서는 유 전 의원의 주목도가 높다.

같은 목표 
다른 쪽으로

한 명은 당내에서, 나머지 한 명은 당외에서 열심히 세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정치노선은 합리적 중도·보수다. 당권주자, 중도보수를 희망하는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도보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과거 민주 진영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띄웠던 바 있다. 

실제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선호도는 50%가 넘었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이 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보수 진영에선 IT 전문가인 안 의원이 과연 정치를 잘하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변화 욕구가 안 교수(당시 교수)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정치 유망주로서 시작 전부터 상당히 몸값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셈이다.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이름이 언급됐다. 본격적인 정치 참여는 18대 대선 때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 의원의 정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에 입성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까지 지냈으나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을 도모하게 되는데 바로 국민의당의 탄생이었다. 국민의당은 세력을 점차 불려 나갔다. 당시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호남 돌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국회 의석 300석 중 38석을 거머쥐며 국회 원내 교섭단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호남 유력 중진 의원들과 안철수계의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됐다. 이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서 진보 진영과는 사실상 결별을 택했다. 

안, 정부에 직언…윤심 변수
보수 세력 모으기? “난항 중”

안 의원은 당시 “통합은 영·호남, 진보·보수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던 과거의 구태정치 역사를 뒤안길로 보내는 결정”이라며 중도층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안 의원이 점차 진보중도 노선에서 보수중도 노선으로 갈아타게 된 계기다. 보수로 노선을 갈아탄 안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보수 정당에 몸을 담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재창당했던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중도노선으로 방점을 찍었다고는 하나 정치적 스탠스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임을 자처한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정부 초기부터 밑그림을 그려왔다. ‘윤정부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 또한 잘 다져갔다. 

보수당에 몸담은 그는 차기 당 대표로 자주 거론됐다. 당시에는 당장 당권을 운운하는 게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권 도전 선언 직전 안 의원의 노림수는 보수층이었다. 본래 보수가 아닌 탓에 지지 기반이 다소 약했던 탓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방문해 본격적인 보수 공략을 시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심을 얻는 것이 핵심인 상황에서 그에게는 원조 보수층의 지지가 절실했다. 앞서 안 의원은 2018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물들과 제3세력을 추구했으나 쌓아온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었던 바 있다. 과도한 우클릭이 오히려 패착이 된 셈이었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기존 보수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당 지도부와 다소 대치되는 발언들을 내놓는다.

좌와 우
바뀐 위치

윤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김기현 의원과는 다른 결이다. 할 말은 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악화돼있는 당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 의원이 궤도를 수정한 이유는 극우 보수의 당심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조 보수 세력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 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지세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권주자로 언급될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당내에서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역시 현재 6%대의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원조 보수 우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중이다. 

결국 안 의원 입장에서는 다른 공략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당내의 비주류에 방점을 찍고 비주류 세력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대로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능력’을 강조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은 현재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누는 듯한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견해를 밝힌다. 최근 논란된 도어스테핑 논란 역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역시 초반에 받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당 지도부와는 생각이 다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값으로 세력화를 시도 중이다.

현재 당권주자 중 안 의원의 네임 밸류는 단연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는 등 존재감 띄우기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이름값에 비해 최근 존재감이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 탓에 안 의원은 공부 모임을 직접 조직하기보다는 당내에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새로 설정한 목표가 기득권을 향한 비판과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본다.

능력과
이름값

안 의원에게 닥칠 변수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심이 안 의원을 향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 윤 대통령이 보수 우파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사실상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벌어지다 못해 아예 등을 돌리고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본래 보수 출신 인사로 새누리당 시절부터 몸값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 그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탄핵에 가담하면서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세력 다툼이 계속됐다. 결국 유 전 의원은 2019년 변화와 혁신을 해내겠다며 신당 창당을 했으나 이마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새로운보수당으로 개혁보수를 꿈꿨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자유한국당 등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에 한동안 몸을 담았다. 

합당 이후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이때부터가 그의 내리막길이 됐다. 대선 때도 보수의 근거지 대구에서 비례대표 1번과 4선 의원까지 지냈던 그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9대 대선에서는 득표율 6%를 넘기는 데 그쳤으며 지방선거 때도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김은혜 홍보수석과 대결을 펼쳤으나 당심은 그를 외면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이 침묵을 깬 시점은 지난 6월 북 콘서트를 개최하면서다. 이때부터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한 높은 수위의 비판을 이어갔다. 완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 윤 대통령 직접 타격
당내 비윤 세력화 관건

현재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당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의 몸은 여전히 보수당에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중도층 이탈 등에 대해서는 당에서 비판 목소리가 딱히 나오지 않는 지점을 공략한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1번 타깃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중도층을 노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최근 발언을 두고 야당보다 더 야당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만큼 자신이 소속한 당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이 최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간 느낌마저 든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이 내부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유 전 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윤심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은 “당을 같이 할 이유가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공격 성향은 여당 안의 야당으로서의 세력화를 부각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도 유 전 의원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유 전 의원에게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을 하는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당원들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진정 모르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당을 거의 적으로 둔 것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긴 하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민심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내부 표심을 얻을 방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를 선출 시 여론조사는 7(당원)대 3(외부) 비율을 택하고 있다.

내부 당권주자들은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외치는 역선택은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당외서
압도적

이에 따라 한동안 비율을 9대 1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없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직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유 전 의원 입장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정치무대가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인물 모두 중도보수에 방점을 찍고는 있지만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김기현 연대설

차기 당 대표 선출 때는 윤심이 반영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윤심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윤심을 등에 업으려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거의 윤 대통령과 동기화된 상태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다.

최근 김 의원이 발족한 새로운 미래 혁신24 모임이 3개월 만에 개최되면서 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까지 참석하면서 일각에서는 나경원·김기현 연대설이 흘러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라는 말까지 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심에서 우세한 나 부위원장이 직책을 2개 맡은 상황에서 직접 출마가 어려워 친윤계 후보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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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