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정감사와 6년 권태기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2.10.31 14:23:35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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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24일 국정감사를 끝내고 예산정국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정감사 기간 동안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올해 국정감사는 여야 모두 당내 선거와 내분으로 준비가 미흡했고, 대선 이후 팽팽한 정쟁 때문에 올해 국감이 알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다. 그러나 사실 국감 현장에서 질의나 답변을 주도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여야 간사들의 고군분투는 기대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18개 상임위 중 4곳을 뺀 14개 상임위 간사는 모두 재선 의원이다. 초선은 의정활동이 미숙하고 3선 이상은 상임위원장을 주로 맡기 때문에 관례상 간사는 재선 의원들이 맡아왔다.

재선 의원 간사는 올해 6년 차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재선 의원 간사가 무기력해졌을까? 20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의 패기는 보이지 않고, 권태기를 앓고 있는 것 같아 그 이유를 찾아봤다.

우리나라는 6년 단위로 삶의 과정이 나뉘어 있다. 아동기 6년,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대학교+군대(혹은 대학원, 취업 준비) 6년, 초급 사원 6년, 중견 간부 6년 등등, 6년마다 환경이 바뀌는 전환기를 맞이하는 형태다.

6년마다 전환기가 있다는 것은 6년이라는 기간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6년 이상 한 틀 안에 있다 보면 너무 지루해서 권태기가 올 수도 있어 6년 단위로 기간을 나눴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과 집권당이 임기 6년째 되는 해에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서 참패해왔는데, 이를 6년 권태기(six-year itch)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14년까지 7번의 집권 6년 차 중간선거에서 6번이나 집권당이 패배했으니 권태기라고 할만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년 권태기를 맞지 않은 때는 1998년 중간선거가 유일하다고 한다. 당시 빌 클린턴(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나섰던 공화당이 거센 역풍으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6년 권태기’를 피해 갈 수 있었다. 

2016년 촛불집회로 기선을 잡은 우리나라 진보정권도 6년째 되는 2022년 대선에서 패했고, 2016년 국회에 입성한 현재 재선 의원들도 6년 권태기에 걸려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6년 권태기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보증기금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창업 6년째 되는 해에 문닫는 기업이 많다. 창업 초기 열정이나 자금, 그리고 능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6년째라는 의미다. 

강남 부자들도 6년마다 차를 교체하고, 연인들도 6년 차에 이별의 위기를 맞고, 결혼한 부부도 6년 차가 됐을 때 권태기를 갖는다고 한다. 6년이 되는 해에 생기는 6년 권태기(six-year itch)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다.

각종 통계가 말해주듯, 6년 권태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도 6년 저주 속에 들어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이나 사회단체는 많은 분야에서 6년 단위 통계를 내야 하고, 정부는 이 6년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 사회적 손실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6년 저주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0진법에 익숙해 10년이나 5년 단위의 목표를 많이 세우는 편이다.


그래서 6년 단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어 6년 계획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건 단체건 개인이건 6년 저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 중 6년째 되는 일이 있다면, 권태기는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얼마 전 만난 조카가 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 회사 업무도 거의 파악하고 과장도 됐지만 임원까지 승진하려면 갈 길도 멀고, 또한 반복되는 회사생활도 지루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조카 역시 6년 권태기를 느끼고 있었다. 현재 국회의원 299명 중 재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6명 모두 50명이다. 이들이 올해 6년 권태기를 지혜롭게 잘 보내고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더 멋진 활약상을 보여줘야 우리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응원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정확히 6년 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시작됐던 날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6년 권태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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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