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백수오’ 참기름 명인의 두 얼굴

봉이 김선달에 홀라당 속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홈쇼핑 ‘공영홈쇼핑’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자료를 꼼꼼히 살피지 않아 24억원 어치 ‘참기름 사기극’을 막지 못한 게 들통났다. 설립 취지와 반대로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를 부채질한 데다 영업 이익까지 시원찮았다.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을 그 누가 반대하랴. 하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무능은 ‘죄’다.

공영홈쇼핑은 단순한 홈쇼핑 기업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중소기업과 농·어업인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지분은 모기업 중소기업유통센터(이하 센터)가 50%, 농협이 45%, 수협이 5%를 나눠 가졌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중기부 산하
공공기업

공영홈쇼핑은 설립 목적에 따라 모든 홈쇼핑 판매상품을 국내 농·축·수산물과 중소기업 제품만으로 편성한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개국한 이래로 5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개국 첫해 영업손실은 2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적자 액수를 줄여오면서 2019년 영업손실액은 49억원에 그쳤다.

적자 경영이 지속된 주요 원인으로는 산업과 채널 특성이 지목됐다. 홈쇼핑 자체가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한 점 등이 흑자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공영홈쇼핑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 유행 초반 터진 ‘마스크 대란’ 직후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지정되면서다. 매출과 신규 가입 고객이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한 달도 채우지 못한 공적 마스크 판매 기간 사이 공영홈쇼핑에 유입된 고객 수는 150만명에 달했다.


이에 발맞춰 공영홈쇼핑은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 유입을 촉진했다. 트렌드를 읽은 상품 구성을 통한 매출 신장 노력도 눈에 띄었다. 당해 공영홈쇼핑은 뜻밖의 호재와 각종 노력에 힘입어 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영홈쇼핑의 선전은 ‘반짝 특수’로 막을 내렸다. 단 한 번의 성공으로는 그 앞뒤에 놓인 각종 논란과 의혹을 덮을 수 없었다. 공영홈쇼핑이 얽힌 여러 논란 중에서도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건 단연 ‘가짜 참기름 사건’이다.

가짜 참기름 사건은 충청북도 충주에 위치한 한 참기름 제조업체 A사가 원산지를 속인 ‘가짜 국산’ 참기름을 팔다 덜미를 잡힌 사건이다. A사는 2020년 센터로부터 우수협력사로 선정됐고, A사 경영을 사실상 주도한 B씨는 지난해 5월 청주의 한 민간 사단법인에서 ‘한국무형문화유산 명인’에 등재된 터라 더욱 파장이 컸다.

A사는 주로 공영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팔아치웠다. 모회사 센터가 참기름을 납품받으면 이를 자회사 공영홈쇼핑이 판매하는 형태였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가짜 참기름 판매 방송을 1년6개월간 총 27번 진행했고, 이를 통해 A사는 3만6000여명에게서 24억30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지난해 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게 발각됐다. 이후 열린 1심 재판에서 A사 대표 B씨는 징역 3년형을, 이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피해 해소가 상당 부분 이뤄지지 않았고, 2013년에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벌금을 받은 바 있다”며 양형 이유를 부연했다. 피고인들이 1심 결과에 불복하면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참기름’ 부실 검증에 24억원 피해
환불은 지지부진 “국감 앞두고 급히…”

<일요시사>가 입수한 1심 판결문에는 이들 일당의 원산지 조작 수법이 자세히 명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중국·인도산 참깨 36톤에 국내산 참깨 일부를 섞어 참기름을 가공했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란에는 ‘국산 100%’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센터와 소비자를 동시에 속였던 이들은 문서 위조까지 감행했다. B씨는 국산 참깨를 입고·사용한 적이 없음에도 원료 수불 대장에는 관련 코드를 명시했다. 수사 포위망이 좁혀지자 여러 은행의 입출금 거래내역을 위조해 수사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겉보기에는 공영홈쇼핑 역시 A사와 B씨에 속은 피해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츰 드러난 실상은 달랐다. 공영홈쇼핑이 제품을 부실 검증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사전 방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영홈쇼핑 품질보증(QA) 기준서에는 원산지 증명서가 필요 서류로 기재돼있다. 이는 관련 평가항목 중 가장 큰 배점이 부여된 요소로, 서류 내 필수 기재 내용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공영홈쇼핑은 A사가 제출한 서류 중 일부에 필수 기재 사항이 누락된 점을 알지 못했다. 방송 판매 직전, 담당 직원은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도 관련 항목에 만점을 부여했다. 제조사에 이어 공영홈쇼핑으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배경이다.

아울러 공영홈쇼핑은 지지부진한 소비자 보상으로 빈축을 샀다. 공영홈쇼핑은 사건 적발 직후 환불 요청 고객에 한해 즉각 환불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구매자의 대부분은 아직 환불받지 못했다. 공영홈쇼핑 측이 재판 결과를 보고 보상 범위를 정하기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공영홈쇼핑 측은 지난달 ‘조건 없이 전액 환불’이라는 방침을 확정하고 관련 절차를 개시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달 말 자체 홈페이지에 환불 사실을 공지했고, 최근에 들어서야 구매자에게 메일·문자메시지 고지를 끝낸 것으로 파악됐다. 

부실 검증
피해 확산

뒤늦은 공지로 환불 절차 마무리는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 11일까지 판매 고객 중 7505명에게 5억4400만원을 환불했다. 전체 피해 규모에 비하면 약 20%에 불과하다. 

한 의원은 공영홈쇼핑이 환불 과정을 질질 끈 것에 의도성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환불을 빨리 진행했어야 하는데, 재판 결과를 보겠다며 (환불을)미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재판 결과 B씨가 구속됐는데도 늑장을 부리다 지난달 절차를 밟았다. 국감을 앞두고 급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며 “(환불)접수 기간도 이달 말까지로 굉장히 짧다. 피해자 전체가 환불받지 못하게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영홈쇼핑의 가짜 참기름 사건은 2015년 터진 ‘백수오 파동’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당시 백수오는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일약 ‘백수오 붐’이 일자,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앞다퉈 관련 제품을 만들었다. 이는 홈쇼핑을 중심으로 널리 판매됐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된 백수오 관련 제품들이 알고 보니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같은 속에 속하는 친척관계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더군다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달랐다. 백수오는 당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어도 항산화물질을 함유한 점, 동의보감에 약재로 등록된 점 등을 근거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생산됐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 설명에 의하면 이엽우피소는 자체 독성으로 구토·경련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섭취에 적합하지 않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 결과, 백수오 원료 공급 70~80%를 과점 중인 업체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어진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 과정에서도 이엽우피소를 함유한 제품이 무더기로 밝혀졌다. 결국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제품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그런데 오프라인 업체들이 대체로 ‘즉각 환불’ 방침을 세운 것에 반해, 홈쇼핑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은 망설이다 뒤늦게 환불 계획을 발표했다. 그 사이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환불 지연
일부러?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는 업계에서 두 사건을 모두 겪었다. 조 대표는 백수오 파동 당시 한 민간 홈쇼핑 기업의 전무로 재직하고 있었다.

한 의원은 조 대표의 이 같은 이력을 들어 ‘환불 고의 지연 의혹’을 뒷받침했다. 한 의원은 <일요시사>에 “당시 조 대표가 전무로 있었던 민간 기업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환불 절차를 마무리지었다”며 “그때에 비해 (대처가)너무 늦다. 고의성이 있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국감장에서도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그는 지난 13일 산자위 국감장에서 “공영홈쇼핑 사장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 당시 타 홈쇼핑 전무로서 즉각 환불 조치를 해준 바 있다”며 “이번 가짜 국산 참기름 판매에 대한 환불 조치가 지연된 데 따른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조 대표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남기지 않았다. 

앞서 공영홈쇼핑 측은 가짜 참기름 사건에 대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점검을 강화했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원재료·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품질보증 가이드를 더욱 관리·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국감에선 이외에도 공영홈쇼핑 운영 전반에 관한 질타가 줄을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공영홈쇼핑이 제출한 방송 편성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공영홈쇼핑에는 개국 직후부터 지난 8월까지 3880개 업체가 입점했다. 누적 방송 횟수는 6만2823회다.

입점 업체 중 36.8%는 방송 기회를 단 1번밖에 얻지 못했다. 반면 특정 업체는 무려 1000회 이상 편성되는 등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이를테면 식품의 경우 295개 업체가 1번 방송할 동안 특정 업체는 무려 1203번 나왔다. 패션·언더웨어는 61개 업체가 1회 편성될 때, 한 업체는 무려 1122회 방송됐다. 다른 제품군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특혜를 줬다는 의심이 이어졌다.

“중소기업 도와라” 세워놨더니… 
방송 편성 양극화, 특혜 의심까지

공영홈쇼핑은 매출 규모가 큰 업체에 방송을 몰아줬다. 식품 방송 횟수 상위업체 매출을 살펴보면 10개 중 8개가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이들은 평균 466번씩 방송을 탔다. 패션·언더웨어도 편성 상위업체 10개 중 7개가 매출 100억원이 넘었다. 방송 횟수는 평균 356회에 달했다.

홍 의원은 “공적 판로 지원 기능을 하는 공영홈쇼핑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영홈쇼핑이 입점 업체에 공정한 방송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지, 또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해 공익을 실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적 유통채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흑자 전환 이후 무료·지역 방송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며 “상품은 유망하지만 판로 운영이 어려운 업체에게는 상생 펀드를 지원하거나 자체 공익 예산을 가지고 원스톱 통합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영홈쇼핑이 설립 목적을 잘 지키지 못한 가운데, 실적마저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영홈쇼핑이 홈쇼핑 황금시간대에 정책방송은 방송하지 않은 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예산은 2380억원을 투입했는데 중소기업들 매출은 2046억원 밖에 안 된다. 10% 정도 수익이 나도 200억원에 불과한데 민간 기업이라면 존재할 수 있겠느냐”고 조 대표를 질타했다.

이에 조 대표는 “수수료를 낮춰 중소기업 판로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업이익은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수수료는 중소기업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홈쇼핑 업계에서 공영홈쇼핑의 입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2046억원을 기록했다. 홈쇼핑 산업 내 시장점유율을 따져봤을 때 단 3%에 불과한 수치다. 시청률은 2020년 0.055%, 지난해 0.03%, 올해(지난 8월 기준) 0.02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혈세 들여…
내리막길

가장 적은 매출에도 홈쇼핑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 역시 문제다. 공영홈쇼핑 안팎에서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공공기관’ 공영홈쇼핑의 존재 가치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꺼질 줄 모르는 공영홈쇼핑 낙하산 논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의 낙하산 논란이 국정감사 단골 안건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매년 비슷한 질타가 이어지지만, 낙하산성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사퇴한 최창희 전 공영홈쇼핑 대표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후보)의 대선 캠프 홍보 고문을 역임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든 장본인이다.

감사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을 수행했던 김진석 전 보좌관에 이어 유창오 감사가 임명됐다.

유 감사는 문 전 대통령 캠프에서 방송연설팀장을 맡은 바 있다.

이외에도 공영홈쇼핑은 황교익 칼럼니스트를 섭외하고 출연료 1400만원을 지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평소 친야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황씨는 반(反)중소기업 발언으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올해 국감에서는 조성호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연결고리 규명에 이목이 쏠렸다.

일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조 전 장관과 인척 관계냐고 추궁하자” 조 대표는 “창녕 조씨가 소수 성에 단일 본이지만, (조 전 장관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운>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