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비하인드 스토리

공격하던 검사들이 방패막이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수사하던 검사들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직 판검사들의 로펌 이직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관예우’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이 이직한 곳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을 변호하는 곳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던 검사들이 반대로 그들의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편으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검사들이 돌아섰다.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변호를 맡았던 로펌으로 이직했다. 피해자들은 애초 사정기관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지난 10년간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받았던 검찰과 공정위가 애초 가해기업들과 한통속이었다는 주장이다.

검찰·공정위
의지 없었나

서울중앙지검에서 2019년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수사해 SK케미칼과 애경 간부 여러명을 재판에 넘긴 검사는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했다. A 변호사는 공정거래와 기업자금, 금융·증권, 중대시민재해 등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노동과 산업재해 분야에 정통한 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했는데 A 변호사의 로펌행 역시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은 재판에서 두 기업의 변호를 맡았고, SK케미칼과 애경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태평양은 지난달 24일 A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 같은 로펌 이직은 불법이 아니다.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


옥시 한국법인의 존리 대표 등을 수사했던 B 변호사도 지난해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했다. B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수사를 맡았고 이직 직전에는 같은 검찰청에서 반부패수사부장으로 근무했다. 광장은 현재 SK케미칼 측의 변호를 맡고 있다.

B 변호사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맡았다. 당시 광장은 옥시의 피해자 배상 지원 업무에만 관여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들의 로펌 이직으로 가해기업의 입장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사 시절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보로 가해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일어난 바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 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따르면 협의체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은 2017년 10월18일, 11월1일 개정안 저지 대책 및 정부 움직임 등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당시 현재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했고 일부 국회의원에게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키는 계획을 짰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 논리 개발을 맡기고 국회의원들에게는 로비를 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피해구제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개정안은 1년이 지난 2018년 7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주심 맡던 공정위 위원도 법무법인행
전관·사정기관 출신들 여러 차례 미팅


사참위가 공개했던 협의체 회의록에도 “일부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 개정안에 대해서 100% 찬성은 아니라는 분위기 조성 필요”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협의체는 검찰과 정부 내의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회의록에는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모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 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 “살인죄 등 명백한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조사했던 공정위도 부적절한 이직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주심을 맡았던 김성하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 법무법인 지평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지평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재판에서 SK케미칼 변호를 맡았다. 가습기살균제 단독 사용 피해자들과 SK케미칼·애경의 피해지원을 위한 합의 중재를 담당한 곳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부실 조사 및 은폐 의혹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에 대해 지난 10년간 2~3차례만 조사했다. 이들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가해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로비 때문으로 보인다.

사참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 측 임직원·법률대리인은 김 전 위원과 여러 차례 만났다. 법원 1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심의·의결에서 공정위 상임위원은 판사다. 판사가 법정 밖에서 변호인들을 따로 만난 셈이다. 김 전 위원은 사참위 조사에서 “안건이 많고 방대해 면담을 하면 논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일종의 과외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수년간 수사
축소, 은폐…

사참위는 공정위가 ‘공정위 위원의 면담 등에 관한 지침(이하 면담 지침)’을 어긴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면담 지침은 2012년 만들어졌다. 지침에는 원칙적으로 기업 측 피심인을 만나선 안 된다고 규정해놨다. 공정위는 김 전 위원이 면담 지침을 어겼다고 보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전관이나 로펌 인사와 ‘장외 접촉’이 문제가 되자, 공정위는 2017년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만들었다.

사참위는 공정위가 소비자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부처인데도,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엄격하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산하에 한국소비자원을 둔 소비자 안전 주무부처다. 공정위는 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루면서 오히려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 입증을 예단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공정위에는 또 다른 제품인 ‘세퓨’의 안전성 검증을 묻는 구체적인 민원이 접수됐다.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하더라도 안전해 유아나 환자가 있는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표시 광고가 검증된 내용이냐는 민원이었다.

같은 달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는 역학조사 중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기업 측 자료를 받아 전달하는 데 그쳤다. 훗날 세퓨 가습기살균제는 인체 위해성이 드러났다. 정부부처 간 정보공유가 되지 않으면서, 그 사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뒤늦게 세퓨 가습기살균제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7월 공정위는 애경과 이마트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원료 제조와 판매에 모두 관여한 SK케미칼은 처분 대상조차 아니었다.

공정위는 2016년 2차 조사 때에도 “환경부가 피해 인정은 했지만, 2012년 질본 동물실험 결과와 상충된다”며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상 무죄 판단에 가깝다.

공정위 전 고위관계자는 사참위 조사에서 “재심사건이다 보니 새로운 증거나 입증에 논점이 맞춰졌다”며 “원심의 기초자료까지 다 보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대형 로펌
자리 옮겨

공정위의 잘못된 행정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부실조사로 이어졌다. 공정위가 심의했던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서 입증 책임은 기업에 있다. 기업은 안전성 검증자료를 제출해 허위 혹은 과장·기만 광고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했다.

공정위는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운영(고시)’에 따라 표시광고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애경은 공정위 조사를 받던 시기에 “SK케미칼에서 인체 무해성이 입증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했다”고 공정위에 밝혔다. 애경산업은 안전성 검증 문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해왔다. 당시 이마트 또한 공정위에 “안전성을 실증할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안전성 관련 자료가 SK케미칼에 있음에도 공정위는 1차 조사 때 SK케미칼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실시한 3차 조사에서는 SK케미칼·애경 실지조사, 유통망 실지조사, SK케미칼·애경 관계자 진술조사, 애경산업 포렌식 실시가 이뤄졌다. 3차 조사에서도 공정위는 SK케미칼은 포렌식 조사를 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사참위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사참위가 공정위에 SK케미칼의 제출자료를 내달라고 했지만,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제12조 비밀엄수의 의무를 들어 사참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케미칼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비밀엄수를 해야 해 SK케미칼 자료를 사참위에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해기업들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통상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2심에서 뒤집히기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000여명으로 사망자는 1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피해 원인을 특정해야 가해자 처벌과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다.

‘SK케미칼·애경 변호’ 태평양·광장에 둥지
가해기업 관계자 재판 넘긴 수사 담당 이직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인 옥시싹싹과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라는 점이다. 이는 가해기업들의 무죄 근거 중 하나로 쓰이기도 했다.

총 98명의 피해자 중 94명은 옥시싹싹과 가습기메이트를 함께 쓴 복합 사용자이고, 가습기메이트만 쓴 단독 사용자였다. 이들의 피해가 CMIT·MIT 성분으로 인한 피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경부가 2018년 수행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을 위한 독성시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환경부는 PHMG 성분을 쥐의 기도에 점적투여(용액을 떨어뜨림)해 폐섬유화를 유발한 뒤 CMIT·MIT 성분을 쥐에 흡입 노출하는 시험과 CMIT·MIT 성분만 단독으로 쥐에 흡입 노출하는 시험을 각각 수행했다.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했다는 피해자의 수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의 실험을 모두 한 것이다.

하지만 CMIT·MIT에만 노출된 쥐에서는 폐의 염증이나 폐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 연구에서는 시험 동물에 대한 노출 시간을 하루 20시간으로 늘리고, 시험 물질의 농도도 가습기메이트 권장사용량의 833배에 달하도록 높였지만 CMIT·MIT를 흡입한 시험동물에게서 폐섬유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1심 법원이 동물실험에서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쥐 실험에서 폐섬유화가 발생해야만 사람에게 폐섬유화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검찰은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예로 든다. 1957년 서독의 한 제약회사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입덧 완화 약품을 출시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 결과로만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한 산모들은 사지가 없거나 짧은 아기를 출산했다.

“로비·정보
공유 우려”

전 세계 48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남긴 이 사건은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간과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CMIT·MIT가 동물 호흡기 등에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존재하기에 재판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공론화된 지 11년이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들은 최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품을 전시해 추모하고, 가해 기업인 옥시·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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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