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비하인드 스토리

공격하던 검사들이 방패막이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수사하던 검사들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직 판검사들의 로펌 이직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관예우’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이 이직한 곳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을 변호하는 곳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던 검사들이 반대로 그들의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편으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검사들이 돌아섰다. 일부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변호를 맡았던 로펌으로 이직했다. 피해자들은 애초 사정기관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지난 10년간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받았던 검찰과 공정위가 애초 가해기업들과 한통속이었다는 주장이다.

검찰·공정위
의지 없었나

서울중앙지검에서 2019년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수사해 SK케미칼과 애경 간부 여러명을 재판에 넘긴 검사는 최근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했다. A 변호사는 공정거래와 기업자금, 금융·증권, 중대시민재해 등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노동과 산업재해 분야에 정통한 검사 출신을 대거 영입했는데 A 변호사의 로펌행 역시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은 재판에서 두 기업의 변호를 맡았고, SK케미칼과 애경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2심 재판을 진행 중인 태평양은 지난달 24일 A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 같은 로펌 이직은 불법이 아니다.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은 원칙적으로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


옥시 한국법인의 존리 대표 등을 수사했던 B 변호사도 지난해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했다. B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수사를 맡았고 이직 직전에는 같은 검찰청에서 반부패수사부장으로 근무했다. 광장은 현재 SK케미칼 측의 변호를 맡고 있다.

B 변호사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맡았다. 당시 광장은 옥시의 피해자 배상 지원 업무에만 관여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들의 로펌 이직으로 가해기업의 입장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검사 시절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보로 가해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의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일어난 바 있다. SK케미칼과 애경은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 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 따르면 협의체를 만든 SK케미칼과 애경은 2017년 10월18일, 11월1일 개정안 저지 대책 및 정부 움직임 등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당시 현재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했고 일부 국회의원에게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키는 계획을 짰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 논리 개발을 맡기고 국회의원들에게는 로비를 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7년 9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피해구제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개정안은 1년이 지난 2018년 7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주심 맡던 공정위 위원도 법무법인행
전관·사정기관 출신들 여러 차례 미팅


사참위가 공개했던 협의체 회의록에도 “일부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 개정안에 대해서 100% 찬성은 아니라는 분위기 조성 필요”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언론 플레이’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협의체는 검찰과 정부 내의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회의록에는 “새로 부임한 형사2부 박모 부장검사는 검찰 동향 모니터링 중이기는 하나 공정위로부터 자료 등을 받은 것이 없고 당장 조치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함” “살인죄 등 명백한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조사했던 공정위도 부적절한 이직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주심을 맡았던 김성하 전 상임위원은 지난해 법무법인 지평에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지평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재판에서 SK케미칼 변호를 맡았다. 가습기살균제 단독 사용 피해자들과 SK케미칼·애경의 피해지원을 위한 합의 중재를 담당한 곳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부실 조사 및 은폐 의혹 정황이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에 대해 지난 10년간 2~3차례만 조사했다. 이들 기업은 공정위로부터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가해기업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로비 때문으로 보인다.

사참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 측 임직원·법률대리인은 김 전 위원과 여러 차례 만났다. 법원 1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심의·의결에서 공정위 상임위원은 판사다. 판사가 법정 밖에서 변호인들을 따로 만난 셈이다. 김 전 위원은 사참위 조사에서 “안건이 많고 방대해 면담을 하면 논점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일종의 과외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수년간 수사
축소, 은폐…

사참위는 공정위가 ‘공정위 위원의 면담 등에 관한 지침(이하 면담 지침)’을 어긴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면담 지침은 2012년 만들어졌다. 지침에는 원칙적으로 기업 측 피심인을 만나선 안 된다고 규정해놨다. 공정위는 김 전 위원이 면담 지침을 어겼다고 보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전관이나 로펌 인사와 ‘장외 접촉’이 문제가 되자, 공정위는 2017년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을 만들었다.

사참위는 공정위가 소비자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부처인데도,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엄격하게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는 산하에 한국소비자원을 둔 소비자 안전 주무부처다. 공정위는 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루면서 오히려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 입증을 예단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공정위에는 또 다른 제품인 ‘세퓨’의 안전성 검증을 묻는 구체적인 민원이 접수됐다.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하더라도 안전해 유아나 환자가 있는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표시 광고가 검증된 내용이냐는 민원이었다.

같은 달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는 역학조사 중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기업 측 자료를 받아 전달하는 데 그쳤다. 훗날 세퓨 가습기살균제는 인체 위해성이 드러났다. 정부부처 간 정보공유가 되지 않으면서, 그 사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뒤늦게 세퓨 가습기살균제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7월 공정위는 애경과 이마트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원료 제조와 판매에 모두 관여한 SK케미칼은 처분 대상조차 아니었다.

공정위는 2016년 2차 조사 때에도 “환경부가 피해 인정은 했지만, 2012년 질본 동물실험 결과와 상충된다”며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상 무죄 판단에 가깝다.

공정위 전 고위관계자는 사참위 조사에서 “재심사건이다 보니 새로운 증거나 입증에 논점이 맞춰졌다”며 “원심의 기초자료까지 다 보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고 진술했다.

대형 로펌
자리 옮겨

공정위의 잘못된 행정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부실조사로 이어졌다. 공정위가 심의했던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서 입증 책임은 기업에 있다. 기업은 안전성 검증자료를 제출해 허위 혹은 과장·기만 광고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했다.

공정위는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운영(고시)’에 따라 표시광고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애경은 공정위 조사를 받던 시기에 “SK케미칼에서 인체 무해성이 입증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했다”고 공정위에 밝혔다. 애경산업은 안전성 검증 문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제품을 판매해왔다. 당시 이마트 또한 공정위에 “안전성을 실증할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안전성 관련 자료가 SK케미칼에 있음에도 공정위는 1차 조사 때 SK케미칼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실시한 3차 조사에서는 SK케미칼·애경 실지조사, 유통망 실지조사, SK케미칼·애경 관계자 진술조사, 애경산업 포렌식 실시가 이뤄졌다. 3차 조사에서도 공정위는 SK케미칼은 포렌식 조사를 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사참위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사참위가 공정위에 SK케미칼의 제출자료를 내달라고 했지만, 공정위는 표시광고법 제12조 비밀엄수의 의무를 들어 사참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SK케미칼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비밀엄수를 해야 해 SK케미칼 자료를 사참위에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해기업들은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통상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2심에서 뒤집히기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과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000여명으로 사망자는 1500명이 넘는다. 이들의 피해 원인을 특정해야 가해자 처벌과 피해 구제가 이뤄질 수 있다.

‘SK케미칼·애경 변호’ 태평양·광장에 둥지
가해기업 관계자 재판 넘긴 수사 담당 이직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인 옥시싹싹과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라는 점이다. 이는 가해기업들의 무죄 근거 중 하나로 쓰이기도 했다.

총 98명의 피해자 중 94명은 옥시싹싹과 가습기메이트를 함께 쓴 복합 사용자이고, 가습기메이트만 쓴 단독 사용자였다. 이들의 피해가 CMIT·MIT 성분으로 인한 피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경부가 2018년 수행한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규명을 위한 독성시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환경부는 PHMG 성분을 쥐의 기도에 점적투여(용액을 떨어뜨림)해 폐섬유화를 유발한 뒤 CMIT·MIT 성분을 쥐에 흡입 노출하는 시험과 CMIT·MIT 성분만 단독으로 쥐에 흡입 노출하는 시험을 각각 수행했다.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만 사용했다는 피해자의 수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의 실험을 모두 한 것이다.

하지만 CMIT·MIT에만 노출된 쥐에서는 폐의 염증이나 폐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 연구에서는 시험 동물에 대한 노출 시간을 하루 20시간으로 늘리고, 시험 물질의 농도도 가습기메이트 권장사용량의 833배에 달하도록 높였지만 CMIT·MIT를 흡입한 시험동물에게서 폐섬유화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1심 법원이 동물실험에서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쥐 실험에서 폐섬유화가 발생해야만 사람에게 폐섬유화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검찰은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예로 든다. 1957년 서독의 한 제약회사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입덧 완화 약품을 출시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독성 실험 결과로만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었다. 하지만 약을 복용한 산모들은 사지가 없거나 짧은 아기를 출산했다.

“로비·정보
공유 우려”

전 세계 48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남긴 이 사건은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간과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힌다. CMIT·MIT가 동물 호흡기 등에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존재하기에 재판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공론화된 지 11년이 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들은 최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유품을 전시해 추모하고, 가해 기업인 옥시·애경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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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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