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주호영 원내대표의 난제 넷

윤핵관 마지막 발악 통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주호영 의원이 2년 만에 다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컴백했다. 이로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2기 체제가 본격적으로 첫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탓이다. 더 이상의 실수는 윤핵관에게 치명적인 독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변수였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지난 19일 치러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돌입 전부터 뜨거웠다. 언급된 후보군만 10명에 이를 정도였다. 윤심과 비윤심을 사이에 두고 10명이라는 후보들의 표가 갈려 더욱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런 탓에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추대 의견을 내놨다.

확 바뀌는 
권력지형도

출마를 결심했던 대부분의 인물들은 권 전 원내대표가 띄운 추대안에 동의하며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추대론이 굳어지는 듯 보였으나 이용호 의원이 이를 무시하듯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의 의지는 상당했다.

비윤 세력 중 한 명인 이 의원은 출마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내분과 혼란에 빠져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현재 국민의힘의 사태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표 돌려막기, 추대론 등 과거 회귀적 발언만 나오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결국 합의 추대는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혔던 주호영 의원은 급하게 출마를 선언했다. 윤핵관 세력에게는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찾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대 화두는 당내서 여전히 윤핵관들이 신뢰를 받고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윤핵관 중 윤핵관인 권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고, 사실상 2기 윤핵관이 성공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는 자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선거 결과, 주 의원이 전체 106표 중 61표를 얻었고, 이 의원은 42표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선전을 비윤의 파란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인물의 표 차가 19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의 득표 수는 과반을 간신히 넘긴 수치다.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전 원내대표가 102표 가운데 81표를 차지한 것과는 대비된다. 과거 윤핵관의 위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는 윤핵관을 향한 최근 당내 신뢰도 역시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윤 그룹을 향한 견제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 의원은 주 원내대표에 비해 경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의원이 일정 부분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윤심 마케팅의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출마 선언을 접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지지 않는 것을 두고서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주 원내대표가 쉬운 승리를 가져간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 원내대표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비윤계가 최대한 결집한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어려운 승리를 두고 국민의힘의 인물난으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불안한 승리와 당내 반대 세력
당 혼란 수습 최우선 극복 과제


또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친윤, 윤핵관 그룹이라는 점에서 지도부 투톱이 모두 친윤계로 채워졌다. 최근 윤핵관 그룹은 거듭된 당의 혼란에 대한 책임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현 상황을 진화하지 못할 경우, 윤핵관 세력은 더 이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윤핵관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듯 벌써부터 2기 윤핵관이 현 사태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윤핵관에게 다수가 피로감을 드러낸 만큼 주 원내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 TK(대구·경북) 색깔 빼기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 체제의 원내부대표단 임명안을 의결하면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유임시켰다. 앞선 권 전 원내대표 체제는 TK 색이 다소 두드러진 인선이었다. 당시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양금희·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대구 북구갑,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이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 수성갑인 만큼 이들을 그대로 데려간다면 주 원내대표를 포함해 TK 색채가 더 뚜렷해지는 탓에 원내지도부를 새로 꾸렸다.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을 각각 원내대변인으로 임명하면서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 

두 인물 모두 초선으로 윤핵관이 초선 의원의 지지를 받아온 만큼 이들을 신경쓰는 분위기다. 원내지도부 구성은 주 원내대표가 목표로 한 관리형으로 끌고 가겠다는 약속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그는 원내지도부의 주요 과제로 당 안정화, 외연 확장, 국민통합, 차기 전당대회 등을 꼽았다. 

주 원내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의 남은 임기만 채울 예정인데 남은 시간 7개월 안에 당 혼란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 수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앞선 가처분 신청에서 승리하면서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지만 여전히 앞을 알 수 없다.

사법부가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리위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징계를 위해 윤리위가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질타도 쏟아졌다. 

이번에는
혼란 수습?

이 전 대표의 징계가 내려진 직후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리위는 지난 7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를 처분한 바 있다. 윤리위가 징계를 내린 것과 반대로 최근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 수사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해당 사안에서 포괄일죄가 적용되기 어렵다고 봐서다.

이 전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2015년 9월 추석 명절선물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의 공소시효는 지난 23일부로 종료됐다. 또 김 대표가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선물을 제공했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게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다.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모양새다. 다만 경찰은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경찰이 내린 무혐의 결론이 윤리위의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결정에 타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현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의 대응도 문제로 거론된다.

앞서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지자, 국민의힘은 즉각 정 위원장 체제로 전환했고, 당헌·당규 개정까지 바꾸는 강수를 뒀다. 법원이 주 원내대표에게만 직무를 정지했고, 비대위와 비대위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꼼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재차 가처분 신청을 했고, 국민의힘과 전직 대표의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기에 윤리위는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할 예정이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시사한 부분은 해당 행위로 해석되는 표현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해 개고기, 신군부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윤리위는 당 위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당 내부에서는 윤리위의 추가 징계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정치적 해법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추가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현재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대비해 추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민생 신경
특검 경계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달 13일 유상범 전 윤리위원이 정 위원장과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가 노출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이 전 대표 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대위원인 전주혜 의원이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동창이라며 재판부 재배당 요청 공문을 보냈다가 망신을 산 것도 한몫 차지한다. 이 같은 난관을 주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한다.

또다시 이 전 대표의 승리로 돌아간다면 주 원내대표는 정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주 원내대표의 직위를 두고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재차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민생 문제 해결과 주요 법안 입법 등 여러 가지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주 원내대표는 정기 국회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지휘해야 한다. 윤석열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그동안 정쟁으로 처리하지 못한 주요 입법 과제들도 시급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키워드를 약자·민생·미래로 정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00대 입법 과제도 함께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와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 납품단가 연동제도 포함돼있다.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주 원내대표는 우선 한발 물러났다. 협치가 필요하다며 먼저 민주당 쪽에 손을 내밀었다. 다만 민생 문제 해결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여야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어느 때보다 서로 견제가 심해 이른 시일 내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라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 없이는 국민의힘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순간 민주당은 가는 길목마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에 제동을 걸어왔다. 주 원내대표가 반드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되살려 협상가 면모를 발휘해야 하는 처지다.

민생, 특검, 예산…할 일 태산
실패하면 이제 돌아갈 곳 없어 

민주당은 여야 최대 쟁점인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도 띄웠다.

이번 달 말 이틀간 진행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주 원내대표의 시험대 중 하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주 원내대표가 소통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3년도 예산안도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그러나 전체 예산안이 처리되기 전에 대통령실의 내년 예산안이 논쟁거리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예산 총액은 약 2165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인 1895억원보다 약 270억원 늘었다. 

국민의힘이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대통령실 역시 “예년 수준에 맞춰 꼭 필요한 예산을 선별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민주당 전체 의원의 동의를 받아 발의한 상태다. 

실제 통과가 여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인 김 여사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 가해지는 압박감도 상당해진다. 

곧 다가올 국정감사도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어느 때보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중에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인식한 듯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까지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감 운영 계획 및 대응 전략을 위해 활로를 틔울 방안을 모색한다. 

실책 시
바로 끝

한 정치권 관계자는 “권 전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물러났지만 다시 나선 게 윤핵관 세력이다. 사실상 윤핵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 반대 세력이 다수 있었던 만큼 헛발질하는 순간이 윤핵관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당 대표도… 춘추전국시대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당내 혼란을 틈타 몸을 풀고 있다.

현재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안철수·김기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모두 일찍부터 표심을 다지는 중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인물은 유 전 의원으로 당 대표 적합도에서 5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윤 그룹으로 유 전 의원의 뒤를 추격 중인 안 의원은 최근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다.

중도층에는 소구력을 가졌으나 보수층에게는 다소 지지세가 약한 편이다. 

이를 토대로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이 중도 보수임을 강조한다.

당 대표 후보군 중 대표적인 친윤 그룹인 김 의원도 본격적인 세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또 반윤 그룹인 유 전 의원을 타격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힘을 쏟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표 선거도 진흙탕 싸움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국민의힘이 혼란을 겪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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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