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주호영 원내대표의 난제 넷

윤핵관 마지막 발악 통할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주호영 의원이 2년 만에 다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컴백했다. 이로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2기 체제가 본격적으로 첫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탓이다. 더 이상의 실수는 윤핵관에게 치명적인 독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변수였던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지난 19일 치러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돌입 전부터 뜨거웠다. 언급된 후보군만 10명에 이를 정도였다. 윤심과 비윤심을 사이에 두고 10명이라는 후보들의 표가 갈려 더욱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런 탓에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추대 의견을 내놨다.

확 바뀌는 
권력지형도

출마를 결심했던 대부분의 인물들은 권 전 원내대표가 띄운 추대안에 동의하며 출사표를 던지지 않았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추대론이 굳어지는 듯 보였으나 이용호 의원이 이를 무시하듯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의 의지는 상당했다.

비윤 세력 중 한 명인 이 의원은 출마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내분과 혼란에 빠져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현재 국민의힘의 사태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원내대표 돌려막기, 추대론 등 과거 회귀적 발언만 나오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결국 합의 추대는 물거품이 됐다. 그 사이 출마할 뜻이 없다고 밝혔던 주호영 의원은 급하게 출마를 선언했다. 윤핵관 세력에게는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찾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최대 화두는 당내서 여전히 윤핵관들이 신뢰를 받고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윤핵관 중 윤핵관인 권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고, 사실상 2기 윤핵관이 성공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는 자리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선거 결과, 주 의원이 전체 106표 중 61표를 얻었고, 이 의원은 42표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선전을 비윤의 파란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인물의 표 차가 19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의 득표 수는 과반을 간신히 넘긴 수치다.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전 원내대표가 102표 가운데 81표를 차지한 것과는 대비된다. 과거 윤핵관의 위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는 윤핵관을 향한 최근 당내 신뢰도 역시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윤 그룹을 향한 견제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 의원은 주 원내대표에 비해 경력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의원이 일정 부분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윤심 마케팅의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출마 선언을 접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지지 않는 것을 두고서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주 원내대표가 쉬운 승리를 가져간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 원내대표의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비윤계가 최대한 결집한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어려운 승리를 두고 국민의힘의 인물난으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다. 

불안한 승리와 당내 반대 세력
당 혼란 수습 최우선 극복 과제


또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친윤, 윤핵관 그룹이라는 점에서 지도부 투톱이 모두 친윤계로 채워졌다. 최근 윤핵관 그룹은 거듭된 당의 혼란에 대한 책임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현 상황을 진화하지 못할 경우, 윤핵관 세력은 더 이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 윤핵관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듯 벌써부터 2기 윤핵관이 현 사태를 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윤핵관에게 다수가 피로감을 드러낸 만큼 주 원내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 TK(대구·경북) 색깔 빼기에 돌입했다.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 체제의 원내부대표단 임명안을 의결하면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유임시켰다. 앞선 권 전 원내대표 체제는 TK 색이 다소 두드러진 인선이었다. 당시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양금희·박형수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대구 북구갑,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이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 수성갑인 만큼 이들을 그대로 데려간다면 주 원내대표를 포함해 TK 색채가 더 뚜렷해지는 탓에 원내지도부를 새로 꾸렸다.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장동혁(충남 보령·서천) 의원을 각각 원내대변인으로 임명하면서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 

두 인물 모두 초선으로 윤핵관이 초선 의원의 지지를 받아온 만큼 이들을 신경쓰는 분위기다. 원내지도부 구성은 주 원내대표가 목표로 한 관리형으로 끌고 가겠다는 약속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그는 원내지도부의 주요 과제로 당 안정화, 외연 확장, 국민통합, 차기 전당대회 등을 꼽았다. 

주 원내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의 남은 임기만 채울 예정인데 남은 시간 7개월 안에 당 혼란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 수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앞선 가처분 신청에서 승리하면서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돌입했지만 여전히 앞을 알 수 없다.

사법부가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리위까지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징계를 위해 윤리위가 무리한 게 아니냐는 질타도 쏟아졌다. 

이번에는
혼란 수습?

이 전 대표의 징계가 내려진 직후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 해도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리위는 지난 7월 이 전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를 처분한 바 있다. 윤리위가 징계를 내린 것과 반대로 최근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 수사에 대해 불송치를 결정했다.

해당 사안에서 포괄일죄가 적용되기 어렵다고 봐서다.

이 전 대표가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게 2015년 9월 추석 명절선물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의 공소시효는 지난 23일부로 종료됐다. 또 김 대표가 관계 유지를 목적으로 선물을 제공했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게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다.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모양새다. 다만 경찰은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경찰이 내린 무혐의 결론이 윤리위의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결정에 타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현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의 대응도 문제로 거론된다.

앞서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지자, 국민의힘은 즉각 정 위원장 체제로 전환했고, 당헌·당규 개정까지 바꾸는 강수를 뒀다. 법원이 주 원내대표에게만 직무를 정지했고, 비대위와 비대위원은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꼼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재차 가처분 신청을 했고, 국민의힘과 전직 대표의 갈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기에 윤리위는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할 예정이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추가 징계를 시사한 부분은 해당 행위로 해석되는 표현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해 개고기, 신군부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윤리위는 당 위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당 내부에서는 윤리위의 추가 징계를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정치적 해법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추가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현재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대비해 추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민생 신경
특검 경계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지난 달 13일 유상범 전 윤리위원이 정 위원장과 나눈 문자메시지 대화가 노출되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이 전 대표 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대위원인 전주혜 의원이 제51민사부 재판장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동기·동창이라며 재판부 재배당 요청 공문을 보냈다가 망신을 산 것도 한몫 차지한다. 이 같은 난관을 주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한다.

또다시 이 전 대표의 승리로 돌아간다면 주 원내대표는 정 비대위원장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주 원내대표의 직위를 두고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재차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민생 문제 해결과 주요 법안 입법 등 여러 가지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주 원내대표는 정기 국회에서 민주당과 협상을 지휘해야 한다. 윤석열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그동안 정쟁으로 처리하지 못한 주요 입법 과제들도 시급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앞서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키워드를 약자·민생·미래로 정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00대 입법 과제도 함께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와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 납품단가 연동제도 포함돼있다.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주 원내대표는 우선 한발 물러났다. 협치가 필요하다며 먼저 민주당 쪽에 손을 내밀었다. 다만 민생 문제 해결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도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여야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지만 어느 때보다 서로 견제가 심해 이른 시일 내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라는 점도 문제다. 민주당 없이는 국민의힘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순간 민주당은 가는 길목마다 윤정부와 국민의힘에 제동을 걸어왔다. 주 원내대표가 반드시 자신의 과거 경험을 되살려 협상가 면모를 발휘해야 하는 처지다.

민생, 특검, 예산…할 일 태산
실패하면 이제 돌아갈 곳 없어 

민주당은 여야 최대 쟁점인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도 띄웠다.

이번 달 말 이틀간 진행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주 원내대표의 시험대 중 하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주 원내대표가 소통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3년도 예산안도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그러나 전체 예산안이 처리되기 전에 대통령실의 내년 예산안이 논쟁거리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예산 총액은 약 2165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인 1895억원보다 약 270억원 늘었다. 

국민의힘이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대통령실 역시 “예년 수준에 맞춰 꼭 필요한 예산을 선별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민주당 전체 의원의 동의를 받아 발의한 상태다. 

실제 통과가 여부는 미지수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인 김 여사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 가해지는 압박감도 상당해진다. 

곧 다가올 국정감사도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어느 때보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중에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인식한 듯 국정감사 사전점검회의까지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감 운영 계획 및 대응 전략을 위해 활로를 틔울 방안을 모색한다. 

실책 시
바로 끝

한 정치권 관계자는 “권 전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물러났지만 다시 나선 게 윤핵관 세력이다. 사실상 윤핵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윤 반대 세력이 다수 있었던 만큼 헛발질하는 순간이 윤핵관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기 당 대표도… 춘추전국시대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당내 혼란을 틈타 몸을 풀고 있다.

현재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안철수·김기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모두 일찍부터 표심을 다지는 중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인물은 유 전 의원으로 당 대표 적합도에서 5주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윤 그룹으로 유 전 의원의 뒤를 추격 중인 안 의원은 최근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다.

중도층에는 소구력을 가졌으나 보수층에게는 다소 지지세가 약한 편이다. 

이를 토대로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이 중도 보수임을 강조한다.

당 대표 후보군 중 대표적인 친윤 그룹인 김 의원도 본격적인 세 다지기에 나섰다.

그는 최근 윤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또 반윤 그룹인 유 전 의원을 타격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힘을 쏟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표 선거도 진흙탕 싸움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국민의힘이 혼란을 겪는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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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