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이준석 복귀 라스트 스텝

보수 심장 속으로 돌아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 비대위가 새롭게 출발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좀처럼 당내 혼란의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불안한 비대위와 다르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당내를 공격하는 동시에 원외 세력 모으기 대작전을 펼치고 있다. 경북과 대구를 지났고, 이제는 경남까지 전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마지막 작전을 성공으로 끝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가처분 신청 심문이 지난 14일 진행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주호영 비대위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했고, 사실상 완벽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돌고 돌아 
다시 윤핵관?

이 전 대표는 이번에도 자신만만한 모양새다. 이번에도 직접 심문에 출석해 비대위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비대위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은 ‘당권 찬탈 쿠데타’ ‘친위 쿠데타’라고 칭한다. 헌법상의 정당 민주주의를 침해했고 평등 원칙과 소급 금지 원칙에도 반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소급 적용이 아니고, 사실관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이번 가처분 인용 여부의 핵심 쟁점은 당헌 96조1항 등 비상 상황을 새로 규정해 의결한 부분이다. 즉 비대위 구성이 민주적이고 적법했는지가 관건이다.

법원은 1차 가처분 결정에서 국민의힘이 당의 비상 상황을 임의로 만들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국민의힘이 1차 가처분을 무시하고 새 비대위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합법적인 개정을 통한 적법한 비대위라는 논리를 펼친다. 또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자격을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측은 당헌 자체에 효력 정지를 요청하려면 가처분을 신청한 인물이 당원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이 전 대표가 이미 6개월 당원 정지를 받았기 때문에 신청 자격이 없다는 셈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복귀 가능한 범위의 당원권 정지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그는 여전히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이번 가처분 신청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한 점을 문제 삼는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비대위 전환 요건인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 조건에 손을 댔다.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로 구체화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요건인 당 대표 궐위 외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했을 경우 비대위 출범이 가능토록 바꿨다. 이 같은 당헌·당규 수정을 근거로 지난 8일 두 번째 비대위인 정진석호가 공식 출범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또 다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다. 이 전 대표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이다. 정 위원장은 과거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로 향하자 “자기 정치라면 문제”라고 공개 저격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물러나지 않고 정 위원장이 과거 한 발언을 그대로 돌려줬다. 

이제 막 출범한 두 번째 비대위도 벌써부터 순탄치 않다. 리더십 재건, 지지율 회복, 혼란 종식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발 빠르게 비대위원을 임명해 첫 회의를 진행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임명된 비대위원은 당연직 3인과 원내·외 6명을 임명해 총 9명이다.


위원장인 정진석 위원장부터 비대위원들까지 많은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윤핵관 색채가 한층 더 짙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처분 1차 승리 덕 여유
비대위 출발부터 삐거덕

원내 인사에는 3선 김상훈 의원, 재선 정점식 의원, 전주혜 의원이 합류했다. 당초 전 의원의 몫으로 주기환 전 대검 수사관이 인선됐으나 90분 만에 사퇴했다. 

공식적인 사퇴 이유는 지역구의 일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한다는 사실과 친윤 논란 때문에 사퇴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탓에 출발부터 불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비대위 측은 인선을 지역별로 안배하기 위해 최대한 여러 사안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호남, 여성, 청년, 혁신위 인사를 포함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당내에서도 비대위 인선 과정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 위원장을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수로 추인했고, 전국위원회 등을 개최했지만 상식적인 구성 절차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작부터 정진석호에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우선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을 들고 나왔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심문기일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심문기일 변경 신청에 대해 “당에서 소송 대리인의 선임과 관련해 앞선 가처분 사건과 다른 주장에 대한 답변서 작성 등 심문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 등 가처분에 대해서 심문기일 변경 신청을 인용했다.

오는 28일에 이 전 대표와 비대위의 운명이 갈린다. 이 전 대표가 윤리위에 징계를 받은 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사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한도 넘겨 버렸다. 

‘정진석호’
정면 돌파

정진석호마저 이번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또다시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도 애매하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원내대표 선거를 빠르게 띄웠다.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 중 한 명인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추인 형식을 선택하려 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그만큼 당을 관리할 인물이 절실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조기 선출 시점부터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가처분 쳇바퀴부터 벗어난 뒤 정치를 통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인하려고 했으나 출마 채비를 하고 출마 선언을 한 인물이 여럿 나와서다.

이런 탓에 원내대표 선출 문제도 당내 혼란을 가중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원내대표 추대와 선출을 두고서도 당내에서 갈등이 터졌다.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으로만 10명 가까운 인물이 오르내렸다.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인물은 호남 지역구를 가진 이용호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호남 상징성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다며 호기롭게 출사표를 띄웠다. 

국민의힘에서 호남 출신 의원은 전 의원과 이 의원이 유일하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은 보수당답지 않게 2020년부터 꾸준히 서진 정책을 펼쳐왔다. 

윤 대통령은 호남에서 보수당 대통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바 있다. 보수 국회의원 전원의 5·18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 참석도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윤 대통령의 신선한 행보로 한동안 재미를 봤다. 

지방선거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2위 기록한 후보들이 득표율 15%를 넘겨 선거비를 보전받기도 했다. 민주당을 향한 싸늘한 호남 민심도 한몫 차지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통 보수 출신 인사가 아니다. 호남의 빈틈을 지속적으로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중도 껴안기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호남을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작전은 이미 한 차례 실패로 돌아갔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박주선 전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장이 거론됐으나 전통 보수층의 거센 반발로 무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민심에 기대
마지막 기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통 보수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호남 끌어안기 전략을 꿰뚫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대선 기간 호남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총 20번 가량 방문했을 정도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호남지역을 찾아 일일이 감사 인사를 나눴다. 

이후 징계가 착수됐고 이 전 대표는 윤리위 징계를 받은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광주 무등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중도층인 호남 2030세대를 통해 원외 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또 보수당에서의 서진 정책이 통했던 이유는 자신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어필하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 주자로 이 전 대표가 지목됐다. 응답자의 30%가 이 전 대표를 뽑았다. 호남에서 민심을 확인한 이 전 대표는 최근 TK(대구·경북) 공략에 열을 올린다. TK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에게는 상징성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가처분을 승리로 장식한 뒤 방문한 장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 4일 대구에서의 기자회견문에서만 대구라는 단어는 40번 정도 등장했다.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에 죽비를 들어달라는 말로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대구 달서구를 방문한 뒤, 최근에는 칠곡에 머물며 책을 쓰고 있다. 대구에 방문한 이후로는 상계동에 무한 애정을 드러냈던 과거와 달리 부쩍 TK 손자임을 강조하는 중이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대구 텃밭을 다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대구 지역에서의 당원 수는 국민의힘 전체 당원 중 30%를 차지한다. 

정치권에서도 당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으로 여긴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대구와 경북에 많다. 이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TK의 지지 세력이 필수 요소다. 

원내대표 선거도 연일 혼란
TK이어 PK에서 텃밭 다지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석 기간에 TK 텃밭 다지기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TK에서도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대표가 TK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악재다. 다수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지역 특성상 보수층이 갈라진다면 국민의힘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이 전 대표는 한 발 더 다른 지역도 공략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는 부산·경남 지역, 특히 평소에 다니기 어려운 함양, 거창, 합천 등 서부 경남 지역에서 많은 당원을 만나고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PK(부·울·경)는 본래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선에서 주요 승부처가 된 지역 중 하나다. 대선 때 정치적으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수도권 다음 가는 규모인 데다, 보수와 진보의 경합지역으로 유동 표심이 많다.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이 다수 국민의힘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얼마 전 민심을 다지기 위해 PK를 방문했지만 TK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다. PK는 다른 지역보다 친윤과 비윤이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대표적인 친윤 그룹으로는 윤핵관 중 윤핵관 장제원 의원, 초선의 박수영 의원, 박성민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비윤 그룹 중에서는 비대위에 꿀을 발라놨냐고 타격한 조경태 의원과 정진석호 비대위를 반대하고, 전국위원회 위원장직에서 사퇴한 서병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가 해당 지역에서 충분한 원외 세력을 다지고, 가처분 신청에서 또다시 승리하게 된다면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이제는 내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가능해서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선대위를 박차고 나갔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집토끼도
달아날라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암울한 현실에 처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벌써 이 전 대표의 징계 날짜가 두 달여가 지났다.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불리한 쪽은 국민의힘”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원외에서 세력을 모은 게 어느 정도 통한 모양새다. PK에서 한층 더 강화된 텃밭 다지기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경찰 수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 및 알선수재 혐의가 공소시효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고, 증거인멸교사 등 나머지가 문제지만 이 역시 성접대 실체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주장하는 성접대 시기는 2013년이다.

이는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다.

경찰은 앞서 김 대표가 2015년 9월 추석 선물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알선수재 혐의를 묶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실제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를 지난 16일에 소환하려 했으나 이 전 대표가 직접 합의된 날짜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 경찰에 출석해 12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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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