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러브콜’ 영수회담 목매는 이재명, 왜?

똥줄 타는 거대 야당 대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옷깃 ‘영’ 자에 소매 ‘수’ 자가 들어간 ‘영수’란 단어는 본래 옷깃과 소매란 뜻이다. 우리의 선조는 이 단어를 ‘집단의 우두머리’를 지칭할 때 사용했다. 옷을 들 때 두드러져 있는 옷깃과 소매를 잡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정계에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을 표현할 때 ‘영수회담’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지난 몇 주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속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옷깃을 만지려 애썼다. 무려 다섯 번이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계속 거절당해도 계속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다섯 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절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10번 찍나?

윤 대통령은 앞서 ‘여권 지도부와 함께 만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즉,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조건을 수용하며 다시 한 번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된 지 채 3주도 안 된 시점에 무려 다섯 번이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첫 번째 제안은 지난달 2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자마자였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만들겠다”고 발언했고, 연휴 전날인 지난 8일에는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 다시 요청드린다.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 지금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해드리자”고 제안했다.


수차례 반복된 이 대표의 제안에 윤 대통령은 딱 한 번 대답을 내놨다.

지난달 30일 당 대표에 취임한 이 대표에게 축하 차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여권 지도부와 함께 좋은 자리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첫 번째 제안이 있은 지 꼭 이틀 만의 일이었다.

사실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야당의 대표가 대통령에게 이만큼이나 만남을 많이 제안한 적은 없었다. 더욱이, 그 제안이 수락된 적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빠른 영수회담 성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순 전 총재의 만남이었다.

아직도 ‘가장 빠른’ 영수회담으로 기록돼있는 둘의 만남도 약 3개월이나 걸렸다. 둘이 만나 나눈 주요 의제는 김종필 전 총재의 ‘국무총리 인준건’이었다.

“좀 만나줘” 열 번 찍어야 넘어가나
3주간 5번 이례적인 제안 이유는?

김 전 대통령은 DJP연합 성사 당시 약속했던 대로 김 전 총재를 국민의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하려 했다. 그러나 여기엔 국회의 인준이 필요했다. 인준을 무사히 통과시키려면 당시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던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그러나 협조는커녕 한나라당은 ‘JP총리 인준 반대’ 건을 당론으로 채택해버렸다. 몇몇 중진 의원이 그의 임명에 찬성했으나, 한나라당 내부의 거센 반대 의견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DJP연합으로 탄생한 국민의정부의 이면에 ‘JP의 배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범보수권의 리더격 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김 전 총재는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고 있었다. 이회창 당시 대선후보를 돕지 않았다는 빈축이었다.

김 전 총재가 군사정권 시절부터 수없이 다퉈왔던 김 전 대통령을 돕겠다고 선언하자 범보수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심지어 당시 거세게 반발한 몇몇 자민련 소속 의원은 당을 탈당해 신한국당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조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 간 영수회담의 성사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곧 있을 총리 인준건을 한나라당 측에 부탁하려 했던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두 사람은 결국 JP총리 건에 대한 ‘적법한 처리’까지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 빨랐던 영수회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 간의 만남이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대표를 역임했던 홍 시장은 대선에서 문 전 대통령과 맞붙은 ‘정적’이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이 대표와 결을 같이 한다.

2017년 당 대표로 선출된 홍 시장은 선출되자마자 ‘다자간 영수회담’은 없을 것이라 못 박은 바 있다. 둘의 만남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었음에도 약 1년이나 걸린 데는 홍 시장의 ‘몽니’가 한몫했다. 사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국회의 당 대표들과 여러 차례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이른바 ‘대통령·원내 5당 대표 모임’이라 불린 이 모임에 홍 시장은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다자간의 만남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홍 시장의 지속된 몽니가 주된 이유였다. 성사되지 않을 것 같았던 둘의 1:1 만남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모두 대통령 아쉬울 때
역대 극적인 만남 보니…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2주 전인 2018년 4월 14일, 문 전 대통령은 홍 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남북 정상회담 전에 야당과의 합의문이나 공동 성명 등이 필요했던 청와대는 홍 시장이 바라던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다만 청와대 측은 남북대화 등 안보에 국한된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시장은 ‘국내 현안 전반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자’고 역제안했고, 문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둘의 만남은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이렇게 ‘동상이몽’으로 시작된 회담은 결국 각자 할 말만 하고 끝나버렸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전체 시간의 70%가량을 안보 문제 논의에 사용했다고 알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국내 현안에 대해서 홍 대표가 주로 말을 하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다”며 “나머지 모든 국내 현안(시간)을 합해도 30%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 시장은 당시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됐던 김기식 전 원장에 대한 해임건과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주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회담 직후 인터뷰에서 “임명을 철회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문 대통령이)‘그건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 내정을 철회하는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고, 전 대통령들의 사면에 관해서는 “추징금 0원인 뇌물 사건을 본 일이 있느냐”며 “나이가 66세인데 24년을 살면 90세다. 죽어서 나오란 말이냐고 전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결국 영수회담에서 공동 성명이나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고, 김 전 원장에 대한 ‘해임’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또한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울 때

역대 영수회담을 보면 모두 ‘대통령이 아쉬울 때’ 이뤄졌다. 야당 대표와의 정치적 거래가 필요할 때 말이다. 그러나 현재 윤 대통령은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 없다. (이 대표에 대한)범죄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내부 의견”이라고 전했다. 당장 아쉬운 게 있는 이 대표의 제안이 성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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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