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VS 검수원복 ‘수사권 파워게임’ 막전막후

거대 야당이냐 산 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과 그 틈새를 이용한 시행령이 맞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기싸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칼이 겨누는 곳에는 야당 대표가 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를 뜻하는 검수원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사권 전쟁
정치권으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검찰은 4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 인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인사와 검찰총장 지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는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까지 치솟는 모양새다. 

검수원복 시행령(7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10일) 등 검찰 수사권 관련 굵직한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한 번 처리되면 번복은 어렵다. 국회와 법무부·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검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부터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수완박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직접 챙겨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구두변론을 거쳐 심리하도록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돼있다. 청구인 대표인 한 장관은 공개변론 때 헌재에 직접 출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지난 4월 개정된 검수완박 법안 이른바 검찰청법‧행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된 과정과 그 내용이다.

법안으로 통제 ‘장군’
시행령으로 확대 ‘멍군’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의원 위장 탈당’(민형배 의원)과 ‘회기 쪼개기’ 등의 꼼수를 사용해 합리적 토론 기회가 봉쇄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국회는 헌법에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이 없고 수사권이 어느 기관에 속하는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법률로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입법 과정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으로 고조된 갈등은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은 지난 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7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 시행령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줄어든 검찰 수사권에 관해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한 게 골자다. 수사 가능 범죄의 죄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검찰 수사권을 넓히는 방안을 담았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는 데 대한 대응이다. 

민주당 VS
법무부·검찰

예를 들어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고,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라 부패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범죄’로 지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직접 관련성’과 연관해서는 입법예고안보다 더 확대되는 형태로 변했다.

입법예고안은 경찰 송치사건 중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됐던 시행령 규정에 대해 ‘범인, 범죄 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에는 수사를 허용하는 식으로 그 범위를 넓혔는데, 의결안에는 ‘직접 관련성’ 관련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경찰 송치사건 중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실무 사례와 판례를 통해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삭제된 조항이 무분별한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던 내용이어서 전문 삭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원복 시행령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일인 10일부터 시행되면서 민주당과 경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발에도
강행 기류

지난 6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검찰이 정치보복·야당 탄압에 앞장서는 마당에 위법한 시행령까지 통과된다면 역사는 다시금 거꾸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 인권은 권력 앞에 쉽게 짓밟히고 진실과 상관없는 표적수사 혹은 은폐수사가 언제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국민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검찰의 무한 권력만 되찾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아집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 서면 답변에서 “절차상‧내용상의 문제가 있어 시행된다면 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기 어려운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된다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내부 고발 등 공익신고 사건 등에 대해 국민의 재판 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직결되는 범죄를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 중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어 실무상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시행령이 위임 범위를 벗어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개정한 것”이라며 “검찰청법은 일반적인 수사 개시 범위를 규정하되, 구체적·개별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한쟁의심판 이어
한날한시에 시행돼

그러면서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1년8개월 동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범죄 대응에 문제점이 확인됐고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행령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과 검수원복에 대한 검찰총장 후보자의 확실한 입장 표명으로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전선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좁혀놓은 검찰 수사권 범위가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다시 넓어지면서 검찰은 한창 벼르던 칼을 쥘 수 있게 됐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에 벼랑 끝까지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자택 옆집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 등을 받고 있고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휘말려 있다.

이 대표의 장남도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일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 요구 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그 너머
노린다?

이 후보자는 “(이 대표에게)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는데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아무런 말씀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소환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이 대표 소환 통보를 ‘전쟁’에 빗댄 것을 두고 “이건 전쟁이 아니라 범죄수사”라고 맞받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이재명 VS 김건희 공방전’

지난 5일 열린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에 대한 공방전이었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정부 검찰이 과거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정당한 수사에 대해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밖에서 염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로, 검찰 구성원 모두 중립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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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