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8살 나영이’를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최근엔 11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으로 수형생활을 해온 김근식의 출소로 또 다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자, 특히 성범죄자, 그것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제도의 시작은 미국 연방 법률, 즉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등록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도록 하는 연방 법률인 ‘메간법(Megan’s Law)‘이다.
미국 뉴저지의 7살 소년 메간이 길 건너 동네에 거주하던 성범죄 전과범에 의해 납치·강간·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만약 성범죄 전과가 많은 자가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에 주의하고 조심했다면 메간에게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란 판단에서 시작됐다.
연방 메간법은 등록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 소위 ‘지역사회 고지’에 관한 것이라면, 주 단위의 메간법은 성범죄자 등록과 지역사회 고지 두 가지 모두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제도가 기대하는 것은 범죄자에게는 자신의 신상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심리적 억제와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범죄자의 얼굴을 비롯한 정보를 미리 알려 사전에 주의하도록 해 범죄 피해를 방지하는 데 있다.
메간법의 계기가 된 사건에서도 미리 동네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사전에 충분히 조심하고 주의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피해자학에서 말하는 가해자 중심의 범행동기 억제보다 피해자 중심의 피해자화 방지와 예방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는 시민의 안전과 보호라는 국가 사명을 너무 쉽게 시민에게만 위임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지금껏 연구와 통계로는 성범죄자 등록의 효과성을 지지하는 증거는 제한적이고 동시에 복합적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연구 결과, 성범죄자 등록과 고지의 실행에 따른 성범죄자 추세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변화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권지킴이(Human Rights Watch)’와 같은 일부 메간법 반대 단체에서는 이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서 “자경 폭력(vigilante violence)에의 초대”라고 혹평했다. 별 효과는 없으면서 범죄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지킨다는 자경주의(vigilantism)의 또 다른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심지어 처우 전문가들도 법의 효과성에 대한 증거 부재, 과학적으로 타당한 위험성 평가도구를 적용해 재범 위험성을 결정, 판단하지도 않은 자동적 등록, 그리고 법의 집행으로 인한 실업과 불안정성 등 역기능을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운동과 인권운동가들은 등록된 성범죄자 가족에 대한 부차적인 영향을 지적하고, 그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합하자면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는 공개 대상자의 인권침해와 이중적 처벌 또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등 헌법위반의 소지에서 자유롭지 못할뿐 아니라, 당초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가 가지는 근본적 문제나 결점이라기보다는 그 운용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공개되는 범죄자의 신상정보와 고지 방식 등은 범죄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즉, 범죄자에게는 심리적 억제와 압박을 주는 동시에 잠재적 피해자인 시민들에게는 사전주의와 조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충분히 편리하고 쉽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가 기대하는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개되는 신상정보가 시민들이 자신과 가족의 범죄 피해를 방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고 정확하고 최신의 것이어야 한다.
공개 및 고지의 방식도 미국의 일부에서처럼 범죄자 집 앞에 “이 집에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습니다”라고 팻말을 붙일 정도로 보다 편리하고 용이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권침해 소지나 사회적 배제라는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상자를 최소한으로 하며, 그것도 마지막 수단으로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