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과유불급’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2.08.23 09:49:58
  • 호수 1390호
  • 댓글 0개

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지난 몇 년 미국 사회의 논쟁거리였다. 이런 가운데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급기야 ‘경찰 예산 지원 중단(Defund the police)’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찰을 폐지하라(Abolish the police)”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 사회의 현실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미국 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일단 미국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다인종·다문화·다언어 형태를 띠는 복합사회(plural society)로서 인종차별의 논란이 여전하고, 총기 소지와 휴대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은 단일사회의 특성이 강하고 총기 규제가 어쩌면 가장 엄격하다.

미국과 한국은 총기나 무력 사용은 물론이고 경찰권이 대표하는 국가권력, 공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이 무력의 지나친 사용으로 비난을 받지만, 한국은 경찰관에 대한 주취 폭력 등으로 경찰권의 약화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사실 경찰의 무력 사용은 정당한 경찰권 행사의 하나지만 문제는 균형이다. 안전과 용의자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윤리적 관심을 균형을 잡는 것이다.

현대 경찰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영국의 Robert Peel은 자신의 저서 <법 집행의 원리>에서 “경찰이 설득, 충고, 경고의 행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법의 준수를 담보하거나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정도에서 무력을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UN 고등판무관실에서도 경찰이 다른 어떤 수단도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의도한 결과를 성취할 기약이 없을 때만 무력을 사용하되, 정당한 목적이 성취되고 범행의 심각성에 비례해 사용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국제 경찰장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s of Police)’도 원치 않는 대상자가 경찰의 명령을 따르거나 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데 요구되는 노력의 정도로만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경찰은 오로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고, 필요하고, 대상자의 위협이나 저항에 비례한 무력만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나 권고를 보면 지나치게 재량적이거나 임의적이다. 경찰관의 무력 사용이 남용되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의 무력 사용은 직면하는 상황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며, 경찰관마다 대처법이 상이하다. 같은 상황에서 두 경찰관이, 또는 같은 경찰관이라도 전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판단을 소위 ‘순간의 결단(split-second decision)’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무력 사용의 여부나 정도는 상황과 경찰관 개인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고, 이 다양성으로 인해 획일적인 표준화가 어렵고, 결국 개인의 경험과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경찰의 목표는 당연히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능한 빨리 통제를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무력, 특히 총기 사용은 다른 대안들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 지역사회의 안전을 회복시키기 위한 필요한 행동의 과정이다.

다만 전제는 무력의 사용은 언제, 어디서나 ‘마지막 수단(last resort)’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경찰은 특정한 상황에서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주어지지만, 무력의 사용은 경찰의 권한이면서 동시에 책임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력 사용이 합법적이고, 그 상황에서 필요하고 상황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의 무력, 특히 총기 사용은 공공의 안전과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명살상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기에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

경찰의 지나친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공평한 원칙은 바로 ‘생명의 존엄성 원리(the principle of Sanctity of Life)’다. 이는 총기와 같은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기 전에 모든 가능한 대안적 수단과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총기 사용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만 경찰관과 시민의 즉각적인 위험에 비례하는 정도에서 사용돼야 한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소한의 정도로 마지막 수단으로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