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지난 몇 년 미국 사회의 논쟁거리였다. 이런 가운데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급기야 ‘경찰 예산 지원 중단(Defund the police)’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찰을 폐지하라(Abolish the police)”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 사회의 현실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사회문제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미국 경찰의 지나친 총기 사용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일단 미국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다인종·다문화·다언어 형태를 띠는 복합사회(plural society)로서 인종차별의 논란이 여전하고, 총기 소지와 휴대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은 단일사회의 특성이 강하고 총기 규제가 어쩌면 가장 엄격하다.
미국과 한국은 총기나 무력 사용은 물론이고 경찰권이 대표하는 국가권력, 공권력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이 무력의 지나친 사용으로 비난을 받지만, 한국은 경찰관에 대한 주취 폭력 등으로 경찰권의 약화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사실 경찰의 무력 사용은 정당한 경찰권 행사의 하나지만 문제는 균형이다. 안전과 용의자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윤리적 관심을 균형을 잡는 것이다.
현대 경찰의 창시자로 칭송받는 영국의 Robert Peel은 자신의 저서 <법 집행의 원리>에서 “경찰이 설득, 충고, 경고의 행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법의 준수를 담보하거나 질서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정도에서 무력을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UN 고등판무관실에서도 경찰이 다른 어떤 수단도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의도한 결과를 성취할 기약이 없을 때만 무력을 사용하되, 정당한 목적이 성취되고 범행의 심각성에 비례해 사용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국제 경찰장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s of Police)’도 원치 않는 대상자가 경찰의 명령을 따르거나 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데 요구되는 노력의 정도로만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경찰은 오로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고, 필요하고, 대상자의 위협이나 저항에 비례한 무력만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나 권고를 보면 지나치게 재량적이거나 임의적이다. 경찰관의 무력 사용이 남용되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의 무력 사용은 직면하는 상황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며, 경찰관마다 대처법이 상이하다. 같은 상황에서 두 경찰관이, 또는 같은 경찰관이라도 전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판단을 소위 ‘순간의 결단(split-second decision)’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무력 사용의 여부나 정도는 상황과 경찰관 개인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고, 이 다양성으로 인해 획일적인 표준화가 어렵고, 결국 개인의 경험과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경찰의 목표는 당연히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능한 빨리 통제를 되찾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무력, 특히 총기 사용은 다른 대안들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 지역사회의 안전을 회복시키기 위한 필요한 행동의 과정이다.
다만 전제는 무력의 사용은 언제, 어디서나 ‘마지막 수단(last resort)’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경찰은 특정한 상황에서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주어지지만, 무력의 사용은 경찰의 권한이면서 동시에 책임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력 사용이 합법적이고, 그 상황에서 필요하고 상황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의 무력, 특히 총기 사용은 공공의 안전과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명살상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기에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
경찰의 지나친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공평한 원칙은 바로 ‘생명의 존엄성 원리(the principle of Sanctity of Life)’다. 이는 총기와 같은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기 전에 모든 가능한 대안적 수단과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총기 사용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만 경찰관과 시민의 즉각적인 위험에 비례하는 정도에서 사용돼야 한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최소한의 정도로 마지막 수단으로서만 사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