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스테이트 갑질  <단독 보도> 그 이후…

다 끝난 일? 멈추지 않는 ‘피눈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석 달 전, KT에스테이트 직원의 ‘갑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청업체 직원인 피해자는 사건을 폭로하고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인사위원회 개최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사측은 “이젠 끝난 일”이라지만, 피해자 생각은 다르다. 징계 과정과 결과에 잡음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신적 고통도 여전하기에,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5월 중순 불거진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사건(1382호 <단독> KT에스테이트 직원 갑질 고발)이 여전히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루된 직원들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에도, 사측과 피해자 A씨 측은 ‘장외전’을 이어가며 연신 충돌하는 모양새다. 

갑질과 폭언
뒤늦은 대응

사건의 발단은 단연 KT에스테이트 직원 B씨의 갑질이다. 고용노동부는 갑질을 ‘사회·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로 정의한다.

구체적 판단 기준으로는 ▲사적 이익 요구 ▲부당 인사 ▲비인격적 대우 ▲업무 불이익 등을 제시했다.

A씨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B씨의 행동은 이 중 최소 3가지 이상에 해당된다. A씨는 KT에스테이트 소유 빌딩 시설관리인이고, B씨는 센터장(사옥관리자) 직급이다. A씨는 평소 B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앞선 <일요시사>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B씨에게 ▲업무와 무관한 사적 지시 ▲무리한 작업 지시 ▲폭언 등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갑질을 당해왔다.

우선 B씨는 메신저를 통해 A씨에게 물고기 밥을 줄 것을 지시했다. 본 물고기는 B씨가 사옥에서 개인 취미로 키우는 것으로, 시설관리업무와는 무관한 일이다.

이외에도 B씨는 그에게 어항 구입·청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시·요구했다. A씨는 자신의 업무 범위 밖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항의 한 번 못한 채 지시에 따랐다. 평소 B씨가 재계약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게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A씨는 1년짜리 ‘계약직’이다. 당시 B씨는 센터장으로서 A씨의 계약 갱신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업무 내용으로 갈등을 빚은 이후로는 무리한 작업 지시와 폭언이 이어졌다. A씨 기억에 특히 남은 일화는 ‘한겨울 낙엽 청소’다. A씨는 지난 2월 “폐쇄된 테니스장의 낙엽을 모두 치우고, 고사목을 자르라”는 B씨 지시를 받았다. A씨 외에도 건물 경비원·미화원이 함께 동원됐다. 이들은 꼬박 닷새 동안 엄동설한 속에서 작업에 열중했다. 

겨우 일을 끝낸 이들에게 B씨는 “화단 너머의 낙엽도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다. 30년 동안 쌓인 낙엽을 고령의 직원 세 명이 처리하라는, 상식적으로 무리한 지시였다. 결국 낙엽 청소는 인력 7명이 투입돼 마대자루 24개가 가득 차고서야 끝이 났다.

피해 신고했지만…징계 결과 못 본다?
피해자 억울함 풀 길, 법에 가로막혀

당장 급했던 작업도 아니었다. 날이 풀릴 때까지, 테니스장과 그 주변이 달리 활용되는 일은 없었다.

B씨는 A씨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전화 받는 태도가 그게 뭐냐” “말대꾸하지 말라” “하려면 하고, 하지 않으려면 말아라. 하려면 제대로 하고 못 하겠으면 뻗든가”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B씨는 A씨보다 5살가량 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A씨는 KT에 1978년 입사한 이래 약 40년간 회사에 몸담았다. 앞서 KT에스테이트에서도 약 2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용역업체를 통해 시설관리인으로 재취업했다. 굳이 따지자면 A씨는 B씨의 선배뻘 퇴직 사우인 셈이다.

A씨는 둘 사이 갈등이 번진 이유로 ‘B씨의 소관 외 업무지시’를 지목했다. B씨가 종종 A씨에게 소관 밖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있었고, A씨가 지시에 항의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씨는 실제로 A씨에게 다양한 소관 외 업무를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과정에서 파악된 소관 외 업무는 ▲개나리 조경작업 ▲KT텔레캅 보안시스템 정비 ▲타 통신사 케이블 관리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 ▲임차인 훼손 시설 복구 ▲철거품 야적장 설치 등이다.

이 중 보안시스템 정비와 야간 화재감지기 경보 관리는 다른 KT 계열사 KT텔레캅의 업무다. 다른 통신사의 케이블과 임차인이 훼손한 시설에 대한 관리 보수를 지시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A씨는 “휴일 근무 4일을 신고한 뒤 그 수당으로 재료를 구매해 야적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당 지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견디다 못한 A씨가 B씨 등 일부 직원을 KT에스테이트 윤리경영실에 제보한 시점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회사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주, 가해자를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열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다.

길었던 절차
합리적 의심

A씨는 업무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3주 동안 하청업체 간부들의 화해 종용, B씨의 압박성 메신저 등 2차 가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이후 인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까지는 혹시 사측이 징계 절차를 뭉개지는 않을지 불안에 떨었다.

지난 6월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업무 분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신고가 들어왔어도 의혹만으로 업무 중인 직원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며 “처음부터 분리를 고려했던 것도 아니었고, 업무 대체인력을 마련하는 대로 분리했다. 그러다 보니 3주 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뭉개기 의혹’에 대해서는 “신고된 내용이 워낙 다양해서 각각 살피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유야무야할 수 없는 사안이라 더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측은 지난달 말 B씨 등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직원들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진행했다. B씨는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 외에 다른 징계도 함께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 ‘다른 징계’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A씨는 회사에 “징계 수위 등 인사위원회 세부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A씨에 따르면 당초 사측은 “징계 수위를 통보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인사위원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KT 임직원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A씨는 징계 수위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는 “내가 신고자이자 사건 당사자인데,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게다가 조사 과정이 탐탁지 않았던 만큼, 회사에서 제대로 (사건을)처리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도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통지받지 못했다. 그는 사내에 떠돌던 풍문으로 징계 결과를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
약물 치료

그 풍문에 의하면 B씨는 현 지역단 소속을 유지하면서, 관할 구역 내 다른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A씨는 사측이 약속했던 ‘충분한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듯해 불안했다. 이에 사측에 따져 물었지만, 사측 관계자는 “보호조치는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여전히 같은 지역단 안에 속해있다면,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혹여나 다시 돌아오기도 쉬울 테고, 직간접적으로 내게 영향을 줄 가능성도 원천 차단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어 “회사가 지난 5월 가해자 분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던 일을 여전히 기억한다”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잘 해뒀다’는 사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A씨를 배려해 이미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의 문제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B씨 거취에 대해 “애당초 A씨와 B씨가 소속된 지역단은 수도권 일부부터 강원도 전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며 “B씨는 지방으로 발령이 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A씨를 직접 찾아가 상세히 설명했다. 각종 조치에 대한 고지가 있었고 ‘불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달라’고도 전했다. 당시에는 A씨도 모두 납득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우려에 관해서는 “회사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징계 세부 결과 공개 거부 결정에 대해서는 “A씨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한때 회사 법무팀이 공개 여부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끝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내 징계 결과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징계 과정·결과가…비공개 결정
“할 만큼 다 했다” “끝까지 간다”

회사 관계자는 ‘그렇다면 징계 당사자들이 A씨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들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법조계 역시 A씨가 회사에 징계 세부 내용 공개를 요구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봤다. 복수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징계 세부 내용 공개는 사측 주장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 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고, 회사 내부의 징계일 뿐”이라며 “(징계 결과를)A씨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 관련 법 제정 취지에도 맞는 일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A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소송 중에는 법원 명령에 따라 회사가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A씨는 법적 검토를 받고 나서, 소를 제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적법한 경로를 통해 징계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재판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이 역시 책임을 다투겠다는 생각이다. A씨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KT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더는 이슈될 일이 아닌데 우리로선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A씨에게 그 이유를 직접 물었다.

그는 “회사는 다 끝났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여전히 갑질을 당했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 모욕감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등 괴로운 나날을 버텨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소송전 예고
장외전 돌입

이어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도 상관없다”며 “평생을 바쳐 이 회사에서 일했는데, 돌아오는 대우는 이런 식이니 절망스럽다. 내 일이 널리 알려져 비슷한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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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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