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검찰총장 출격한 삼각편대 막전막후

‘명’ 잡을 저승사자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정됐다. 전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른바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출신 성분(?)이 향후 국정운영의 가늠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약해진 검찰의 힘을 되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개월 공석
뽑은 사람이…

실제 윤정부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검찰’ 출신이 득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마다 검찰 출신 여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예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앉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장관을 법무부에 입성시킨 배경에는 ‘검찰 정상화’가 거론된다. 윤 대통령 자체가 검찰 권한 약화를 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도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은 ‘산 증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윤 대통령 당선은 물론 국민의힘 부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검수완박 시도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뒤로 하고 대선후보에 나설 판을 깔아줬고, 6·1 지방선거에서는 2차 검수완박 시도 끝에 법안 통과·공포를 추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찰공화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쇼’라는 지적이 이어져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칼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방패가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누더기가 된 검찰 내부를 재조직하는 대수술에 나섰다. 취임 직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에 나선 것.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 기조가 한 장관 취임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좌천을 거듭했던 윤석열 사단이 부활했고, ‘친 문재인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과거 한 장관이 좌천됐던 법무연수원은 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의 무덤이 됐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이원석 대검차장 최종후보로
직무대리 이어 수장 자리에

한 장관은 공석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를 마무리했다. 윤정부 출범 3개월 만에 검찰은 나름대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시켰다. 조직을 재정비한 데 이어 권한찾기에 나선 것. 

마지막 화룡점정이 바로 ‘검찰총장 인선’이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 이후 100여일 넘게 검찰총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숱한 뒷말이 나왔다. 검찰총장 없이 법무부 장관 중심의 검찰 인사가 진행되면서 검찰총장이 취임해도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 입맛대로 검사를 배치해놓고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검찰총장을 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종의 ‘바지사장’을 세워놓고 법무부가 검찰을 이리저리 주무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검찰총장 인선 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지나치게 늑장을 부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검찰총장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꾸려져야 한다. 추천위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로부터 후보자를 천거 받는 등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심사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3명 이상의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 중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인사청문회 일정은 여야 합의를 거쳐 잡아야 하고 실제 진행까지 걸릴 시간도 가늠이 쉽지 않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선 과정에서만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혹시나
역시나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1일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권영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고문,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이 비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이 맡았다. 

추천위는 지난 16일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하며, 정의와 상식에 맞게 법을 집행할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은 있지만 ‘친윤’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문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내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조직 내 신망을 얻었다는 평가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 등을 지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할 무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인사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두봉 대전고검장은 월성 1호기 원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강원 양양 출신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시기 4차장·1차장 등을 지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안팎 현안
첩첩산중


과거에도 윤 대통령과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특수수사에 밝은 특수통 검사다. 대검 수사지원과장·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 등으로 재직했다. 김 전 검찰총장의 자진사퇴 이후 직무대리를 맡아 초토화된 검찰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 장관은 이들 가운데 이 차장검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공석 이후 3개월 동안 직무대리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 차장검사에 더 큰 중책을 맡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차장검사는 한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검찰 인사와 조직개편 등 검찰 내 굵직한 현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미 3개월에 걸쳐 검찰 조직을 추슬러왔기 때문에 세간에서 나오고 있는 ‘식물총장’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주요 현안 수사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속성에 있어서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4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 차장검사의 기수가 가장 낮아 그보다 기수가 높은 검사의 줄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도 이미 많은 검사가 검복을 벗고 검찰을 떠난 바 있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명과 함께 이 차장검사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거의 결정됐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신임 검찰총장 등 이른바 ‘검찰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신임 검찰총장은 산적해 있는 검찰 안팎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문정부를 겨냥한 사건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사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갖가지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수완박·경찰 관계 회복
식물총장 우려 벗어날까

현재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은 가시권에 든 상태다. 이 차장검사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검찰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한 장관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검찰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줄어들 예정이었는데, 시행령을 통해 이 범위를 대폭 늘려 공직자·선거범죄로 분류됐던 일부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 

시행령 개정안 발표 이후 민주당은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며 맞불을 놨다. 

신임 검찰총장은 다음달 10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두고 필연적으로 닥칠 혼란을 빠른 속도로 잠재워야 할 책무가 있다. 여기에 법무부와 검찰이 청구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이 다음달 27일로 예정돼있다.

권한쟁의심판은 반드시 구두 변론을 진행한 뒤 본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직접 챙겨왔다. 

문정부에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윤정부에서 진행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찰과의 관계 회복도 급선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축적돼온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문정부에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여론의 지지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적폐 청산
반전 시작?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대통령-장관-검찰총장으로 완성된 삼각편대를 무기로 국면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에 30%대로 주저앉았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일부 이탈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문정부에 대한 실망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이긴 만큼 ‘적폐 청산’을 내세워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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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