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aT 사장 “곡물자급률 취약…먹거리 확보에 사활”

새만금에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안 제시

[일요시사 취재2팀] 이민영 기자 = 최근 식량안보 및 ESG경영에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기관의 글로벌화를 다지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사장을 28일 만났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에 따른 국내 식량안보 현황은 어떤지 등 관련 현안들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967년 설립돼 올해 출범 55년을 맞는 준정부기관으로, 농수산식품 산업육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농수산물의 수급 안정부터 유통구조 개선, 수출 진흥, 식품산업 육성, ESG경영까지 농수산식품 산업에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러-우크라 사태 등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국내 식량안보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기후위기, 전염병,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세계 곡물가격 지수를 보면 전년 대비 27.6% 상승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은 평년 대비 63% 상승했습니다(7월28일 기준).

국내 곡물자급률은 20.2%(2020년 기준)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곡물 수입국으로 식량 위기에 있어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인 캐나다(192%), 미국(120%), 중국(91%), 일본(2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확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입니다. 어떤 방안이 있나요?

▲공사는 수급안정 전문기관으로써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업계에선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민국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서규용 (전)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및 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서 국내 자급률 강화 방안,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 해외 곡물의 안정적 조달, 구조적으로 열악한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새만금 활용하기 등이 논의됐습니다. 특히, 새만금은 국가 식량 생산·가공·유통 기지로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를 조성, 유사 시 비축기지로써 식량안보 파수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는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서 식량안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적시설입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곡물(식품) 전문항을 중심으로 배후가공과 식품산업 단지를 유기적 일괄체계로 연결해 물류 비용을 최적화한 ‘산업허브형 생태계 조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콤비나트를 활용하게 되면 국내 식량안보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일본·중국·아세안 등 주변국에 식량과 가공식품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식품 수출 허브’로 발전해 미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식량 콤비나트 조성지역으로 수심이 깊은 전북 새만금이 최적지로 보입니다. 새만금은 대형선박 접근이 가능하고, 지형학적으로 중국·일본·북한 등 해상운송이 용이한 곳입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항만 연계 식품산업이나 배후산업이 입지해 있고, 밀·콩 생산량 합계 1위 지역(2020년)으로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가 많으며, 우수한 식품산업 인프라가 인접해 동반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친환경·신재생·청정에너지 생산과 대규모 에너지 자급자족 개발 사례로서 타 산업에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저탄소 식생활 전도사로 불리는데요. 지난 4월 말 ESG경영 선포 1년 성과보고회도 개최하셨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기후위기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합니다. 공사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나 차지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푸드시스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공사는 ESG경영의 일환이자 농수산식품 분야 탄소중립 실천방안의 하나로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과 지역 내 유통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로컬푸드’로 식단을 구성하고, 소비단계서 ‘잔반 없는 식사’를 해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 협회‧단체, 해외 업체 등 260여개 기관과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공사는 지난해 7월, 본사 구내식당서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로 지정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59%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냈습니다. 이처럼 공사가 보유한 먹거리 차원의 저탄소 식생활 노하우를 국내를 넘어 해외서도 동참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대표 백화점그룹 ‘Parkson(百盛)’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H-MART’, 올해는 전 세계 64개국 138개 지회, 총 2만8700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World OKTA(세계한인무역협회)’, 미국 최대 아시안푸드 전문 유통회사 ‘리브라더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달 초 태국 프리미엄 유통기업인 ‘빌라마켓’, 말레이시아 대형 유통기업 ‘더 푸드 퍼베이어’,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윈커머스’와도 손잡고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내달 1일에는 캄보디아와 K-Food 수출 확대 및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예정인데, 공사 창립 이래 최초의 국가 간 업무협약으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지구촌 모든 국가와 함께 먹거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노력해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도록 할 것입니다.

-미국 내 김치 인기가 대단합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내 워싱턴DC서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죠. 김 사장께서도 제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워싱턴 DC까지 미국 내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한국계 의원이 없는 워싱턴DC 의회는 김치에 매료된 아니타 본즈 워싱턴DC 의원이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했습니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설명과 함께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및 역사, 유네스코가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가 미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김치의 날’을 미국뿐만이 아닌 유럽, 동남아시아 등 지구촌 널리 알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K-Food 수출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Food 수출 확대를 위한 하반기 계획은?

▲농수산식품 수출 강국 실현을 위해 스타 품목 육성 강화, 물류 기반 구축, 신규시장 진출 확대, 온라인 수출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첫째, 스타 품목 육성을 위해 신품종 육성, 저온유통 지원 확대 및 포장재 개선 등으로 신남방 등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남방 콜드체인 등 해외물류 기반을 보강하고, 글로벌 물류난에 대응하고자 전용 선복 및 전용기 운영을 지속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셋째, 미·중·일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파일럿 요원과 청년해외개척단(AFLO) 파견 및 신시장 지역으로의 국제식품박람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유통 및 소비환경에 대응해 온라인 유통 채널 진출 및 한국식품관 확대, 기업 역량별 맞춤형 사업으로 안정적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mylee063@ilyosisa.co.kr>


[김춘진은?]

1953년 전북 부안 태생으로 경희대 치과대학을 나온 치과의사로 탐구심이 강하고 무엇이든 맡게 되면 집중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치의학 박사) 및 인제대(보건학 박사) 대학원서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농해수위위원,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로 1998년 정치권에 입문한 독특한 케이스의 정치인이다.

2004년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내리 3선(17·18·19대)을 지냈고, 전북도지사 출마 등 20년 이상 국내 중앙 및 지방정치를 넘나들었다.

농촌 출신으로 소박하고 정이 많으며, 맡은 일에 전념해 주위 평이 좋은 편이다.

의정활동으로 영예로운 헌정대상(민간 단체), 우수 국회의원 대상(언론사) 등을 다수 수상했으며, 정치권의 러브콜 대상 인물로 꼽히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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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