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aT 사장 “곡물자급률 취약…먹거리 확보에 사활”

새만금에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안 제시

[일요시사 취재2팀] 이민영 기자 = 최근 식량안보 및 ESG경영에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기관의 글로벌화를 다지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사장을 28일 만났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에 따른 국내 식량안보 현황은 어떤지 등 관련 현안들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967년 설립돼 올해 출범 55년을 맞는 준정부기관으로, 농수산식품 산업육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농수산물의 수급 안정부터 유통구조 개선, 수출 진흥, 식품산업 육성, ESG경영까지 농수산식품 산업에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러-우크라 사태 등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국내 식량안보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기후위기, 전염병,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세계 곡물가격 지수를 보면 전년 대비 27.6% 상승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은 평년 대비 63% 상승했습니다(7월28일 기준).

국내 곡물자급률은 20.2%(2020년 기준)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곡물 수입국으로 식량 위기에 있어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인 캐나다(192%), 미국(120%), 중국(91%), 일본(2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확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입니다. 어떤 방안이 있나요?

▲공사는 수급안정 전문기관으로써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업계에선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민국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서규용 (전)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및 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서 국내 자급률 강화 방안,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 해외 곡물의 안정적 조달, 구조적으로 열악한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새만금 활용하기 등이 논의됐습니다. 특히, 새만금은 국가 식량 생산·가공·유통 기지로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를 조성, 유사 시 비축기지로써 식량안보 파수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는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서 식량안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적시설입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곡물(식품) 전문항을 중심으로 배후가공과 식품산업 단지를 유기적 일괄체계로 연결해 물류 비용을 최적화한 ‘산업허브형 생태계 조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콤비나트를 활용하게 되면 국내 식량안보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일본·중국·아세안 등 주변국에 식량과 가공식품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식품 수출 허브’로 발전해 미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식량 콤비나트 조성지역으로 수심이 깊은 전북 새만금이 최적지로 보입니다. 새만금은 대형선박 접근이 가능하고, 지형학적으로 중국·일본·북한 등 해상운송이 용이한 곳입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항만 연계 식품산업이나 배후산업이 입지해 있고, 밀·콩 생산량 합계 1위 지역(2020년)으로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가 많으며, 우수한 식품산업 인프라가 인접해 동반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친환경·신재생·청정에너지 생산과 대규모 에너지 자급자족 개발 사례로서 타 산업에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저탄소 식생활 전도사로 불리는데요. 지난 4월 말 ESG경영 선포 1년 성과보고회도 개최하셨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기후위기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합니다. 공사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나 차지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푸드시스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공사는 ESG경영의 일환이자 농수산식품 분야 탄소중립 실천방안의 하나로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과 지역 내 유통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로컬푸드’로 식단을 구성하고, 소비단계서 ‘잔반 없는 식사’를 해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 협회‧단체, 해외 업체 등 260여개 기관과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공사는 지난해 7월, 본사 구내식당서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로 지정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59%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냈습니다. 이처럼 공사가 보유한 먹거리 차원의 저탄소 식생활 노하우를 국내를 넘어 해외서도 동참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대표 백화점그룹 ‘Parkson(百盛)’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H-MART’, 올해는 전 세계 64개국 138개 지회, 총 2만8700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World OKTA(세계한인무역협회)’, 미국 최대 아시안푸드 전문 유통회사 ‘리브라더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달 초 태국 프리미엄 유통기업인 ‘빌라마켓’, 말레이시아 대형 유통기업 ‘더 푸드 퍼베이어’,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윈커머스’와도 손잡고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내달 1일에는 캄보디아와 K-Food 수출 확대 및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예정인데, 공사 창립 이래 최초의 국가 간 업무협약으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지구촌 모든 국가와 함께 먹거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노력해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도록 할 것입니다.

-미국 내 김치 인기가 대단합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내 워싱턴DC서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죠. 김 사장께서도 제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워싱턴 DC까지 미국 내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한국계 의원이 없는 워싱턴DC 의회는 김치에 매료된 아니타 본즈 워싱턴DC 의원이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했습니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설명과 함께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및 역사, 유네스코가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가 미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김치의 날’을 미국뿐만이 아닌 유럽, 동남아시아 등 지구촌 널리 알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K-Food 수출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Food 수출 확대를 위한 하반기 계획은?

▲농수산식품 수출 강국 실현을 위해 스타 품목 육성 강화, 물류 기반 구축, 신규시장 진출 확대, 온라인 수출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첫째, 스타 품목 육성을 위해 신품종 육성, 저온유통 지원 확대 및 포장재 개선 등으로 신남방 등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남방 콜드체인 등 해외물류 기반을 보강하고, 글로벌 물류난에 대응하고자 전용 선복 및 전용기 운영을 지속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셋째, 미·중·일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파일럿 요원과 청년해외개척단(AFLO) 파견 및 신시장 지역으로의 국제식품박람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유통 및 소비환경에 대응해 온라인 유통 채널 진출 및 한국식품관 확대, 기업 역량별 맞춤형 사업으로 안정적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mylee063@ilyosisa.co.kr>


[김춘진은?]

1953년 전북 부안 태생으로 경희대 치과대학을 나온 치과의사로 탐구심이 강하고 무엇이든 맡게 되면 집중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치의학 박사) 및 인제대(보건학 박사) 대학원서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농해수위위원,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로 1998년 정치권에 입문한 독특한 케이스의 정치인이다.

2004년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내리 3선(17·18·19대)을 지냈고, 전북도지사 출마 등 20년 이상 국내 중앙 및 지방정치를 넘나들었다.

농촌 출신으로 소박하고 정이 많으며, 맡은 일에 전념해 주위 평이 좋은 편이다.

의정활동으로 영예로운 헌정대상(민간 단체), 우수 국회의원 대상(언론사) 등을 다수 수상했으며, 정치권의 러브콜 대상 인물로 꼽히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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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