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분노’에 뒤덮인 인하대 사건, 왜?

피의자 가족 털고 남녀 갈등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인하대 사건’의 사회적 파장은 상당했다. 대학교 안에서 준강간치사라는 믿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은 차분하면서도 긴박하다. 추모와 재발 방지책 마련, 피의자 여죄 추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반응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여전히 이번 사건을 핑계로 자신의 분노 표출에 몰두하고 있다.

피의자는 지난 15일, 인천 인하대학교의 한 건물에서 또래 학생을 성폭행하고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도주했던 피의자는 현장에 두고 간 휴대전화에 덜미를 잡혔다. 피의자는 성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피해자를 건물 밖으로 민 것은 부인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준강간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불쏘시개

학교 안팎으로 피해자에 대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안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피해자에게 보내는 추모 쪽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130여개에 달하는 추모 화환이 줄을 잇기도 했다.

교육부와 인하대는 재발방지를 위한 각종 조치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피해 학생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폭력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어가기 위해 해당 학교(인하대)와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야간 출입통제 강화·순찰 및 CCTV 증설 등을 내놨다. 이외에도 상황 수습을 위해서 2차 피해 방지, 학내 구성원 안정을 위한 상담 등 심리 안정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모 대신 2차 가해·신상 털기 범람
유족 뜻 반하는 무책임한 분노 표출

학교 측은 지난 20일부터 피의자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사실상  퇴학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렇듯 현실에서는 피해자 추모, 사회적 반성 등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명 ‘방구석 분노’가 거세다.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분노가 사건을 뒤덮은 탓에 정작 추모와 반성은 뒷전이다.

사건에 대한 분노는 성찰과 개선의 동력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2차 가해와 갈등 확산의 불쏘시개가 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인하대 사건을 본인의 화풀이 대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는 도리어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는 2차 가해성 댓글이 높은 빈도로 목격됐다. 피의자의 범행을 손가락질하기 이전에 “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느냐” “거길 왜 따라갔느냐”는 등의 반응이었다.

‘신상 털기’도 이어졌다. 피의자의 인적사항과 사진, SNS 등이 확산된 것을 시작으로 피의자 가족의 연락처까지 공유됐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는 피의자 가족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한 사실을 인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행동들이 도리어 피해자 유족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유족은 장례를 마친 뒤 주변에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만큼, 사건에 관한 관심이 잠잠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유족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난 19일 추모 화환을 철거했다.


하지만 신상 털기로 사건에 관한 관심이 계속 환기됐다.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피해자와 그 유족의 의중보다는 개인적인, 무용한 분노가 앞섰다는 자성론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라도 개인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일종의 범죄가 될 수 있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는 걸 인지하고 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남 vs 여’
정치인 ‘갈라치기’ 발언이 기름 부어 

하지만 온라인상의 갈등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사건에 성별 대립구도가 투영되면서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라서 죽었다’와 같이 ‘강남역 살인사건’ 때와 유사한 주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는 쪽에서는 고유정, 이은해 등 여성 살인범을 반례로 들며 역공에 나선 모습이다.

이들의 충돌은 혐오 발언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일부 정치인의 ‘갈라치기’ 발언이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며 “정치인·대통령·법원이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신주호 대변인은 “이건 또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신 대변인은 “그토록 국민의힘을 향해 갈라치기 정당이라고 비난했지만, 공적 담론장에서 관련 발언을 제일 많이 하며 언론의 집중을 받고 표를 결집하려는 시도는 좌파 정당에서 이뤄지지 않나”라며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니.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누굴 위해?

본 사건으로 촉발된 사회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학교 측도 추가 대응에 나섰다. 인하대는 지난 20일 “피해자와 재학생에 대한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도용, 악성 루머 유포 등 추가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추후 교내 감사팀과 사이버대응팀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하대 사건’ 살인죄 적용 못 하나?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한 ‘인하대 사건’ 피의자를 지난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당초 가능성을 열어뒀던 살인죄 적용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치사죄는 살인 고의성이 없을 때 적용하는 죄목이다.

피해자는 건물 3층에서 추락한 뒤 1시간30분가량 방치됐다.

오전 3시49분 행인에게 발견돼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피해자는 발견 당시 약하지만 맥박이 뛰고 자가호흡도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락 직후 구조됐다면 생존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했지만 피의자는 피해자가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인 고의성은 부인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밀지 않았다”면서도 피해자가 추락한 뒤 119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에 경찰은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결국 피해자가 추락 직전 위력에 의해 밀쳐진 흔적은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피해자가 추락한 구체적인 경위는 파악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불법 촬영 시도 정황이 드러난 만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음성만 녹음돼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 의견과 판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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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