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민주 전대 관전 포인트 다섯

당 대표 뽑히면 분당 직행?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불가론’과 전당대회 ‘룰 결정’,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무산’ 등 크고 작은 논란들로 시름을 앓아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전대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분쟁은 한꺼풀 꺾이는 분위기다. 이제 각 후보들은 선거에서 이길 방법만 연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로 갈라져 전투를 벌였던 각 계파는 이제 진짜 전쟁을 준비하려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최대 쟁점은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 여부’였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에 이 의원이 출마할 뜻을 내비치자 비명계 쪽이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들어 출마를 반대한 것이다.

탐색전 끝
전쟁 시작

겉으로는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는 명분이었지만, 속내는 ‘공천 배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에 수많은 적을 만들어왔다.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하기도 했고,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혈투를 펼쳤다.

싸울 때마다 적을 늘려온 이 의원은 본인도 상처를 입었지만, 반대로 상대 진영 인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에 아직도 남아있는 계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계파 갈등은 대선 경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선 후 ‘원팀’으로 되돌아왔던 민주당 전통을 깨고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았던 의원이 있는가 하면, 급기야 몇몇 인사들은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이 의원 지지자들은 이때의 아픔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원팀이 되지 못한’ 민주당이라 생각하고 있고, 원팀에 들어오지 않았던 인사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대선이 끝난 후 이 의원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동안 이른바 ‘이재명 지지자 표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만 했다. 뿌리 깊은 당내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비명계에게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선언은 결정타였다. ‘공천 위기’가 현실이 되자 의원들은 각자 살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본인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한 몇몇 의원은 친명 쪽에 붙으며 ‘태세 전환’ 중이고, 몇몇 의원들은 세를 규합해 ‘이재명 잡기’에 나서고 있다. ‘비명 진영’에서 당 대표 자리를 탈환해 친명계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속내다. ‘세대교체론’이 이들이 주로 밀고 있는 ‘탈환법’이다.

전대 등록을 마친 당 대표 후보는 ‘양강·양박’의 강훈식·강병원·박용진·박주민(모두 재선) 의원과 설훈(5선)·김민석(3선)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그리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까지 총 8명이다. 이 중 네 명의 재선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전대에 뛰어들었다. 

물갈이, 분열, 컷오프, 최고위, 단일화…
‘친명계’ 잡으려고…각양각색 논리 동원

재선 의원들은 일찌감치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묶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586세대’가 차지했던 기득권을 넘겨받겠다며 의기투합한 넷은 각각 출마선언문을 통해 기득권 타파와 ‘젊은 당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도전도 당이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다. 유일한 원외 후보인 그는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승산 없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전당대회가 공론의 장이자 담대한 혁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7그룹과 그의 도전까지 공식화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본래 이 전 최고위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송 전 대표는 “미래를 함께 공감하고 세대간 소통의 다리를 이어줄 청년”이라며 그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

1982년생으로 평생을 환경운동에 힘쓴 인물이며 열린우리당의 평당원 시절부터 민주당 일원이었던 그는 2012년에 경기도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치권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비록 친명계로 분류되는 송 전 대표의 추천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현재는 이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려는인사들 중 한 명이 됐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지도부 기간 동안 당내 기득권에 혐오가 쌓였고 계파 싸움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같은 ‘젊은 지도부 인사’가 당의 쇄신을 주장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친명계 카드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번 전대를 바라보는 지지자 중 상당수는 이 젊은 정치인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비록 이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더라도, 이들에게 전대의 흥행이 달려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 의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친명계를 견제하고 나섰다. 설 의원은 ‘민주당 분당론’으로 이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필연적으로 당은 쪼개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 비명계가 힘을 합쳐 이 의원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내에 위기의식을 고취시켜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한마음으로
친명 견제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 아래에서는 절대 민주당이 하나가 될 수 없고, 총선이 있는 2024년 쯤엔 공천을 둘러싸고 분열이 정점을 찍어 당이 쪼개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본인이라고 소개한다.

‘민주당 전통’을 지키고 있는 자신이 ‘이재명 대세론’을 잠재울 대표 후보감이라는 소리다. 설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 전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필연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스스로 대변인 역할까지 도맡아 하며 ‘친문(친 문재인)’계의 좌장 역할을 수행했다.

경선 후 선거 불복 운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대선 기간 중 이 의원을 향한 네거티브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 중 가장 긴 정치경력을 자랑한다. 젊은 나이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오랜 세월 동교동계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1996년에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한 그는 2000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해왔다. 


정치적 위기도 잠시 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일하던 설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당했고, 2005년 확정판결이 나면서 ‘피선거권 10년 박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아 곧바로 정계 복귀에 성공했고,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하며 베테랑 정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동교동계’와 ‘친노(친 노무현)’에서 ‘친문’으로 이어진 그의 정치 커리어는 당내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의원과는 매우 상반된다.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켜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분당’이 자주 등장하니 위기의식이 고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의 분당 발언 이후 이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던 친문 인사들이 물밑에서 설 의원과 젊은 당권 후보들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2016년 이미 한 차례 분당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전대가 ‘분당의 씨앗’이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비명계가 분당을 우려하는 이유는 비단 당 대표 선거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계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최고위원들까지 ‘이재명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비명계 측에는 마지막 희망마저 없어진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총 17명이 참전했다. 원내에서는 고영인·고민정·박찬대·서영교·정청래·송갑석·이수진(동작을)·윤영찬·양이원영·장경태 등 10명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원외에서는 김홍걸 의원을 도왔던 이현주 전 보좌관과 박영훈 전 민주당 대학생 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민주당원 7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 다수
단일화 긍정

주목해야할 점은 원내서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이다. 인지도가 약한 원외 인사들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는 일은 드문 만큼, 민주당 내에선 원내 인사 중에 최고위원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선거에 나온 원내 인사 10명 중 6명이 친명계라는 점이다. 3선의 정 의원과 서 의원, 재선의 박 의원, 초선의 장 의원과 양 의원, 이수진 의원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전대 후 민주당 지도부는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7명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최고위원 7자리 중 5자리는 전대서 뽑히는 선출직이지만, 2자리는 당 대표가 임명한다. 원내대표는 친명계로 알려진 박홍근 의원이 이미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이 대표로 당선될 경우 지도부 구성원 중 네 명은 이미 친명계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여기에 선출직 최고위원 2명이 가세하면 이 의원은 당 지도부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6명 중 2명 이상이 당선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정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친명계 의원은 “친문이 곧 친명”이라고 선언한 3선의 정청래 의원이다. 거침없는 발언과 여당에 대한 날선 견제로 당내 수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그는 대표로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당내 초선 강성 그룹인 ‘처럼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지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당초 정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보 등록 막판에 대표 출마가 아닌 최고위원 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배경에 대해 “원래 제가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 대표를 오랫동안 꿈꿔왔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며 “원래 높은 자리, 낮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다 했었는데 이번에는 최고위원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을 당 대표로 밀어주기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 당내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말했던 ‘대통령과 당 대표 사이’처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이에 비명계에서도 반격의 카드를 준비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고 의원과 윤 의원이 입후보한 것이다. 친명계 예비후보들 뒤에 처럼회가 있다면 이들 뒤에는 ‘초금회’가 있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진이었던 의원들이 주죽이 돼 만들어진 ‘초금회’는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5명 중 2명만…지도부 장악
1차 투표 통과에 최대 변수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친문’은 당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대에서는 중앙위원회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한다.

그동안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비명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중앙위원들은 아직 비명계 인사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특히 17명에서 9명을 낙마시키는 최고위원 1차 컷오프(오는 28일 예정)는 중앙위 100%로 이뤄진다. 중앙위가 ‘친명계를 견제하자’는 뜻에 동조한다면 최고위원 최종 후보 8명 중 과반이 비명계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비명계의 막판 단일화 여부는 이번 전대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강한 후보를 잡기 위해 군소 후보들이 뜻을 모으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승리 공식이다. 전대에 출마한 8명의 후보 중 7명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1차 컷오프에서 3명으로 추려질 대표 후보군에는 이 의원과 97그룹 2명, 혹은 설 의원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97그룹 의원들은 이미 단일화를 가시화한 바 있다. 강훈식 의원은<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막판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 자체는 열어뒀다. 그는 “컷오프 이전 단일화는 불가능하겠지만, 후에 가치와 노선이 맞으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인 강병원 의원은 지난 21일 비명계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본인의 SNS에 “강훈식, 김민석, 박용진, 박주민, 설훈, 이동학 후보님께 제안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오는 28일 당 대표 후보 3인을 추리는 컷오프 이전에 ‘단일화 공동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적었다.

비명계 예비후보들 중 최초로 단일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설 의원 또한 컷오프를 단일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컷오프를 진행하게 되면 8명에서 3명으로 후보가 압축되는데, 이재명 의원과의 대결을 위해 본선에 올라간 나머지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 <일요시사>에 전했다.

다만 박용진 의원만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 그 역시 단일화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명분이 이 의원에 대한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컷오프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일화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단일화가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가치에 기반한 단일화가 아닌, 단순히 ‘이재명 반대’를 위한 단일화라고 한다면 설령 가능하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당대회 후
더 파국으로?

전대에 뛰어든 이들의 여정은 오는 28일 1차 컷오프를 거친 뒤, 다음 달 28일에야 끝날 예정이다. 누가 웃을지 친명계와 비명계 중 컷오프에선 누가 살아 남을지, 분당은 현실화될지, 단일화는 이뤄질 지 등 민주당 지지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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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