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비박산’ 민주당 13개 계파 대해부

“네 탓” 장군 없는 오합지졸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혁신형’ 비대위가 출범한 지 3주가량 지났다.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 비대위 지도부는 혁신의 첫걸음을 어떻게 뗄지 고심 중이다. 최우선 과제는 당 안팎에서 지적하고 있는 ‘당내 통합’이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수박’(겉은 파랗고 안은 빨갛다는 뜻으로 ‘민주당의 배신자’란 의미)이란 단어를 못 쓰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우 위원장은 “같은 당인데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쓸 수 있나”라며 “공격적 언어들을 쓰면 안 된다. 수박 단어를 쓰시는 분들은 가만 안 둘 것”라고 언급했다.

세만 크고 
리더 없다

‘유’한 성격으로 알려진 우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계파 갈등이 요즘 민주당의 최대 골칫거리다. 우 위원장의 경고가 있기 전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는 수위 높은 공격들을 주고받으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룰’ 변경 등 예민한 문제가 산재해 있는 현재 민주당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민주당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계파가 꽤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도중 들었던 계파 종류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친이재명계’ ‘친이낙연계’ ‘친문재인계’ ‘정세균계’ ‘옛 박원순계’ ‘옛 손학규계’ ‘이해찬계’ 등 거물 정치인들의 이름에서 비롯된 계파와 ‘민평련계’ ‘통합행동계’ ‘86그룹’ ‘97그룹’ 등 과거 이념과 의원들의 특징에서 비롯된 계파들, 그리고 ‘민주당 4.0’ ‘처럼회’ 같은 정치 연구모임 등이 있다.


이 중 친명계와 친문계, 친이낙연계 등이 대립 중인 민주당의 주요 세력이다. 여기에는 민평련계와 86그룹, 처럼회, 민주당 4.0에 속한 의원이 고루 포진돼있다.

개인적인 인연과 정치적 가치에 따라 복잡하게 얽힌 민주당 계파는 여의도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대치와 협력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수많은 계파들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과거 어느 계파 소속이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할 것인지, 혹은 이 의원을 반대할 것인지에 따라 새롭게 개편됐다. 현재 민주당 계파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 측과 이 의원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비명’ 측, 그리고 계파색이 옅고 새 인물을 추대하려는 ‘중립’ 측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친명 측에선 지난 대선에서 득표력을 인정받은 이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명 핵심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은 이 의원의 최측근이라 알려진 ‘7인회’와 ‘옛 박원순계’다.

7인회에는 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김남국·문진석·이규민 의원이 속해있다. 이들은 2017년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부터 5년간 정치적 뜻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인연을 이어온 인사들도 있다. 정 의원은 이 의원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사이로, 36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김병욱 의원은 이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를 치를 때부터, 김영진 의원은 이 의원과 중앙대를 함께 다닐 때부터 함께했다. 임 의원은 2017년 대통령선거 경선 전부터 이 의원을 지지하며 선거 캠프에서 활약했다.

뭉치고
모이고

초선인 김남국 의원과 문 의원은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들로 추진력 있는 이 의원의 개인 능력을 높이 평가해 오래전부터 여의도와 이 의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민 의원은 지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여의도를 떠나 있었다. 그러나 몇 개월 뒤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에 곧바로 합류해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아 했다. 이 의원은 총괄선거대책부본부장으로 임명돼 본인의 지역구인 안성시를 비롯해 경기도 일대서 이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이들 7인에 더해 ‘옛 박원순계’ 또한 이 의원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다. 지난달 원내대표로 당선된 3선의 박홍근 의원과 천준호·남인순 의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박홍근 원내대표와 천 의원은 이 의원과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 의원은 비교적 계파색이 옅어 무계파로 분류된다.

핵심을 이루고 있는 두 세력에 더해 이해찬계의 합류도 이 의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치열했던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자연스럽게 ‘이해찬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대거 이 의원 진영으로 합류했다.

이때 유입된 인물 대부분은 아직도 친명 측에 속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계’에는 김성환·이수진·이해식·이형석·조정식 의원 등이 있다. 이 중 이수진 의원은 최근 불거진 ‘이재명’ 책임론에 앞장서서 이 의원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선 참패 직후 자신의 SNS에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특정인이 지목되고, 마녀사냥이 되고 있다”며 “패배에서 오는 분노를 쏟아내기에 이보다 쉬운 게 없다.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적었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한 조 의원도 경선 과정 내내 ‘이재명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선거전에 나선 바 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나갈 동지”라며 “같이 호흡을 맞춘 사람으로서 도정 운영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예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현재 친명 측에 속해있는 민주당 의원은 총 41명에 달한다.

대부분 비문계 의원과 처럼회 같은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그리고 이 의원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당초 “여의도에 세가 없다”고 평가받던 이 의원은 본인만의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대항해 ‘친문’과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들이 규합하고 있다. ‘비명’이라는 대의 아래 이들은 힘을 하나로 합쳐 거대 세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친명 41명·비명 80명·중립 49명
크게 세 그룹 속 다시 나뉘는 구도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무산시키고 친문 진영 인물을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이낙연계는 총 43명으로, 홍영표·전해철·박광온 의원 등이 주류다. 이들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박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박홍근 의원과 초접전을 펼치며 당내 영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홍 의원은 최근까지도 이(재명) 의원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이 원해 출마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내가 알기론 70~80%는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방선거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 출마 명분조차 없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낙연계’뿐 아니라 ‘정세균계’도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세균계의 대표격인 이원욱 의원은 이 의원과 갈등관계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모두가 이재명 대선 캠프에 합류했을 때도 이 의원만큼은 끝까지 대선을 뛰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게 쓴소리를 뱉으며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그는 이(재명) 의원의 대표적 공약인 기본소득을 향해 “포퓰리즘 논쟁을 중지하라”며 “기본소득의 원칙에는 보편성과 정액성, 정시성 등이 있고 기본소득 문제를 거론하려면 포퓰리즘이 아닌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일침을 놓더니, 지방선거 후에는 이 의원의 극성 지지층을 “훌리건”이라 비난하며 “그들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다.

이 의원은 ‘친이낙연계’ 의원들보다 이(재명) 의원과의 감정의 골이 더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낙연’ ‘친정세균’에 더해 전통 ‘친문’ 세력 또한 ‘비명’계에 섰다. 친문 세력 중 핵심은 문재인정부에서 일했던 인물들이며 여기에는 윤호중·고민정·윤건영·박범계 의원 등이 포함된다.

전통 ‘친문’ 측은 지난 두 번의 패배 책임을 이 의원에게 돌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당내 주류 세력이 친명계로 바뀐다면 다음 총선에서 본인의 공천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비명계에 서 있는 세력은 민주당내 최다인 80명이다. 세력만큼은 가장 거대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당권을 향해 나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세력을 규합할만한 리더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고, 당권에 도전하려는 몇몇 친문 인사들은 비명계 전체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그룹 
개혁 1순위? 

친정세균계에서도 당 대표감으로 평가되는 인물은 없다. 한 정치 평론가는 현재 비명계를 향해 “장군 없이 몸집만 커진 군대 같다. 오합지졸 세력”이라고 평가했다.

대안 없이 이 의원을 공격하는 ‘비명’계에게 몇몇 민주당 지지자들은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계파 싸움 이골이 난 이들은 새로운 인물을 중립지대에서 찾으라 주문한다. 그동안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친문’ 세력보다는 ‘무계파’ 출신의 인물이 당내를 통합할 수 있고, 또 친명 측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판단 아래서다.

‘친명’과 ‘비명’ 모두와 거리를 둬온 민주당 의원은 총 49명이다. 그간 이 의원과 문 전 대통령, 그리고 이 전 대표와 사사로운 인연은 있었지만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판단되는 인사들과 양측 모두와 인연이 깊은 인사들, 그리고 정치 초년생부터 개인기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인사들이 주축이다.

새로운 리더감으로 떠오르고 있는 97그룹(90학번·70년대생)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양 계파가 전당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들을 최대한 많이 포섭해야 한다. ‘중립’ 세력은 다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민석·우상호·박병석·이상민 의원 등의 영향력 있는 중진들과 97그룹의 대표 격인 재선의 강훈식·강병원·박주민·박용진 의원 등이 ‘중립’의 주류로 꼽힌다. 여기서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들이 있다.

막내 라인인 97그룹에 속한 이들이다. 강병원 의원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으며, 박주민·박용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당내서 이미 기정사실화돼있다.

‘586용퇴론’ ‘세대교체’ 등이 개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처럼 ‘젊은’ 정치인들의 출마는 여러모로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당내 주류 싸움은 지난달 있었던 원내대표 선거였다. ‘친명’ 쪽의 박홍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1승을 챙긴 ‘친명’계는 그 기세를 전당대회까지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대체 세력으로
분위기 반전

지방선거 책임론을 주장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비명’계는 그 전에 승부수를 띄워 이를 저지하려 한다. 양 계파 중 어느 세력이 승리할지, 혹은 두 싸움에 지친 지지자들이 새로운 인물을 ‘중립’지대에서 찾아낼지 오는 8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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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