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민주당 몽니 막전막후

다짜고짜 정부 괴롭히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은 막강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지방권력까지 모두 손아귀에 넣었던 이들은 지난 5년간 국정운영을 마음대로 휘둘러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세 번의 선거 패배 후 조급해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민주당표 ‘꼬장쇼’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명분 없는 꼬장에 민주당은 스스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가혹하게 심판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야당으로 돌려놨고, 지방자치단체장을 꿰차고 있던 민주당 정치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5년간 입법부, 행정부, 지방권력까지 차지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민주당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성했다. 

당내 전쟁
당외 꼬장

그러나 패배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반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계파 간 이권 다툼이 한창이고, 당외에서는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국민의힘(국힘)과 윤석열 대통령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시작은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였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4월 말, 검찰의 대대적인 개혁을 골자로 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할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 조치였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꼼수 탈당’시키는 등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빠르게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꼼수 탈당’이 아니라며 해명했던 민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복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고, 지방선거에서 표로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심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청도와 강원도 같은 정치색이 짙지 않은 지역의 ‘도지사’ 자리는 물론,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자리도 대부분을 국힘에 내줬다.

지난 2018년 동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석, 기초단체장 151석을 획득한 민주당은 2022년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5석, 기초단체장 63석만 획득하는 데 그쳤다. 4년 후, 약 100석 가까운 자리를 잃은 것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국민이 민주당을 ‘심판’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탄핵 정국 이후로 권력을 몰아줬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정치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는 총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심판을 민주당은 다르게 해석한 것일까. 요즘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검수완박 때와 비슷한 몽니를 계속 부리고 있다. 아직 빼앗기지 않은 입법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힘과 행정부를 지속 견제하겠다는 속내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시행령 통제법’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윤석열정부의 시행령 제정 등을 견제하는 ‘시행령 통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에는 강준현·김영진·김종민·박상혁·박용진·송갑석·신현영·위성곤·이소영·이용우·이원욱·장철민·전용기 등 총 1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발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법에 따라 정부부처에 시정을 요구하곤 했지만, 한 번도 바로잡는 것을 못 봤다”며 “틈틈이 확인해봤지만 항상 그대로 돼있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국회와 정부 간 시행령 갈등은 국내 법체계에서 비롯된다. 현재 한국의 법체계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조례 등 총 5개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법안의 통제력은 나열한 순서대로 강하다. 헌법이 가장 강한 강제성을 갖고, 그 다음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 순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 안에 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은 헌법이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제정돼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 속해야 한다. 시행규칙과 조례도 시행령 안에 속해야만 한다. 

‘검수완박’에 이은 ‘정부완박’ 강행
견제는 해야 하는데…의도가 수상

헌법은 국민투표로만 수정·심의할 수 있고, 법률은 국회에서 소관한다. 시행령·규칙, 조례 등은 대통령과 각 부처가 소관하는데 갈등은 법 조항마다 주체가 다른 점에서 불거진다.

법률은 국회가 제정하고, 시행령은 행정부가 제정하다 보니 각기 다른 의도로 법률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이다. 

그간 몇몇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적 뜻을 이루기 위해 법안을 유리하게 해석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오역’해 법률 자체를 비틀어버리기도 했다. 이는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정권에서 있었던 관행이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시도였다. 2009년 이명박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4대강 사업의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본래 대운하 사업이었다. 대운하 사업은 대한민국의 네 개의 강,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유역을 재정비해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사업으로 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추진했던 공약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륙 수운을 잇는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운하 사업 현실화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거셌다.

대운하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시민단체와 진보진영인 당시 야당에서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알리며 맞섰고, 각종 견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을 가로막았다.


당시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 정국을 경험하며 힘이 빠져있었던 이 전 대통령은 결국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고 ‘4대강 되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당시 여야는 해당 공약에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사업 예산이 나오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주체 다른
법안 보니…

진보진영에서는 예산 낭비와 실효성 없는 공사를 이유로 사업에 다시 반대했고, 몇몇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난관에 부딪힌 이명박정부는 국회에서 ‘예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사전에 검증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예타’ 조사는 1999년 김대중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IMF 외환위기로 국고가 바닥을 치자, 예산 사용에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서다.

도입 취지에 맞게 예타 통과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가 진행되면 정부는 국회에 재정 투자의 효율성과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상세히 소명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와 동법 시행령 13조를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서 이명박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13조의 수정이다. 시행령 수정을 통해 ‘예타 면제 대상’에 4대강 사업을 추가한 것이다. 


당시 법률 제38조에 따르면 면제 대상은 ‘공공시설·문화재·국가안보·남북경제협력·재난예방·지역균형 발전 사업’으로 국한돼있었다. 이명박정부는 제13조 2항에 5개 사유를 수정·추가했다.

그중 이명박정부의 의도가 엿보인 것은 2항 6호다. 이명박정부는 ‘재해복구 지원’이란 항목을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수정했다. 당시 4대강 사업은 ‘4대강 되살리기 사업’이라 포장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정된 항목에 포함됐다.

9호에는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항목을 추가했다. 개정된 시행령을 통해 4대강 전체 사업 총예산 22조원중 10%가량은 예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반복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부동산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꾼들과 싸움을 진행해왔다. 임기 내에 부동산 관련 정책만 수십개를 쏟아냈을 정도로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수단이 시행령 개정이었다. 

문정부에서 추진했던 몇몇 정책은 법률과 대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때마다 법률을 수정·추가하는 일이 불가능하니 시행령을 고친 것이다. 예를 들어 양도세를 올리기 위해 이를 규정하는 ‘소득세법’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시행령에서 비과세·감면 등을 세부조항을 건드려 정책을 완성시켰다.

문정부는 주택 보유·거주기간, 조정 대상 지역 여부 등을 비틀어 집값 규제에 나섰다. 해당 법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그때마다 혼란에 빠졌다. 

조용하다 
이제 와서…

2018년 말 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도 대표적인 ‘시행령 정치’다. 문정부는 2018년 말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때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실제 근로하지 않는 시간(주휴 시간)을 시행령을 통해 포함시켰다.

법률에 부가적인 시행령을 하나 추가한 것일 뿐이지만, 주휴 시간 추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왔다. 시행령의 근간이 되는 법률을 비틀어버린 셈이다.

최저시급뿐 아니라 코로나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또한 시행령으로 그때그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던 코로나 피해이기에 이미 만들어져있던 법률안에는 다양한 사례가 담기지 못했다. 문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손실 대상과 액수 등을 책정해 공포했다.

사실 시행령 정치를 예방하자는 시도는 여러 모로 명분을 갖는다. 그동안 법률을 비틀 정도로 수정된 시행령으로 국민들이 숱하게 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근 주장하는 ‘시행령 통제법’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수완박’ 때와 마찬가지로 입법 의도가 다분히 불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 4월 임기가 시작된 제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한 채 출발했다.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입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에 섰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시행령 통제법에 대한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민주당이 요구하고 유승민 전 국힘 의원이 주도한 시행령 통제법과 2019년 자유한국당이 추진한 ‘국회패싱금지법’이 마지막 논의였다.

뒤늦은 시행령 통제법 발의가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이 행정부의 권한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권력만 남은 민주당의 ‘몽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저런 명분을 갖다 붙이며 윤정부와 국힘의 힘을 빼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이 주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법사위원장 파동’이다.

법률 위 시행령? 대통령 입맛대로
진보·보수 같은 ‘시행령 정치’

국회의 임기는 2년을 주기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제21대 국회의 후반기는 지난 6월 초부터였다. 그동안 국회는 주기가 바뀔 때마다 국회는 원구성을 달리해왔다. 각 상임위의 위원장과 국회의장 등을 새로 뽑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달 초에 진행됐어야 할 후반기 원구성이 한 달이 다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서부터다.

보통 국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출범시키기 전에 위원장자리를 어떻게 할지 미리 합의한다. 여야는 그동안 미리 합의한 바대로 원구성을 완성해왔으며, 후반기 들어서자마자 이를 곧바로 이행해 ‘권력 공백’을 최소화시켰다.

이번 제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민주당과 국힘은 당시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던 18개의 상임위원장을 11대7로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또한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는 조건으로 후반기에는 국힘 측에서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며 해당 합의안에 대한 정당별 해석이 180도 달라졌다. 국힘은 당시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가져오겠다고 해석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된 민주당이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법사위원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해 본회의로 넘기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빛을 발한다. 위원장 입맛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를 가속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기할 권한도 갖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이 입법부의 ‘게이트 키퍼’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률 제정을 주 업무로 삼는 국회 입장에서 법사위원장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만큼 지난 20년간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과 야당이 고루 차지해왔다. 18·19·20대 국회까지 1·2당이 법사위원장을 전반기 후반기에 나눠맡는 모양새가 유지돼왔다. 이 관례를 민주당이 깨려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응당 야당이 해야 하는 임무다. 독재 권력은 늘상 부패하기 마련이기에, 헌정 역사에서 야당은 끊임없이 여당을 견제했고 국민들을 부패 정치로부터 보호해왔다. 그러나 이런 견제 또한 마땅한 명분과 여론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이 부리고 있는 ‘몽니’는 여러모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을 뿐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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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