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민주당 몽니 막전막후

다짜고짜 정부 괴롭히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은 막강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지방권력까지 모두 손아귀에 넣었던 이들은 지난 5년간 국정운영을 마음대로 휘둘러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세 번의 선거 패배 후 조급해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민주당표 ‘꼬장쇼’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명분 없는 꼬장에 민주당은 스스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가혹하게 심판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야당으로 돌려놨고, 지방자치단체장을 꿰차고 있던 민주당 정치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5년간 입법부, 행정부, 지방권력까지 차지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민주당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성했다. 

당내 전쟁
당외 꼬장

그러나 패배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민주당의 반성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계파 간 이권 다툼이 한창이고, 당외에서는 관례를 어기면서까지 국민의힘(국힘)과 윤석열 대통령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시작은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강행 처리였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4월 말, 검찰의 대대적인 개혁을 골자로 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할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 조치였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꼼수 탈당’시키는 등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빠르게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꼼수 탈당’이 아니라며 해명했던 민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복당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고, 지방선거에서 표로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심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청도와 강원도 같은 정치색이 짙지 않은 지역의 ‘도지사’ 자리는 물론,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자리도 대부분을 국힘에 내줬다.

지난 2018년 동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4석, 기초단체장 151석을 획득한 민주당은 2022년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5석, 기초단체장 63석만 획득하는 데 그쳤다. 4년 후, 약 100석 가까운 자리를 잃은 것이다.

선거 결과를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국민이 민주당을 ‘심판’했다고 의견을 모았다. 탄핵 정국 이후로 권력을 몰아줬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정치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는 총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심판을 민주당은 다르게 해석한 것일까. 요즘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검수완박 때와 비슷한 몽니를 계속 부리고 있다. 아직 빼앗기지 않은 입법 권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힘과 행정부를 지속 견제하겠다는 속내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시행령 통제법’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4일 윤석열정부의 시행령 제정 등을 견제하는 ‘시행령 통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에는 강준현·김영진·김종민·박상혁·박용진·송갑석·신현영·위성곤·이소영·이용우·이원욱·장철민·전용기 등 총 1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발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법에 따라 정부부처에 시정을 요구하곤 했지만, 한 번도 바로잡는 것을 못 봤다”며 “틈틈이 확인해봤지만 항상 그대로 돼있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국회와 정부 간 시행령 갈등은 국내 법체계에서 비롯된다. 현재 한국의 법체계는 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조례 등 총 5개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법안의 통제력은 나열한 순서대로 강하다. 헌법이 가장 강한 강제성을 갖고, 그 다음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 순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하위법이 상위법 안에 속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은 헌법이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만 제정돼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 속해야 한다. 시행규칙과 조례도 시행령 안에 속해야만 한다. 

‘검수완박’에 이은 ‘정부완박’ 강행
견제는 해야 하는데…의도가 수상

헌법은 국민투표로만 수정·심의할 수 있고, 법률은 국회에서 소관한다. 시행령·규칙, 조례 등은 대통령과 각 부처가 소관하는데 갈등은 법 조항마다 주체가 다른 점에서 불거진다.

법률은 국회가 제정하고, 시행령은 행정부가 제정하다 보니 각기 다른 의도로 법률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기는 것이다. 

그간 몇몇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적 뜻을 이루기 위해 법안을 유리하게 해석했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오역’해 법률 자체를 비틀어버리기도 했다. 이는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정권에서 있었던 관행이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시도였다. 2009년 이명박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4대강 사업의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본래 대운하 사업이었다. 대운하 사업은 대한민국의 네 개의 강,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유역을 재정비해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사업으로 이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추진했던 공약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륙 수운을 잇는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대운하 사업 현실화에 돌입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거셌다.

대운하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와 함께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시민단체와 진보진영인 당시 야당에서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알리며 맞섰고, 각종 견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을 가로막았다.


당시 광우병 파동과 촛불시위 정국을 경험하며 힘이 빠져있었던 이 전 대통령은 결국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고 ‘4대강 되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당시 여야는 해당 공약에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사업 예산이 나오자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주체 다른
법안 보니…

진보진영에서는 예산 낭비와 실효성 없는 공사를 이유로 사업에 다시 반대했고, 몇몇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난관에 부딪힌 이명박정부는 국회에서 ‘예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사전에 검증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예타’ 조사는 1999년 김대중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IMF 외환위기로 국고가 바닥을 치자, 예산 사용에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서다.

도입 취지에 맞게 예타 통과는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가 진행되면 정부는 국회에 재정 투자의 효율성과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상세히 소명해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와 동법 시행령 13조를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서 이명박정부가 생각해낸 것이 13조의 수정이다. 시행령 수정을 통해 ‘예타 면제 대상’에 4대강 사업을 추가한 것이다. 


당시 법률 제38조에 따르면 면제 대상은 ‘공공시설·문화재·국가안보·남북경제협력·재난예방·지역균형 발전 사업’으로 국한돼있었다. 이명박정부는 제13조 2항에 5개 사유를 수정·추가했다.

그중 이명박정부의 의도가 엿보인 것은 2항 6호다. 이명박정부는 ‘재해복구 지원’이란 항목을 ‘재해 예방·복구 지원’으로 수정했다. 당시 4대강 사업은 ‘4대강 되살리기 사업’이라 포장되어있었기 때문에 수정된 항목에 포함됐다.

9호에는 ‘지역균형 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항목을 추가했다. 개정된 시행령을 통해 4대강 전체 사업 총예산 22조원중 10%가량은 예타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반복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부동산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꾼들과 싸움을 진행해왔다. 임기 내에 부동산 관련 정책만 수십개를 쏟아냈을 정도로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했던 수단이 시행령 개정이었다. 

문정부에서 추진했던 몇몇 정책은 법률과 대치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때마다 법률을 수정·추가하는 일이 불가능하니 시행령을 고친 것이다. 예를 들어 양도세를 올리기 위해 이를 규정하는 ‘소득세법’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시행령에서 비과세·감면 등을 세부조항을 건드려 정책을 완성시켰다.

문정부는 주택 보유·거주기간, 조정 대상 지역 여부 등을 비틀어 집값 규제에 나섰다. 해당 법률에 영향을 받는 이들은 그때마다 혼란에 빠졌다. 

조용하다 
이제 와서…

2018년 말 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도 대표적인 ‘시행령 정치’다. 문정부는 2018년 말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때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실제 근로하지 않는 시간(주휴 시간)을 시행령을 통해 포함시켰다.

법률에 부가적인 시행령을 하나 추가한 것일 뿐이지만, 주휴 시간 추가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어 돌아왔다. 시행령의 근간이 되는 법률을 비틀어버린 셈이다.

최저시급뿐 아니라 코로나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또한 시행령으로 그때그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던 코로나 피해이기에 이미 만들어져있던 법률안에는 다양한 사례가 담기지 못했다. 문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손실 대상과 액수 등을 책정해 공포했다.

사실 시행령 정치를 예방하자는 시도는 여러 모로 명분을 갖는다. 그동안 법률을 비틀 정도로 수정된 시행령으로 국민들이 숱하게 혼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최근 주장하는 ‘시행령 통제법’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검수완박’ 때와 마찬가지로 입법 의도가 다분히 불순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0년에 4월 임기가 시작된 제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한 채 출발했다. 6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입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에 섰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시행령 통제법에 대한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민주당이 요구하고 유승민 전 국힘 의원이 주도한 시행령 통제법과 2019년 자유한국당이 추진한 ‘국회패싱금지법’이 마지막 논의였다.

뒤늦은 시행령 통제법 발의가 정권을 빼앗긴 거대 ‘야당’이 행정부의 권한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권력만 남은 민주당의 ‘몽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저런 명분을 갖다 붙이며 윤정부와 국힘의 힘을 빼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이 주장에 힘을 더해주는 것이 ‘법사위원장 파동’이다.

법률 위 시행령? 대통령 입맛대로
진보·보수 같은 ‘시행령 정치’

국회의 임기는 2년을 주기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제21대 국회의 후반기는 지난 6월 초부터였다. 그동안 국회는 주기가 바뀔 때마다 국회는 원구성을 달리해왔다. 각 상임위의 위원장과 국회의장 등을 새로 뽑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달 초에 진행됐어야 할 후반기 원구성이 한 달이 다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서부터다.

보통 국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출범시키기 전에 위원장자리를 어떻게 할지 미리 합의한다. 여야는 그동안 미리 합의한 바대로 원구성을 완성해왔으며, 후반기 들어서자마자 이를 곧바로 이행해 ‘권력 공백’을 최소화시켰다.

이번 제21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민주당과 국힘은 당시 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던 18개의 상임위원장을 11대7로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또한 법사위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 국한하는 조건으로 후반기에는 국힘 측에서 맡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며 해당 합의안에 대한 정당별 해석이 180도 달라졌다. 국힘은 당시 합의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가져오겠다고 해석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된 민주당이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법사위원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을 마지막으로 심사해 본회의로 넘기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빛을 발한다. 위원장 입맛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를 가속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기할 권한도 갖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이 입법부의 ‘게이트 키퍼’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률 제정을 주 업무로 삼는 국회 입장에서 법사위원장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만큼 지난 20년간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당과 야당이 고루 차지해왔다. 18·19·20대 국회까지 1·2당이 법사위원장을 전반기 후반기에 나눠맡는 모양새가 유지돼왔다. 이 관례를 민주당이 깨려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응당 야당이 해야 하는 임무다. 독재 권력은 늘상 부패하기 마련이기에, 헌정 역사에서 야당은 끊임없이 여당을 견제했고 국민들을 부패 정치로부터 보호해왔다. 그러나 이런 견제 또한 마땅한 명분과 여론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이 부리고 있는 ‘몽니’는 여러모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을 뿐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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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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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