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86 용퇴론과 97그룹 단일화론

이재명 싫어서 뭉치는 비명 전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마땅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던 비명(비 이재명)계 쪽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다수의 젊은 의원이 대표직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대한 당내 요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상당수 감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재명 대세론은 흔들림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을 잡겠다고 나선 의원이 너무 많은 탓이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달에 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벌써부터 잡혀간다. 당초 ‘친명(친 이재명계)’ 대 ‘친문(친 문재인계)’ 혹은 ‘친낙(친 이낙연계)’의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현재 구도는 친명 대 비명(비 이재명계)의 싸움으로 잡혀가고 있다.

재부상하는
세대교체론

특히, 비명계의 당권주자들 중 젊은 의원들이 전당대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출사표를 던진 ‘97그룹 (90년대 학번·70년대 생)’이 그 주축이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말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가 민주당 중진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혼자 단상에 서서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 정착이었는데, 이제 그 사명을 다 완수했다”며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용퇴론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당내에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쏟아져 나왔다. 메시지는 둘째 치고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당내 분란을 조장하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뛰고 있는 586세대가 있을뿐더러 당의 얼굴이었던 송영길 전 대표가 스스로 말했던 ‘586용퇴론’을 깨고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은 이때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계속 지기만 하는 정당에는 새 정치가 필요하고, 결국 새 정치를 실행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그 시작점이 지금까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가 ‘물러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의 용퇴론’에 동조하는 의원이 상당수 있었다.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에 직접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개혁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의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부분 동조하고 있었고, 발표 직후 그에게 격려 전화와 문자를 전했다.

당시 격려는 현재 전당대회 판세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비명 진영 측에 젊은 의원이 하나둘 출마하는 중이고, 중립지대에 있는 많은 의원들이 이들을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개혁과 쇄신의 방향을 ‘새 리더’로 하자는 의견에 다수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기득권 타파하자” 커지는 목소리
뭉치나? 심상찮은 비명계 움직임


중립지대에 있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586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고,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분이 공감했다”며 “특히 송영길 전 대표가 586 용퇴론을 스스로 이야기한 뒤 본인이 그걸 뒤집고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정말 씻을 수 없는 실책을 범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구호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 것이 얼마 전 있었던 ‘전당대회 룰 파동’이다. 전당대회 전 급하게 꾸려진 ‘혁신형’ 비대위는 전당대회 룰 개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달부터 룰에 민감한 각 계파를 어우르고 공정한 전당대회를 장려하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를 받아왔다.

비대위는 지난달 20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출범시키며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전준위 위원장은 4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이 낙점됐다.

안 의원은 본래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현재 싸우고 있는 계파들에 속하지 않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선거관리위원장에는 3선의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시)이 발탁됐다.

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 또한 현재 계파 싸움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로 안 의원과 함께 중립지대에 있는 중진 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과 ‘비명’ 간의 대립을 의식한 비대위가 고심 끝에 두 인물을 전준위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주간 양 계파의 의견을 수렴해왔고, 공정한 룰 제정에 온 힘을 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 계파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룰을 전준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한 전준위는 양측의 입장을 수렴한 절충안을 만들어 비대위 측에 전달했다. 

전준위가 내놓은 최종안은 예비경선(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당원투표) 70%와 대국민 여론조사 30%’, 본투표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였다.

민주당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몇몇 친명계 인사는 여론조사의 비중을 크게 늘릴 것을 전준위 측에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여론조사를 50%까지 늘려 일반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명분은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의 쇄신을 본받자는 것이다. 국힘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바 있다. 그 결과 이준석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당의 키를 쥐게 되었고, 국힘은 서서히 변화할 수 있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에서 “우리들은 여전히 대의원 투표 비율이 45%다. 표의 등가성이 일반 당원들과 1:90 정도 가까이 된다”며 “기존의 고루한 정당에서 당원 중심의 민주당으로 바꾸는 것이 전당대회의 의미이기 때문에 룰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내는 환경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물 없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지난해 국민의힘과 지금의 민주당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는 현재의 민주당 이재명 의원처럼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땅한 인물이 없던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대폭 도입하니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는 논리다. 

비명계 측은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압도적인 인지도의 이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것은 민주당 쇄신의 방향과 일치하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도입은 오히려 쇄신하지 못할 ‘독’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비명계는 지속해서 룰 개정을 반대해왔다.

그동안 민주당 전당대회는 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원회의 100%를 투표를 유지해왔다. 이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기인한다. 친명계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를 넣으려면 당헌 당규를 고쳐야 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적용돼왔던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는 주장에 비명계는 특정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마를 선언했던 비명계 강병원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나 비전이라기보다는 그 전에 해왔던 정치 행태로 인지도 싸움이 돼 버릴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 당은 우려한 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국회의원을 공천할 때도 공천 심사로,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우리 국민에게 선보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명계의 주장도 진영 논리의 일부분이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기존 당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친문과 친낙계 인사들이 중앙위에 다수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중앙위 100%가 이 의원에게 불리할 것이고, 지금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할수도 있다고 인식한다.

지난 2개월 간의 전대 룰 갈등은 곧 계파 싸움이었다. 지금은 당내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친명계가 주장하는 ‘여론조사 대폭 도입’이 현실화될지, 안 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비대위와 전준위는 당내 분위기를 충분히 살핀 후 최종 결정을 하는 당내 기관이다. 만일 친명계의 강력 반발만 있고 비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작거나, 소극적인 주장만 펼쳤다면 ‘여론조사 도입’은 그냥 이뤄질 수 있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종 결정일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5일, 비대위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전준위 안을 폐기하고 현행(중앙위 100%)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친명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결정에 민주당 내 인사들, 그리고 취재기자들까지 의아해했다.

비명계의 입김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두고 
찬반 투표?

이 같은 결정에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현재 민주당에는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그 혁신에 이재명 의원은 낄 수가 없다. 계파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하루 뒤인 6일, 비대위는 전날 결정을 결국 번복하고 1차 컷오프에 여론조사 30%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날 있었던 룰 파동은 아직도 당내서 회자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의 구도에서는 이 의원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비명계 측에서 나온 후보가 너무 많은 탓이다. 이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당 대표직에 나선 사람은 총 여명이다. 

지난달 17일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97그룹으로 분류되는 재선의 강병원(서울 은평을), 강훈식(충남 아산을), 박용진(서울 강북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의원과 3선의 김민석(서울 영등포구을) 의원이다.

설·김 의원을 제외하면 재선의 네 사람은 많이 닮아있다. 모두 재선이라는 점, 또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점,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이들은 통한다. 실제로 97그룹으로 묶인 뒤 네 사람은 몇 차례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언론에 알려진 것은 지난 지난달 28일 있었던 4선 중진의 이인영 의원과의 오찬회동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양강양박’ 의원 네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조찬 모임을 진행하고,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부탁했다.

가장 먼저 대표직에 출마하며 스타트를 끊은 강병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찬회동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의원이) 이 세대교체론이 사그라지면 안 된다고 의원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며 “여러분들(97그룹)이 결단하고 뭔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룰 두고 갈등 재점화
당내에선 이 몰아내기에 열중?

이날 이 의원의 부탁대로 강 의원은 지난 3일 당대표 도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후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 차례대로 당 대표에 출마를 선언했다.

네 의원은 출마의 변에서 모두 ‘당의 쇄신’을 이유로 들었고, 이를 위해 젊은 의원이 당권을 잡아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세론은 아직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민주 당대표 적합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 의원은 33.2%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박용진 의원이 15%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8.8%, 김 의원은 5.2% 순이었다. 없음, 잘 모름은 24.6%였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의 지지율은 나머지 후보 모두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높다. 민주당 내 분위기에 비해 비명계 측의 지지율은 크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라면 의원들이 뜻을 모아 한 명의 인물을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7그룹 네 의원의 개혁 방향과 세대교체라는 대의명분이 합쳐진다면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먼저 젊은 네명의 의원이 단일화를 이룬 뒤 김 의원이나 설 의원을 설득한다면 이재명 의원과의 1:1 구도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벌써부터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강훈식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지금 누구로 단일화하자는 것 보다는 각자의 소신과 비전으로 승부할 시간”이라며 “당원들과 국민의 지지를 거쳐서 결국은 민주당이 혁신의 바람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도 “지금은 너무 빠르다. 지금 승리의 비법은 단일화가 아니라 나를 잘 알리는 것”이라며 “우선은 강병원이 누군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나”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두 의원 모두 현재로선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돌린 것이다. 현재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으나 정작 본인들은 아직 단일화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의 위해?
본인 위해?

끝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조건이지만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론을 부정하는 일각에서는 이들이 차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 대표직에 나온 것이 ‘본인 인지도를 쌓으려 하는 것 아나냐’는 의심에서다. 이들이 진심으로 세대교체론에 뜻을 품고 있을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전대를 이용하는 것일지는 곧 드러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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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