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86 용퇴론과 97그룹 단일화론

이재명 싫어서 뭉치는 비명 전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마땅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던 비명(비 이재명)계 쪽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다수의 젊은 의원이 대표직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대한 당내 요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상당수 감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재명 대세론은 흔들림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을 잡겠다고 나선 의원이 너무 많은 탓이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달에 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벌써부터 잡혀간다. 당초 ‘친명(친 이재명계)’ 대 ‘친문(친 문재인계)’ 혹은 ‘친낙(친 이낙연계)’의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현재 구도는 친명 대 비명(비 이재명계)의 싸움으로 잡혀가고 있다.

재부상하는
세대교체론

특히, 비명계의 당권주자들 중 젊은 의원들이 전당대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출사표를 던진 ‘97그룹 (90년대 학번·70년대 생)’이 그 주축이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말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가 민주당 중진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혼자 단상에 서서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 정착이었는데, 이제 그 사명을 다 완수했다”며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용퇴론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당내에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쏟아져 나왔다. 메시지는 둘째 치고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당내 분란을 조장하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뛰고 있는 586세대가 있을뿐더러 당의 얼굴이었던 송영길 전 대표가 스스로 말했던 ‘586용퇴론’을 깨고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은 이때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계속 지기만 하는 정당에는 새 정치가 필요하고, 결국 새 정치를 실행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그 시작점이 지금까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가 ‘물러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의 용퇴론’에 동조하는 의원이 상당수 있었다.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에 직접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개혁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의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부분 동조하고 있었고, 발표 직후 그에게 격려 전화와 문자를 전했다.

당시 격려는 현재 전당대회 판세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비명 진영 측에 젊은 의원이 하나둘 출마하는 중이고, 중립지대에 있는 많은 의원들이 이들을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개혁과 쇄신의 방향을 ‘새 리더’로 하자는 의견에 다수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기득권 타파하자” 커지는 목소리
뭉치나? 심상찮은 비명계 움직임


중립지대에 있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586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고,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분이 공감했다”며 “특히 송영길 전 대표가 586 용퇴론을 스스로 이야기한 뒤 본인이 그걸 뒤집고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정말 씻을 수 없는 실책을 범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구호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 것이 얼마 전 있었던 ‘전당대회 룰 파동’이다. 전당대회 전 급하게 꾸려진 ‘혁신형’ 비대위는 전당대회 룰 개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달부터 룰에 민감한 각 계파를 어우르고 공정한 전당대회를 장려하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를 받아왔다.

비대위는 지난달 20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출범시키며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전준위 위원장은 4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이 낙점됐다.

안 의원은 본래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현재 싸우고 있는 계파들에 속하지 않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선거관리위원장에는 3선의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시)이 발탁됐다.

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 또한 현재 계파 싸움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로 안 의원과 함께 중립지대에 있는 중진 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과 ‘비명’ 간의 대립을 의식한 비대위가 고심 끝에 두 인물을 전준위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주간 양 계파의 의견을 수렴해왔고, 공정한 룰 제정에 온 힘을 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 계파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룰을 전준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한 전준위는 양측의 입장을 수렴한 절충안을 만들어 비대위 측에 전달했다. 

전준위가 내놓은 최종안은 예비경선(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당원투표) 70%와 대국민 여론조사 30%’, 본투표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였다.

민주당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몇몇 친명계 인사는 여론조사의 비중을 크게 늘릴 것을 전준위 측에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여론조사를 50%까지 늘려 일반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명분은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의 쇄신을 본받자는 것이다. 국힘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바 있다. 그 결과 이준석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당의 키를 쥐게 되었고, 국힘은 서서히 변화할 수 있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에서 “우리들은 여전히 대의원 투표 비율이 45%다. 표의 등가성이 일반 당원들과 1:90 정도 가까이 된다”며 “기존의 고루한 정당에서 당원 중심의 민주당으로 바꾸는 것이 전당대회의 의미이기 때문에 룰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내는 환경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물 없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지난해 국민의힘과 지금의 민주당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는 현재의 민주당 이재명 의원처럼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땅한 인물이 없던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대폭 도입하니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는 논리다. 

비명계 측은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압도적인 인지도의 이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것은 민주당 쇄신의 방향과 일치하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도입은 오히려 쇄신하지 못할 ‘독’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비명계는 지속해서 룰 개정을 반대해왔다.

그동안 민주당 전당대회는 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원회의 100%를 투표를 유지해왔다. 이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기인한다. 친명계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를 넣으려면 당헌 당규를 고쳐야 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적용돼왔던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는 주장에 비명계는 특정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마를 선언했던 비명계 강병원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나 비전이라기보다는 그 전에 해왔던 정치 행태로 인지도 싸움이 돼 버릴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 당은 우려한 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국회의원을 공천할 때도 공천 심사로,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우리 국민에게 선보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명계의 주장도 진영 논리의 일부분이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기존 당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친문과 친낙계 인사들이 중앙위에 다수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중앙위 100%가 이 의원에게 불리할 것이고, 지금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할수도 있다고 인식한다.

지난 2개월 간의 전대 룰 갈등은 곧 계파 싸움이었다. 지금은 당내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친명계가 주장하는 ‘여론조사 대폭 도입’이 현실화될지, 안 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비대위와 전준위는 당내 분위기를 충분히 살핀 후 최종 결정을 하는 당내 기관이다. 만일 친명계의 강력 반발만 있고 비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작거나, 소극적인 주장만 펼쳤다면 ‘여론조사 도입’은 그냥 이뤄질 수 있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종 결정일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5일, 비대위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전준위 안을 폐기하고 현행(중앙위 100%)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친명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결정에 민주당 내 인사들, 그리고 취재기자들까지 의아해했다.

비명계의 입김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두고 
찬반 투표?

이 같은 결정에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현재 민주당에는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그 혁신에 이재명 의원은 낄 수가 없다. 계파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하루 뒤인 6일, 비대위는 전날 결정을 결국 번복하고 1차 컷오프에 여론조사 30%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날 있었던 룰 파동은 아직도 당내서 회자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의 구도에서는 이 의원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비명계 측에서 나온 후보가 너무 많은 탓이다. 이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당 대표직에 나선 사람은 총 여명이다. 

지난달 17일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97그룹으로 분류되는 재선의 강병원(서울 은평을), 강훈식(충남 아산을), 박용진(서울 강북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의원과 3선의 김민석(서울 영등포구을) 의원이다.

설·김 의원을 제외하면 재선의 네 사람은 많이 닮아있다. 모두 재선이라는 점, 또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점,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이들은 통한다. 실제로 97그룹으로 묶인 뒤 네 사람은 몇 차례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언론에 알려진 것은 지난 지난달 28일 있었던 4선 중진의 이인영 의원과의 오찬회동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양강양박’ 의원 네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조찬 모임을 진행하고,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부탁했다.

가장 먼저 대표직에 출마하며 스타트를 끊은 강병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찬회동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의원이) 이 세대교체론이 사그라지면 안 된다고 의원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며 “여러분들(97그룹)이 결단하고 뭔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룰 두고 갈등 재점화
당내에선 이 몰아내기에 열중?

이날 이 의원의 부탁대로 강 의원은 지난 3일 당대표 도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후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 차례대로 당 대표에 출마를 선언했다.

네 의원은 출마의 변에서 모두 ‘당의 쇄신’을 이유로 들었고, 이를 위해 젊은 의원이 당권을 잡아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세론은 아직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민주 당대표 적합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 의원은 33.2%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박용진 의원이 15%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8.8%, 김 의원은 5.2% 순이었다. 없음, 잘 모름은 24.6%였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의 지지율은 나머지 후보 모두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높다. 민주당 내 분위기에 비해 비명계 측의 지지율은 크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라면 의원들이 뜻을 모아 한 명의 인물을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7그룹 네 의원의 개혁 방향과 세대교체라는 대의명분이 합쳐진다면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먼저 젊은 네명의 의원이 단일화를 이룬 뒤 김 의원이나 설 의원을 설득한다면 이재명 의원과의 1:1 구도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벌써부터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강훈식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지금 누구로 단일화하자는 것 보다는 각자의 소신과 비전으로 승부할 시간”이라며 “당원들과 국민의 지지를 거쳐서 결국은 민주당이 혁신의 바람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도 “지금은 너무 빠르다. 지금 승리의 비법은 단일화가 아니라 나를 잘 알리는 것”이라며 “우선은 강병원이 누군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나”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두 의원 모두 현재로선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돌린 것이다. 현재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으나 정작 본인들은 아직 단일화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의 위해?
본인 위해?

끝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조건이지만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론을 부정하는 일각에서는 이들이 차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 대표직에 나온 것이 ‘본인 인지도를 쌓으려 하는 것 아나냐’는 의심에서다. 이들이 진심으로 세대교체론에 뜻을 품고 있을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전대를 이용하는 것일지는 곧 드러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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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