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체제’ 당권 노리는 이재명의 큰 그림

양보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타협은 양쪽이 서로 양보할 때 이뤄진다. 서로에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중립지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양 계파에 서로 양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친명계가 반응했다. 비명계가 주장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여기에도 숨은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이 ‘이재명 성토대회’로 끝났다.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다수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의원을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직접 제안했다. 이 의원이 전에 참여하지 않아야 당이 통합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서다.

‘명’때린
워크숍 풍경

민주당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한 15명이 빠진 155명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민주당 의원 간의 연속 토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토론의 주제는 쇄신과 혁신, 당내 현안 등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화두는 내달 28로 예정돼있는 전대 룰 개정과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였다. 당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또 쇄신이 이 의원의 불출마로 시작될지를 두고 155명의 의원이 함께 고민한 것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의원을 압박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3연패에 대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서울시장 후보와 보궐선거 후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남겼다. 팬덤 정치 극복과 디지털 윤리 강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간접적으로 이 의원을 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제20대 대선후보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또 ‘개딸’ ‘양아들’ 같은 팬덤이 두터워지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을 향한 팬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고 비명계 의원들은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계속 조언하고 있다.

이들처럼 간접적으로 말한 이들이 있는 한편, 직접적인 항의를 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날 워크숍은 15개조를 짜서 의원들을 배치해 난상토론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4조에 이 의원과 친문(친 문재인)의 대표격인 홍영표 의원이 한조로 묶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곧바로 ‘죽음의 조’라 부르며 14조의 토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들과 함께 14조에 묶였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이 두 시간가량 깊게 이야기했다”며 “홍영표 의원이 진지하게 이 의원에게 불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당내 갈등 해소 차원에서 함께 2진으로 물러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숍 이후 홍 의원과 또 다른 대표 친문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워크숍 난상토론
‘죽음의 조’ 무슨 일이?

그러나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워크숍 이후 본인의 거취를 더욱 빠르게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측 한 인사는 “이 의원은 당초 전대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게 미룰 예정이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직접 듣고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다만 이 의원이 반대 세력의 의견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함께 전했다. 현재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와 당내 통합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이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수용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당내 통합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만일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한다면 그의 당 대표 출마 명분은 한층 더 짙어지게 된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달부터 민주당의 지도체제를 통째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 대표 권한이 막강한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9일 재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 의원 다수의 의견을 모았다”며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며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집단지도체제)으로 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지도부 구성도 달리해야 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립 지대에 있다고 알려진 조 의원의 의견이 더해지며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 개편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원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는 당내 각 계파의 목소리가 적절히 섞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위원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당 지도부 전체의 위상도 올라간다. 집단지도체제의 모든 의사결정은 지도부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이때 당 대표는 대외적인 대표성만 갖게 되는데 당 대표가 회사의 CEO라면, 최고위원은 회사의 이사 정도의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식물 대표’
책임 나누기?

투표 방식도 단일성 지도체제와는 달라진다. 기존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해 투표한다. 대표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당 대표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고,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는 구조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투표는 두 가지에 대한 구분이 없다. 민주당원들은 선거에 나온 후보 모두에게 투표가 가능하며 여기서 표를 많이 획득한 순으로 직함이 나뉜다. 1등을 기록한 후보는 대표로, 2등은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3~6위 후보 네 명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다.

선거에서 떨어진 이들이 모두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단일성 선거와는 달리, 당내 유력 주자 전부 지도부로 등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집단지도체제 선거는 당내 인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뚜렷한 장점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하다 보니 정무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단점도 많다. 집단지도체제하의 당 대표는 권한이 축소돼 ‘식물 대표’라는 별칭이 따라붙고, 지도부가 현안 하나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난상토론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국민들의 눈에 자주 비치게 된다.

집단지도체제 폐해의 좋은 예가 ‘옥새 들고 나르샤’라고 알려진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파동이다.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총선 실패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04년부터 2016년 까지 12년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12년간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이 막강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하게 일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당 지도부를 떠나면서 벌어졌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당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정치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있었다.

실제로 ‘친박’ ‘진박’ ‘진실한 사람’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기준으로 새누리당의 계파는 형성되고 있었다. 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아 ‘비박’계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비박계의 대표로 인식됐고, 박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이 깊었던 상태였다. 

한편 최고위원 다수는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당 대표와 갈등을 빚는 친박 의원들이 지도부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지도부의 싸움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계파 싸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갔다.

결국 공천 문제를 앞두고 지도부의 파열음은 정점을 찍었다. 김 전 대표가 지도부 공천 방식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대표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저지른 것이다.

사공 많아
산으로 가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들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라 불리는 ‘완전 국민경선제’ 카드를 꺼내들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에게 직접 투표권을 주고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아내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본인의 공천권을 지키려 한다’ ‘국민경선의 신빙성이 없다’ 등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들으며 오픈 프라이머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추천으로 등장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대되며 ‘비박’계에 대한 학살 공천이 단행됐다.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 등 걸출한 인물들이 공천서 배제됐고, 비워진 자리에는 친박계 인물들이 들어섰다.

당내 싸움에서 패해 코너에 몰린 김 전 대표에게 유일하게 남은 수는 직인 날인 거부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재오·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역구가 포함된 선거구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는 3월25일 저녁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당 대표 옥새를 들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광역시 영도구로 가 버렸다.

선거법상 후보자 추천장에는 당인과 당 대표의 직인 날인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친박 쪽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파 간 이권다툼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팔려나가는 상황에 질렸던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당초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다수 언론의 예측과 달리 역대급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을 가져오는 기염을 토해내며 국회 제1당으로 거듭났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 등에서 표를 싹쓸이하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해 총 38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경합지에서 패하면서 122석을 가져오는 데 그쳐야 했다.

사상 초유의 직인 날인 거부 사태는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다 이긴’ 선거를 계파 갈등으로 날려먹은 2016년 총선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지도체제가 단일성이었다면 이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친문계 줄줄이 불출마
이 의원은 ‘마이웨이’

이 사건 이후로 정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를 꺼려왔다. 체제 특성상 계파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그때마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해 양쪽의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무회의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양당에 남아있다.

이런 배경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비박과 친박의 싸움만큼이나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간의 싸움이 거세다. 

당초 비명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을 때 친명에서 반대한 논리도 이것이었다. 식물 대표를 만들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의원을 견제할 것이고, 당내 통합은커녕 싸움만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 기류가 점차 바뀌고 있다. 친명계 쪽에서 집단지도체제 제안을 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친명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세우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집단지도체제라도 친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 의원은 비교적 수월하게 당을 장악할 수 있다. 대표 출마 명분과 당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최고위원직 후보군에는 다수의 친명계 의원이 포진돼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파악한 최고위원직 후보군은 ‘처럼회’의 김남국·양이원영·이수진(동작을)·장경태·고민정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4~5명의 인물이 더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총 10명 내외의 인물이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할 예정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김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은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세 명만 당선돼도 지도부는 친명 쪽에 유리하게 구성될 전망이다. 과반수 의결을 기본 룰로 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이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이 뜻을 모은다면 정무 처리는 친명계 입맛대로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결국 잡을까

이 의원은 최대한 모양새 좋게 당 대표로 선출되려 노력하는 중이다. 무턱대고 비명계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당내 통합을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전대를 치른 뒤 당내 통합을 이뤄내고, 차기 대통령선거에 다시 한 번 출마하려 한다.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민주당의 내홍을 이 의원이 어떻게 해결할지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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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