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체제’ 당권 노리는 이재명의 큰 그림

양보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타협은 양쪽이 서로 양보할 때 이뤄진다. 서로에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중립지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양 계파에 서로 양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친명계가 반응했다. 비명계가 주장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여기에도 숨은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이 ‘이재명 성토대회’로 끝났다.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다수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의원을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직접 제안했다. 이 의원이 전에 참여하지 않아야 당이 통합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서다.

‘명’때린
워크숍 풍경

민주당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한 15명이 빠진 155명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민주당 의원 간의 연속 토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토론의 주제는 쇄신과 혁신, 당내 현안 등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화두는 내달 28로 예정돼있는 전대 룰 개정과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였다. 당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또 쇄신이 이 의원의 불출마로 시작될지를 두고 155명의 의원이 함께 고민한 것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의원을 압박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3연패에 대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서울시장 후보와 보궐선거 후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남겼다. 팬덤 정치 극복과 디지털 윤리 강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간접적으로 이 의원을 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제20대 대선후보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또 ‘개딸’ ‘양아들’ 같은 팬덤이 두터워지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을 향한 팬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고 비명계 의원들은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계속 조언하고 있다.

이들처럼 간접적으로 말한 이들이 있는 한편, 직접적인 항의를 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날 워크숍은 15개조를 짜서 의원들을 배치해 난상토론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4조에 이 의원과 친문(친 문재인)의 대표격인 홍영표 의원이 한조로 묶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곧바로 ‘죽음의 조’라 부르며 14조의 토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들과 함께 14조에 묶였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이 두 시간가량 깊게 이야기했다”며 “홍영표 의원이 진지하게 이 의원에게 불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당내 갈등 해소 차원에서 함께 2진으로 물러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숍 이후 홍 의원과 또 다른 대표 친문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워크숍 난상토론
‘죽음의 조’ 무슨 일이?

그러나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워크숍 이후 본인의 거취를 더욱 빠르게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측 한 인사는 “이 의원은 당초 전대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게 미룰 예정이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직접 듣고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다만 이 의원이 반대 세력의 의견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함께 전했다. 현재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와 당내 통합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이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수용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당내 통합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만일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한다면 그의 당 대표 출마 명분은 한층 더 짙어지게 된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달부터 민주당의 지도체제를 통째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 대표 권한이 막강한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9일 재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 의원 다수의 의견을 모았다”며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며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집단지도체제)으로 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지도부 구성도 달리해야 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립 지대에 있다고 알려진 조 의원의 의견이 더해지며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 개편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원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는 당내 각 계파의 목소리가 적절히 섞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위원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당 지도부 전체의 위상도 올라간다. 집단지도체제의 모든 의사결정은 지도부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이때 당 대표는 대외적인 대표성만 갖게 되는데 당 대표가 회사의 CEO라면, 최고위원은 회사의 이사 정도의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식물 대표’
책임 나누기?

투표 방식도 단일성 지도체제와는 달라진다. 기존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해 투표한다. 대표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당 대표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고,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는 구조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투표는 두 가지에 대한 구분이 없다. 민주당원들은 선거에 나온 후보 모두에게 투표가 가능하며 여기서 표를 많이 획득한 순으로 직함이 나뉜다. 1등을 기록한 후보는 대표로, 2등은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3~6위 후보 네 명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다.

선거에서 떨어진 이들이 모두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단일성 선거와는 달리, 당내 유력 주자 전부 지도부로 등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집단지도체제 선거는 당내 인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뚜렷한 장점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하다 보니 정무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단점도 많다. 집단지도체제하의 당 대표는 권한이 축소돼 ‘식물 대표’라는 별칭이 따라붙고, 지도부가 현안 하나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난상토론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국민들의 눈에 자주 비치게 된다.

집단지도체제 폐해의 좋은 예가 ‘옥새 들고 나르샤’라고 알려진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파동이다.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총선 실패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04년부터 2016년 까지 12년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12년간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이 막강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하게 일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당 지도부를 떠나면서 벌어졌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당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정치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있었다.

실제로 ‘친박’ ‘진박’ ‘진실한 사람’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기준으로 새누리당의 계파는 형성되고 있었다. 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아 ‘비박’계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비박계의 대표로 인식됐고, 박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이 깊었던 상태였다. 

한편 최고위원 다수는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당 대표와 갈등을 빚는 친박 의원들이 지도부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지도부의 싸움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계파 싸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갔다.

결국 공천 문제를 앞두고 지도부의 파열음은 정점을 찍었다. 김 전 대표가 지도부 공천 방식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대표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저지른 것이다.

사공 많아
산으로 가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들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라 불리는 ‘완전 국민경선제’ 카드를 꺼내들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에게 직접 투표권을 주고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아내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본인의 공천권을 지키려 한다’ ‘국민경선의 신빙성이 없다’ 등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들으며 오픈 프라이머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추천으로 등장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대되며 ‘비박’계에 대한 학살 공천이 단행됐다.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 등 걸출한 인물들이 공천서 배제됐고, 비워진 자리에는 친박계 인물들이 들어섰다.

당내 싸움에서 패해 코너에 몰린 김 전 대표에게 유일하게 남은 수는 직인 날인 거부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재오·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역구가 포함된 선거구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는 3월25일 저녁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당 대표 옥새를 들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광역시 영도구로 가 버렸다.

선거법상 후보자 추천장에는 당인과 당 대표의 직인 날인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친박 쪽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파 간 이권다툼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팔려나가는 상황에 질렸던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당초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다수 언론의 예측과 달리 역대급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을 가져오는 기염을 토해내며 국회 제1당으로 거듭났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 등에서 표를 싹쓸이하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해 총 38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경합지에서 패하면서 122석을 가져오는 데 그쳐야 했다.

사상 초유의 직인 날인 거부 사태는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다 이긴’ 선거를 계파 갈등으로 날려먹은 2016년 총선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지도체제가 단일성이었다면 이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친문계 줄줄이 불출마
이 의원은 ‘마이웨이’

이 사건 이후로 정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를 꺼려왔다. 체제 특성상 계파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그때마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해 양쪽의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무회의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양당에 남아있다.

이런 배경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비박과 친박의 싸움만큼이나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간의 싸움이 거세다. 

당초 비명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을 때 친명에서 반대한 논리도 이것이었다. 식물 대표를 만들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의원을 견제할 것이고, 당내 통합은커녕 싸움만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 기류가 점차 바뀌고 있다. 친명계 쪽에서 집단지도체제 제안을 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친명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세우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집단지도체제라도 친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 의원은 비교적 수월하게 당을 장악할 수 있다. 대표 출마 명분과 당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최고위원직 후보군에는 다수의 친명계 의원이 포진돼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파악한 최고위원직 후보군은 ‘처럼회’의 김남국·양이원영·이수진(동작을)·장경태·고민정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4~5명의 인물이 더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총 10명 내외의 인물이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할 예정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김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은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세 명만 당선돼도 지도부는 친명 쪽에 유리하게 구성될 전망이다. 과반수 의결을 기본 룰로 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이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이 뜻을 모은다면 정무 처리는 친명계 입맛대로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결국 잡을까

이 의원은 최대한 모양새 좋게 당 대표로 선출되려 노력하는 중이다. 무턱대고 비명계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당내 통합을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전대를 치른 뒤 당내 통합을 이뤄내고, 차기 대통령선거에 다시 한 번 출마하려 한다.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민주당의 내홍을 이 의원이 어떻게 해결할지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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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