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공제(空制)

공간은 변화를 계속 꾀하며 흐르는 존재

과연 “눈에 보이는 공간은 멈춰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은 흐른다”는 주장이 맞는 걸까? 우리 주변에서 계속 변하는 공간을 보면서 “공간이 멈춰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이 구식에서 신식으로 교체되고, 각종 물건들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고, 도로도 공장도 계속 세워지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교체되고, 움직이고, 세워지면서 변한다는 것은 공간이 멈춰있지 않고 흐른다는 의미다. 어느 시점에서 순간적으로 보면 공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땐 분명 공간은 멈춰있지 않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무한대의 좌표로 존재하면서 멈춰있는 것이 아닐까?

태양은 태초부터 멈춰있었는데 자전하고 있는 지구상에 사는 우리가 태양이 움직이면서 뜨고 진다고 생각하듯이, 시간도 태초부터 무한대의 좌표로 멈춰있었는데 그 좌표 위를 지나가는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태양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도 계속 그대로 있는데, 지구만 스스로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과 불가분의 관계인 시간을 좌표 개념으로 봐도 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멈춰있는 시간은 흐른다”고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움직이는 공간은 멈춰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시간이 흐른다”는 명제 아래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라는 시제(時制)로 구분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멈춰있는 좌표라 해도, 좌표 선상에서 사람이 이미 지나간 좌표는 과거, 지나가고 있는 좌표는 현재, 앞으로 지나가야 할 좌표는 미래라는 시제로 구분해도 될 것이다.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도 멈춰있건 흐르고 있건 과거-현재-미래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람이 이미 지나간 공간은 과거, 지나가고 있는 공간은 현재, 앞으로 지나가야 할 공간은 미래가 되는데, 이를 공제(空制)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멈춰있는 시간의 시제(時制)와 흐르고 있는 공간의 공제(空制)는 분명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 시간은 하나의 좌표 선상을 인류가 같이 가는 여정이기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제(시간의 과거-현재-미래)가 동일하지만, 공간은 사람마다 공제(공간의 과거-현재-미래)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공간의 현재가 다른 사람에게는 공간의 과거나 미래가 되고, 누군가에게 공간의 과거가 다른 사람에게는 공간의 현재나 미래가 된다.

결론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존재의 개념으로 보되, 시간은 좌표 선상에 그려진 점들로 멈춰있는 존재로, 공간은 변화를 계속 꾀하며 흐르는 존재로 봐도 될 것 같다.

시간이 멈춰있는데 사람이 가는 것이고, 공간이 흐르는데 역시 사람이 가는 것이다. 시간이건 공간이건 시제(時制)와 공제(空制)가 존재하는데, 사람이 서 있는 좌표(시간)나 공간이 현재고, 사람이 지나온 좌표(시간)나 공간이 과거고, 사람이 아직 가지 않은 좌표(시간)나 공간이 미래다.


과거-현재-미래는 시간의 시제(時制)도, 공간의 공제(空制)도 된다는 의미다.

나는 오래 전 도봉산 모 카페에 다녀왔고, 친구도 며칠 전 도봉산 모 카페에 다녀왔는데, 우리는 시제와 공제가 서로 같지 않아 만날 수 없었다.

만남은 시제(時制)와 공제(空制)가 서로 같을 때 성립된다.

지난주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기 문란 사태라고 언급하자, 경찰청과 행안부가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경찰청과 행안부 간의 소통 역할을 하고 있는 경찰청에서 파견한 행안부 치안정책관에게 있거나, 아니면 치안정책관이 입만 열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사태일 뿐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치안정책관은 경찰청 소속이지만, 행안부에 파견된 공무원으로 치안감 인사 관련 과정에서 시제(時制)와 공제(空制)가 행안부와 같았기 때문에, 이유야 어떻든 이번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는 행안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본 기고문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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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