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Hate Crime)’는 편견이나 오해로 인한 각종 차별이 그 동기가 된 살인·방화·폭력 등의 범죄를 말한다. 통상 증오범죄는 특정집단 구성원들이 종교적·인종적·문화적·성적 차별의 대상에게 가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표적 범죄(Target Crime)’로 불리기도 한다.
증오범죄의 형태는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증오범죄의 표적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을 표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범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아시아계 인종이 표적으로 부각된 양상이다.
일본에서도 미국 못지않게 증오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옴진리교 도쿄 지하철 사카린 테러 사건’ ‘교토 애니메이션 회사 방화 사건’ ‘가나가와현 장애인 시설 살상 사건’ ‘게이오센 지하철 방화’ 등이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증오범죄 사례들이다.
일본의 증오범죄는 종교적 광신과 개인적 일탈 차원에서 발생하곤 한다. 옴진리교 테러 사건이 첫 번째 형태라면, 게이오센 지하철 방화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개인적 증오범죄를 벌인 대다수는 “할 일은 다 했는데 되는 일은 없고,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자기 포기 상태에서 혼자 죽기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마을 주민 72명을 살해하고 33명에게 상해를 입혀, 단시간 내 최다 살인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이 대표적인 증오범죄 사건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지존파’ ‘막가파’ 등도 증오를 표출한 사건이었다.
여성혐오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무고한 직장인들의 목숨을 앗아 간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등도 증오범죄에 속한다.
미국의 증오범죄가 인종 차별적 혐오로 인한 표적 범죄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면, 일본과 한국의 증오범죄는 대체로 상대적 박탈과 극단적 좌절로 인한 사회적 분노가 주된 동기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회적 분노가 동기인 경우와 개인적 복수심이 동기가 된 사례가 혼재된 경향을 나타낸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