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김동연 대망론, 왜?

이재명 라이벌로? “잠룡으로 키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대망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자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이 4년간의 도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대권도 못 이룰 꿈만은 아니다. 이미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있는 민주당에서 김 당선인은 대권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을까.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대선 몇 달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거대 양당에 기대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대선 9일 전 갑작스레 이 의원과 단일화를 선언한 바 있다.

어제의 동지

두 후보는 두 차례 대선 토론을 펼친 뒤 서로를 인정한 후, 정치적 동지가 될 것을 선언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3월2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오늘부터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겠다”며 후보직을 공식 사퇴하고, 이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 선언이 정치교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정치·경제·사회 곳곳에 촘촘하게 짜인 기득권 구조를 깰 것”이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단일화 소식을 듣고 모두가 의아해했다. 김 당선인이 기존 정치권에 큰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부총리로 약 30년간 일해 온 그는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교체를 이뤄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양당에서 숱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사실을 함께 알리며 “기존의 양당으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진보·보수정권 모두를 경험하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들이 특정 정당의 이익에 따라 무산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었던 탓이다. 그랬던 김 당선인에게 정치권은 ‘개혁 1순위’로 인식돼왔다.

지금 그가 속해 있는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운 그였기에 대중은 그가 민주당에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러 모로 명분이 없는 단일화가 이뤄지자 논란은 즉각 일어났다. 이를 의식한 김동연 캠프 측은 단일화 당시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이란 인물에게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김 후보가 이 지사에게 정권교체의 역할을 맡겨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4년 도정 성공적으로 마치면 대권행?
민주당 “자의든 타의든 이미 대권후보”

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김 당선인은 이 의원의 대선 레이스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방에 내려가 같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고, 이재명 캠프 인력들과 함께 ‘이재명 홍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의 우정은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졌다. 대선이 끝난 한 달 후 민주당과 합당을 발표한 새로운물결 측은 곧이어 “김동연 전 부총리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에 입당한 지 한 달도 안 된 신예가 지방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이를 두고 경기도지사를 노리고 있던 민주당 중진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경기 시흥시에서만 5선을 지낸 조정식 의원은 경기도지사직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후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명분 없이 쉬운 길만 가겠다는 심산”이라며 “김 대표가 당당하지 못하다. 확실히 정당정치의 경험이 없고 민주당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던 또 다른 후보인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김동연 후보는 얌전한 샌님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지금 경기도의 시대정신은 윤석열정부를 막아낼 도지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민주당에 들어와 공천신청을 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 대선 운동과정에서 민주당을 그렇게 욕하던 사람이 누구냐”고 일갈했다.

이때 김 당선인의 곁을 지킨 것이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자신의 대선캠프 인력을 대거 김동연 캠프로 보내는 등 간접적 도움을 주며 그의 곁을 지켰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대선 과정에서 만났던 이재명 캠프 인물 대부분은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캠프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이미 이 의원이 김 당선인을 미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김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좋았던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방선거 본선에서 부터다. 본선 과정에서 김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아픈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이 의원과 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본인의 권력 의지를 드러내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유세 때 어깨동무
선거 끝나자 대립

김 당선인의 ‘대권 잠룡설’이 나오는 데에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운동 때 각종 현안에 대해서 이 의원을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가 명확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고, 백현동이나 성남FC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야심차게 주장한 김포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김포공항 문제는 전체적으로 당내에서 조율을 거쳐야 될 내용”이라며 “자기 자신의 공약이 다른 지역의 공약과 관련되는 문제는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도지사에 당선된 후에 더욱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의원 측에서 김 당선인의 승리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주장하자 그는 “‘졌잘싸’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또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을 묻는 질문을 묻자 “민주당 내에 성찰과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직접 민주당 쇄신을 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에 대한 야망을 드러낸 그이기에 여의도 정계 전문가들은 그의 행보가 경기도지사 임기 후 대권까지 뻗어갈 것이라 보고 있다.


한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김 당선인이 경기도 도정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당연히 다음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자의든 타의든 김 당선인은 이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일의 적으로?

이 경우 이 의원과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최다 득표’로 진 이 의원은 본인의 표 동원력을 이미 한 차례 입증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한 차례 만나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아직까지는 뜻을 함께하는 동지임을 확인했다. 사이좋은 동지가 언제쯤 정적으로 갈라설지 민주당 관계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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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