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장악 나선 윤석열의 큰 그림

양손 떡 쥐고 문정부 조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온다. 한쪽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쪽 부분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이를 풍선효과라고 한다. 야당(당시 여당)은 새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경찰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5년 내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찰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은 임기 말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을 보름 남겨둔 지난달 25일 방영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에서도 검찰에 대해 “정치적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기 쉬운 검찰”이라고 언급했다. 손석희 JTBC 순회 특파원이 던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부랴부랴
진행했는데…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검찰의 힘이 경찰보다 강했다.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했고, 기소권이 없어 ‘기소 의견’ ‘불기소 의견’ 등 사건에 대한 의견만 제시할 수 있었다. 

검경 간 힘의 차이는 문재인정부 들어 뒤바뀌기 시작했다. 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을 개혁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검수완박(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 등의 입법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졌고 수사권 일부가 경찰과 공수처로 이양됐다. 당초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권한 축소’였다. 검찰의 힘이 쪼그라들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이 강화됐다. 특히 경찰은 ‘비대화’를 우려해야 할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처리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정부 관련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을 서둘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검수완박 법안은 입법부터 공포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1주일 앞두고 진행한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민주당의 국회 다수 의석에 밀려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투표 등의 초강수를 내밀었으나 역시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 인사 이어 경찰 깜짝 인사
치안정감 물갈이 경찰청장 누구?

검수완박 법안대로면 검찰이 현재 가지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3개(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는 당장 오는 9월부터 제외된다. 선거범죄는 지방선거를 감안해 올해 말까지 남겨두기로 했다. 결국 내년부터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죄수사 범위는 부패와 경제 사건에 한정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제외된 범죄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경찰 등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윤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때인 당선인 시절부터 수사기관 장악을 위해 여러 포석을 깔았다는 점이다. 

먼저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당시 법무연수원 연수위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당초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인사에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도 깜짝 놀랐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킨 데 이어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친문 검사가 줄줄이 좌천됐고, 문정부에서 한직을 전전했던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차지했다. 

여기에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검찰총장 임명권도 윤 대통령과 한 장관 손에 들어왔다. 검찰총장 인선 완료 후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초토화에 가깝게 망가졌던 검찰 조직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으로
판 흔든다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이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지면서 문정부 관련 수사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 ‘뭉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 했던 수사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이 박탈되는 9월 전까지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찰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문정부 들어 숙원이었던 수사권 조정에 성공했다. 검찰의 수사권도 넘겨받으면서 경찰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해졌다. 경찰이 검찰이 담당했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 

실제 현재 경찰은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성남시장을 맡던 시절 발생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이 고문의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 드러날 사건의 수사권 역시 경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상민 당시 법무법인 김장리의 대표변호사를 지명했다. 판사 출신의 이 장관은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검찰은 한 장관에, 경찰은 이 장관에 맡긴다는 ‘좌동훈, 우상민’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 장관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경찰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행안부에 지시했다. 경찰 수사권이 크게 확대되는 것과 반비례해 통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경찰개혁을 명분삼아 검찰 수사권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행안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이 장관은 최근 장관 산하에 있는 정책자문위원회 분과 중 하나인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윈회’(이하 자문위)를 꾸렸다. 자문위는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자치경찰제를 통한 국가경찰 권한 축소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개혁
힘 빼기?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도 오는 7월이면 마무리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수장을 한꺼번에 임명할 수 있는 ‘양손의 떡’을 쥐게 된 셈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경찰청장 후보군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경찰 인사를 깜짝 단행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임명 전 치안정감 인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원래 경찰청장 임명 후 치안정감 승진 인사가 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24일 치안감 5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개 자리가 있다. 

승진 대상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우철문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김광호 울산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 등 5명이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현직 치안정감 6명 중 5명이 물갈이된 것이다. 

승진 대상자는 지역과 입직 경로 면에서 균형 있게 안배됐다는 평가다. 전북·전남·충청·PK(부산·경남)·TK(대구·경북) 등 지역적으로 한쪽에 쏠리지 않았다. 입직 경로 또한 경찰대 2명, 순경, 행정고시, 간부 후보 출신 등이 다양하게 포진됐다.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정 특채로 2004년 경찰로 전직,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대변인,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장, 울산경찰청장 등을 역임했다. 

수사기관에 친윤 체제 구축
민주, 검수완박 성공 맞아?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93년 경찰 간부 후보 4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전남담양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 중앙경찰학교장, 전남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송정애 국장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1981년 순경 공채로 시작해 2016년 대전·충남 지역 최초 여성 총경, 2018년 대전경찰청 최초 여성 경무관을 지냈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역대 3번째로 경찰청 국장이 됐다. 송 국장은 여성으로 3번째, 여성 순경 출신으로는 최초로 치안정감에 오르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윤희근 국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찰대 7기다.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등을 역임했다. 우철문 국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장과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으로 일했다. 

경찰공무원법상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 선임하도록 규정돼있다. 이번에 승진한 5명을 비롯해 6명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경찰청장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이번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이 검찰에 이어 경찰에도 ‘친윤 체제’를 구축해 지배력을 높이려 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설치될 중수청 인사권도 윤 대통령이 갖고 있다. 공수처장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권도 대통령에 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은 별도의 인사청문회 없이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임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윤 대통령이 마음먹고 인사권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검찰, 경찰, 공수처, 중수청 모두 ‘친윤 인사’로 깔아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종의 ‘우회로’도 많은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도 한 방식이다. 특별검사임명법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특검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의지대로 특정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회로 타고
수사 정조준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수완박 강행으로 윤 대통령에게 오히려 ‘칼’을 선물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판사 출신 행안부 장관 등이 검수완박 법안의 허점을 이용해 검찰 권한 축소에도 수사 전선을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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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