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꾸벅' 버티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한계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20 14:56:36
  • 호수 13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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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어차피 3월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반복된 사과는 진실성을 떨어뜨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반복되는 김 청장의 사과에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또 고개를 숙였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김 청장은 사과만 벌써 10번째다. 임기 동안 약 두 달에 한 번꼴로 사과를 한 셈이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뒤늦게 사과만 하는 김 청장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휘청거리는 
민중 지팡이 

김 청장은 취임 초기 ‘선제적 예방활동’을 강조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경위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청장님은 취임 후 뭘 했습니까. 변해야 하는 조직을 청장님은 5년, 10년 전으로 되돌려놨다”고 적었다.

지난 10일,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의 거주지를 찾아가 여성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이석준은 해당 사건 4일 전인 6일, A씨를 감금·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임의동행과 휴대폰 임의제출에 동의한 점을 들어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귀가 조치했다. 이어 경찰은 다음날 A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과 신변보호 대상자 지정 조치를 했지만, 가족의 참변을 막지는 못했다.


김 청장은 지난 13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 등이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에 대해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 경찰청의 부실 대응으로 김 청장은 고개를 숙였던 바 있다. 현장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때문이었다.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앞에 두고 경찰관이 현장을 이탈하며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다. 

김 청장은 지난달 21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임에도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이번 인천 논현경찰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3일 취임한 김 청장은 “책임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며 경찰개혁 배턴 터치를 받았다. 취임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앞서 탈북민 관련 업무를 하던 경찰 간부가 탈북 여성을 장기간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의 관련 질의에 “경찰 관련 성 비위가 반복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지금까지 발생했던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발 대책과 교육 등 체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참고해 대외적 발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성 비위 문제는 최근에도 계속 이어진 문제로 지난해 성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은 69명이었다. 2017년 83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후 2018년 48명으로 줄었지만 2019년 54명을 기록한 후 2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5개월 동안 17명의 경찰관들이 성 비위로 적발됐다.


흉악 범죄 반복…부실 대응 논란
1년6개월간 사과만 벌써 10번째

계급별로 살펴보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188명 중 경위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25%를 차지했다. 경감 계급이 3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서 계장과 팀장 혹은 순찰팀장을 맡는 중간 관리자급에서 성 비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셈이다. 

경찰서 과장 등의 역할을 하는 경정과 경찰서장 등을 맡는 총경 계급에서 각각 10명, 4명이 성 비위를 저질렀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계급에서도 성 비위가 발생했는데 순경 25명이 성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경사와 경장 계급에서도 각각 22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7월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기회의 평등함과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로움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경찰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이란 단어를 9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19일 치러진 경찰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순경 채용 2차 필기시험 선택과목 시험 문제가 시험 직전에 유출됐다는 것. 해당 문제는 경찰학개론 9번 문제로, 출제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공개된 시점에 해당 시험장에서는 휴대전화 등 소지품 제출 전이었으며, 일부 수험생은 카카오톡 등으로 문제를 공유하거나 수험서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일부 지방청 시험장에서 정오표 내용을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공지하는 등 시험 관리상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김 청장은 “경찰의 관리 잘못으로 많은 수험생께서 놀란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누구도 공정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나사 풀린
경찰 조직

내달 8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청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광주 의붓딸 보복 살해 사건과 전남 영광 여고생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공식 인정했다. 

광주 의붓딸 살해 사건은 2019년 4월 광주에서 한 여중생과 친아버지가 의붓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보복 살해당한 사건이다. 친아버지가 경찰에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 수사관은 요청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하려던 해당 사건을 전남지방경찰청에 보내는 등의 실수로 2주가량 지체했다. 


전남 여고생 사망 사건은 2018년 9월 여고생이 영광군의 한 모텔에서 10대 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방치됐다가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일어난 참극이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성폭행 정황을 의심하지 못해 여고생을 단순 주취자로 처리했으며 여고생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청소년보호법 위반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해당 출동 경찰관들에 대한 부실 조치에 대해 보고 확인을 거쳤으나 별도 감찰은 하지 않았다.

경찰이 일반인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경찰청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 대신 윤성여씨를 붙잡으면서 헛다리만 짚었다. 

지난해 12월17일 경찰청은 ‘이춘재 연쇄살인’ 중 여덟 번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윤씨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선 끝나면
자동으로…

경찰청은 윤씨의 무죄 선고 직후 “재심 청구인을 비롯한 피해자와 가족 등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재수사를 통해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윤씨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 동안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경찰의 신뢰도 하락에는 부실수사 논란이 크다. 수사 구조 개혁으로 몸집과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양부모에게 입양된 뒤 학대받아 숨진 16개월 정인이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경찰은 정인이가 사망할 때까지 3차례 신고를 받았으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하거나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담당하며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아동 분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서울 양천경찰서의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정인이 사건에 대해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초동대응과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이어 “먼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고 지휘관이 직접 관장하도록 해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며 “앞으로 아동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반복 신고가 면밀히 모니터링되도록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 조기에 피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25일, 김 청장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은폐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서초경찰서는 해당 사건을 처음 수사한 곳으로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는 ‘은폐 수사’ 의혹을 받았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형사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고 당시 택시 안 블랙박스 영상도 남아 있지 않아 ‘택시 정차 중’에 일어난 단순 폭행인지, 가중처벌되는 ‘주행 중 폭행’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구조 개혁 통해 몸집 커졌지만…
잇단 헛발질…국민적 신뢰도 바닥

그러나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했고, 담당 경찰 수사관도 이 영상을 봤지만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 달 5일, 경찰은 또 사과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최모·장모씨 때문이었다. 낙동강변 살인 사건은 1990년 1월4일에 발생했다. 당시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남성이 트렁크에 감금당한 상태에서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10개월이 지난 뒤 경찰은 최씨와 장씨를 붙잡아 자백을 받아냈고, 법원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지난 4일 있었던 재심 과정에서는 경찰이 체포 및 수사 중에 저지른 각종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이뤄졌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 당시 수감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고문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최씨와 장씨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통닭구이, 물고문 등을 당했다. 둘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는 반면 당시 조사했던 경찰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장씨와 최씨는 21년간 복역한 끝에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가 2019년 4월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결국 무죄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음이 밝혀졌다.

지난 4월에는 인천시 자치경찰위원 추천과 관련해 사과한 바 있다. 경찰관과 철거민 등 6명의 인명피해를 낸 용산참사 현장진압 책임자였던 신두호 전 인천경찰청장이 인천시 자치경찰위원으로 추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인권위는 입장문을 통해 “신 전 청장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을 지냈으며 2009년 용산참사 사건 때는 기동대 투입 등 현장 진압 작전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고 밝혔다. 

결국 김 청장은 “국민들의 인식과 마음을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추천자를 결정했어야 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어깨를 낮췄다.

고개 숙이다
임기 끝날라

지난해 경찰 신뢰도는 5점 만점에 3.09점을 받는 데 그쳤다. 김 청장은 앞으로 7개월 남은 임기 동안 ‘경찰 신뢰도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청장은 앞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찰, 청렴하고 정직한 경찰, 사명감이 높은 경찰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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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