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8>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 장경철 2002cta@naver.com
  • 등록 2012.09.17 1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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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대목용’3개월 시한부 땜질 처방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 카드를 또 꺼냈다. 이번에는 세금인데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50% 더 줄여주고, 미분양 주택을 사서 집값이 올라도 5년간 오른 차익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취득가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다시 1%로 낮추겠다는 대책은 당장 저가 소형주택 등 매입을 망설이고 있던 실수요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아니더라도 취득세가 4%에서 2%로 줄어 기대효과가 크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 취득세 감면·양도세 면제
9억원대 주택 2000만원 비용 절감 효과 기대

과거 주택거래량에 있어 취득세의 감면 효과는 탁월했다. 정부는 취득세를 1%로 한시적으로 낮췄다가 올해 1월 다시 2%로 환원했는데, 그 사이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0만5975건에서 올 1월 2만8694건으로 급감했다.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거래량이 반짝 급증했던 것이 푹 가라앉은 탓이다. 이후에도 5·10 대책 등 여러 가지 부양책들이 나왔지만 올 상반기 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49만7083건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다.

내수부진 탈출 초점
“꼬인 실타래 푼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와 관련 “이번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난해처럼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르면 이달 하순 열리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에서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올해 말까지 50% 감면하고,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자체와 협의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정기국회 입법예고 중인 개정안과는 별도로 국회의결을 추진해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형성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은 신규 주택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거래에서 등기가 이뤄지는 기간이 1∼2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MB정부 마지막 카드 이번엔 과연…”

국토부 측은 향후 주택거래활성화에 대한 세제감면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경제활력대책회의는 내수부진 탈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현금 흐름 가뭄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꼬인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취득세 등 세제감면 혜택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주택가격 급등기에 제한이 걸렸던 조치 대부분이 풀렸다”며 “취득세 감면 조치 연장은 향후 주택거래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허창(42)씨는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돌아왔지만 오히려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싸게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씨는 급매물로 나온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4단지 전용 56㎡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2억원을 웃돌던 집값이 최근 1억8000만원대에 나왔다.

최근 정부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현재 2%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올해 말까지 50% 감면키로 하면서 허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집 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지금 허씨가 주공4단지 56㎡ 아파트를 산다면 396만원을 취득세로 내야 하는데,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1주택자는 현재 집값의 2.2%(취득세 2%+지방교육세 0.2%)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허씨가 내야할 취득세는 198만원으로 절반 줄어든다. 이사비용은 거뜬히 챙길 수 있는 금액이다. 9억원 초과 주택 역시 현행 4.4%의 취득세율이 2.2% 줄면서 취득세 감면 비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110㎡는 현재 9억2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9억원 초과 주택은 집값의 4.4%(취득세 4%+지방교육세 0.4%)를 취득세로 내지만 전용 85㎡를 초과하면 농어촌특별세 0.2%가 가산돼 4.6%를 내야 한다. 취득세로 4232만원을 내야 하지만 연내 이 집을 사면 취득세는 2116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미분양주택 취득 시
5년간 양소세 감면


정부는 위축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구입한 미분양아파트의 양도소득세를 향후 5년간 면제키로 했다. 이는 최근 주택거래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전국 6만7060가구의 미분양아파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41가구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미분양 양도세 감면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취득 후 5년 이내 되파는 경우 해당 기간 중 발생하는 양도소득액이 전액 감면된다. 예컨대 총 양도소득이 3억원이고 5년내 발생한 양도소득이 2억원인 경우 1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주택거래 정상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4∼12월 취득세를 낮추자 월평균 주택 거래량(8만2000건)이 전년보다 22%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금 감면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국회 의결 이후 취득분부터 적용
시장 “어느 정도 효과 있겠지만 역부족”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폭이 적은 중소형 주택이면서 교통이나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택지지구 중에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이 양도세 감면의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전국적으로 6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기엔 매입 기간이 올해 말까지 3개월에 불과한 시한부 정책인 데다 법이 언제 통과될지 몰라서다. 정부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양도세 감면 정책도 집값이 올라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법 시행 전까지 매매 거래가 스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감면 기간이 지나면 내년 이후 거래가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전세금 상승 등으로 실수요 대기자가 많아 추석 이후 거래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조치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나올만한 대책은 모두 나왔다는 반응이다.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DTI(총부채상환비율) 일부 완화도 예고돼있는 상황에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마저 가능해짐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더 위축 지적
집값 상승 역풍도

반면 이번 조치가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와 신규분양시장 활기로 이어지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 취·등록세와 양도세 감면으로 시장을 살린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분명 호재이지만 미분양아파트가 대부분 중대형인데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실제 대책 시행시기를 기다리며 대기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일부 완화 등 여러 대책들이 발표만 됐을 뿐, 실제 시행에 들어간 게 거의 없다”며 “자칫 가을 분양시장이 본격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대책 시행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마지막으로 LH에 분양대금을 미납한 토지·주택계약자의 연체이자율을 0.5(1개월 미만)∼1%p(1개월 이상) 인하를 추진한다. 현재 LH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택지, 상업용지, 주택 등에 대해 미납시 납부 촉진 등을 위해 9∼13%의 지연손해금(연체이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지·주택계약자의 부담완화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연체이자율 인하를 9월 중 시행한다. 또 연체이자율 인하로 약 410억원(토지 370억원, 주택 40억원)의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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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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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