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8>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 장경철 2002cta@naver.com
  • 등록 2012.09.17 1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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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대목용’3개월 시한부 땜질 처방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 카드를 또 꺼냈다. 이번에는 세금인데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50% 더 줄여주고, 미분양 주택을 사서 집값이 올라도 5년간 오른 차익은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취득가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해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다시 1%로 낮추겠다는 대책은 당장 저가 소형주택 등 매입을 망설이고 있던 실수요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하 1주택자가 아니더라도 취득세가 4%에서 2%로 줄어 기대효과가 크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 취득세 감면·양도세 면제
9억원대 주택 2000만원 비용 절감 효과 기대

과거 주택거래량에 있어 취득세의 감면 효과는 탁월했다. 정부는 취득세를 1%로 한시적으로 낮췄다가 올해 1월 다시 2%로 환원했는데, 그 사이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0만5975건에서 올 1월 2만8694건으로 급감했다.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를 앞두고 거래량이 반짝 급증했던 것이 푹 가라앉은 탓이다. 이후에도 5·10 대책 등 여러 가지 부양책들이 나왔지만 올 상반기 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 49만7083건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다.

내수부진 탈출 초점
“꼬인 실타래 푼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와 관련 “이번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는 지난해처럼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르면 이달 하순 열리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에서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올해 말까지 50% 감면하고, 올해 말까지 미분양주택을 취득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지자체와 협의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정기국회 입법예고 중인 개정안과는 별도로 국회의결을 추진해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형성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은 신규 주택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거래에서 등기가 이뤄지는 기간이 1∼2개월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MB정부 마지막 카드 이번엔 과연…”

국토부 측은 향후 주택거래활성화에 대한 세제감면 조치가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경제활력대책회의는 내수부진 탈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내수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 주택거래 부진에 따른 현금 흐름 가뭄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이번 조치로 인해 꼬인 실타래가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취득세 등 세제감면 혜택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주택가격 급등기에 제한이 걸렸던 조치 대부분이 풀렸다”며 “취득세 감면 조치 연장은 향후 주택거래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허창(42)씨는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돌아왔지만 오히려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뛰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보태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싸게 잡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허씨는 급매물로 나온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4단지 전용 56㎡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2억원을 웃돌던 집값이 최근 1억8000만원대에 나왔다.

최근 정부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현재 2%인 부동산 취득세율을 올해 말까지 50% 감면키로 하면서 허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집 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지금 허씨가 주공4단지 56㎡ 아파트를 산다면 396만원을 취득세로 내야 하는데,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1주택자는 현재 집값의 2.2%(취득세 2%+지방교육세 0.2%)를 부담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허씨가 내야할 취득세는 198만원으로 절반 줄어든다. 이사비용은 거뜬히 챙길 수 있는 금액이다. 9억원 초과 주택 역시 현행 4.4%의 취득세율이 2.2% 줄면서 취득세 감면 비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110㎡는 현재 9억2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9억원 초과 주택은 집값의 4.4%(취득세 4%+지방교육세 0.4%)를 취득세로 내지만 전용 85㎡를 초과하면 농어촌특별세 0.2%가 가산돼 4.6%를 내야 한다. 취득세로 4232만원을 내야 하지만 연내 이 집을 사면 취득세는 2116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미분양주택 취득 시
5년간 양소세 감면


정부는 위축된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구입한 미분양아파트의 양도소득세를 향후 5년간 면제키로 했다. 이는 최근 주택거래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전국 6만7060가구의 미분양아파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41가구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미분양 양도세 감면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취득 후 5년 이내 되파는 경우 해당 기간 중 발생하는 양도소득액이 전액 감면된다. 예컨대 총 양도소득이 3억원이고 5년내 발생한 양도소득이 2억원인 경우 1억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주택거래 정상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4∼12월 취득세를 낮추자 월평균 주택 거래량(8만2000건)이 전년보다 22% 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금 감면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국회 의결 이후 취득분부터 적용
시장 “어느 정도 효과 있겠지만 역부족”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폭이 적은 중소형 주택이면서 교통이나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도권 택지지구 중에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고양 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이 양도세 감면의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전국적으로 6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아파트를 해소하기엔 매입 기간이 올해 말까지 3개월에 불과한 시한부 정책인 데다 법이 언제 통과될지 몰라서다. 정부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양도세 감면 정책도 집값이 올라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법 시행 전까지 매매 거래가 스톱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감면 기간이 지나면 내년 이후 거래가 더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전세금 상승 등으로 실수요 대기자가 많아 추석 이후 거래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조치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나올만한 대책은 모두 나왔다는 반응이다.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DTI(총부채상환비율) 일부 완화도 예고돼있는 상황에서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마저 가능해짐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더 위축 지적
집값 상승 역풍도

반면 이번 조치가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와 신규분양시장 활기로 이어지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당시 취·등록세와 양도세 감면으로 시장을 살린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분명 호재이지만 미분양아파트가 대부분 중대형인데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실제 대책 시행시기를 기다리며 대기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일부 완화 등 여러 대책들이 발표만 됐을 뿐, 실제 시행에 들어간 게 거의 없다”며 “자칫 가을 분양시장이 본격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대책 시행시기까지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마지막으로 LH에 분양대금을 미납한 토지·주택계약자의 연체이자율을 0.5(1개월 미만)∼1%p(1개월 이상) 인하를 추진한다. 현재 LH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택지, 상업용지, 주택 등에 대해 미납시 납부 촉진 등을 위해 9∼13%의 지연손해금(연체이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라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지·주택계약자의 부담완화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연체이자율 인하를 9월 중 시행한다. 또 연체이자율 인하로 약 410억원(토지 370억원, 주택 40억원)의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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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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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