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정권교체 일등공신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말한 윤의 시대

“두 동강 난 민심, 다시 붙일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은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으로 불린다. 양당의 대선후보가 여러 리스크를 가진 탓에 서로 빈틈이 많았다. 여야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언론에 나와 대응하는 이들은 사실상 최전방에서 전면전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선거에서는 상대가 가한 공격에 얼마나 방어를 잘 해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가해졌던 네거티브 공방 최전선에 서서 전면전을 치렀던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윤 당선인의 입당 배경부터 윤석열정부가 나아갈 방향 등을 묻고자 김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했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20대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대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우리 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보수정당의 이미지와도 맞고 정치선도 분명하다 판단해 영입한 뒤 정권교체까지 이르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권교체를 통한 집권이 중요한 문제이자 정당의 소명이라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도 가슴 뿌듯하고 벅찹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역할을 하셨습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정치 참여 선언은 했지만 한동안 제3지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읽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입당하기 전 만남을 가졌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뭔지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보수정당에 입당하면 활동범위가 위축돼 스스로 보수당보다는 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외연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이를 통해 집권 가능성 높이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인지해 윤 당선인에게도 큰 선거 때는 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습니다. 통상 끝까지 중도인 사람은 투표장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 세력이 많아 보이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지지하는 인물을 정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
최전선 밤낮없이 싸워

저는 윤 당선인에게 “오히려 우리나라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정권교체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윤 당선인이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데 나름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어렵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도왔습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게 상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확신이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5만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습니다. 비교적 국민통합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 현수막을 보면 국민통합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으로 우리나라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반대 세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여야가 함께 가지 않으면 나라 운영이 원활할 수 없는 탓에 지금까지 하던 대결구도의 정치를 가져가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력을 잘 발휘하고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비춰집니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선거 전략에서는 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선거는 언제나 ‘우리 다 됐어’ 이런 느낌이면 집니다. 단순히 대선후보가 지역에 오길래 반갑게 맞이하긴 했는데 표까지 줄 것 같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호남이 실제로 그랬습니다. 오히려 ‘한 표라도 더 주십시오. 잘하겠습니다’라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선거에 나온 후보자와 조력자가 항상 가져야할 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혁규 광주 의원이 3표 차이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박세표입니다. 이 후보가 그런 의미로 늘 저에게는 세 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해왔습니다. 

대선 막판 5%p 이상 차이로 이긴다는 말이 돌았을 때 오히려 이 후보에게 표가 붙었습니다. 몇 퍼센트 차이로 이긴다는 게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료가 있어서 저도 그렇게 예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된 듯이 한다는 자세는 위험합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 책임론이 가해집니다. 

▲이 대표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점은 사실입니다. 대선 국면 초기에 힘든 국면을 만들긴 했지만 이 대표가 있어서 국민의힘이 주목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보완 역할은 충분했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가 주장한 게 현실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탓에 비판론을 제기하는데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정권을 인수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정부가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상황입니다. 곧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책임론을 끝내야 합니다. 


-인수위원장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임명됐습니다.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집권에 크게 도움 준 인물입니다. 이미 정권교체를 통해 안 대표가 발표한 합의문에서 인수위부터 함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안 대표가 나서서 집권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대로 정치적인 신뢰를 지켜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굉장한 신뢰정치를 실현한 셈입니다.

우리는 과거 민주당과 안 대표의 단일화와는 다르게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안 대표와 함께 미래를 가꿔야 합니다. 

-윤 당선인의 앞길이 가시밭길처럼 보입니다. 

▲대통령은 정파적인 입장에서 서지 않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옳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극단적인 정파 대결구도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대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도 마음대로 했고 조국 사태가 벌어져도 무한정 자기들 이익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이익집단으로 만든 셈입니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고 설득될 때까지 노력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공약 대부분이 문재인정부와 정반대로 보입니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서 진행해오던 정책이 보완되거나 발전된 형태입니다. 사실 이 후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집권 당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얼치기 삼류 좌파 지식인들’입니다. 그분들은 사실 자기 논리에 빠져있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마치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끌던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 논리로 한다는 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인데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통상 소득이 주도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고 성장을 하고 소득이 따라오는 게 맞습니다. 

-부동산 대책은 어떤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보수정권이 들어왔을 때 항상 공급에 주안을 뒀고, 진보정권은 수요를 때려잡고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 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좋은 주택을 싸게 많이 공급해 집값을 떨어지게 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문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대출을 규제하고, 과도한 세금을 때렸습니다. 현재는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진행할 수 없는 ‘누더기 정책’인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 게 공급 정책입니다. 

민주당과 항상 협치 자세 가져야
부동산 문제 얼치기 삼류 좌파 탓

윤 당선인의 부동산 주안점은 자유거래를 통해 거래하게 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택이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 선택 기회도 함께 늘어나 공급을 늘려 시장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정책의 판단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제가 보기에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이 지극히 정상적 정책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잡힐 거라고 봅니다. 

-청년의 분노도 정권교체의 포인트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선거캠프에 실력 있는 청년 보좌관을 많이 뽑아서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청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청년을 그냥 배려하겠다는 것은 청년을 잘 모르면서 하는 ‘입에 사탕 하나 넣어주는 꼴’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사실 청년세대를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더 꼴불견입니다. 최근 쳥년세대는 취직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우리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면 안 통합니다. 과거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미래는 늘 현재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 청년세대는 다릅니다. 이제는 청년과 함께 대화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는데 아직까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예산은 많지 않지만 여성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몇몇 여성단체의 놀이터처럼 그분들의 ‘숙주’처럼 기능했습니다. 국민의 반이 여성이고,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활동을 하고 소외된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 했습니다.

이익 위해 움직인 문정부 자멸
“확신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여”

박원순 시장 사건 때도 여당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하는데 여성가족부는 피해자를 돕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개혁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이럴 때 비겁하게 나옵니다. ‘구조적 차별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기조가 그렇습니다.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반대하고 나섭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민주당이 같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실행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과거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잘 듣지 못하는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대통령한테 듣기 싫은 소리도 전달합니다. 그러나 최근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와 사법 문제를 총괄하면서 대통령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질됐습니다.

원래 민정수석은 국민의견을 반영하는 자리입니다. 윤 당선인의 취지는 사법적인 부분 등에 민정수석실 폐지를 통해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윤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는 목표를 향해서 획득한 권력을 활용해 국민과 함께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일이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대선 이후 여소야대가 뒤집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싫든 좋든 민주당은 2년 동안 함께 가야하는 존재입니다. 민주당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권력을 잡으면 어느 순간 괘씸해질 수도 있습니다. ‘왜 말을 안 듣지? 방해만 하지? 언론은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할 텐데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수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당 지도부 최고위원입니다. 우선 지방선거를 진행해야 해서 선거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는 게 결정됐습니다.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정권 인수와 새정부의  실무적 준비가 필요해 저보다 전문가가 임명되는 게 맞습니다.  

-여러 매체에 나오셔서 활동하셨습니다. 

▲클린선거전략본부는 대선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을 떠맡아 했습니다. 그중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 반대로 상대 후보에 대한 자료수집, 공격을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유달리 네거티브가 심했습니다. 그것을 대응하는 여러 자료수집과 TV토론 준비, 법률 대응, 여러 가지를 수면하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런다고 공산당 안 사라집니다’라는 발언이 대선 기간 이슈가 됐습니다. 

▲평소에도 늘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보수니 진보니 할 때 정책 분야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후보가 내놓은 정책적인 부분은 윤 당선인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멸공 논란에서 벌어진 남북 문제, 안보 문제, 주한 미군 문제 등 이런 문제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좌파와 좀 다릅니다. 다만 유달리 북한 문제에서는 좌우가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좌파, 우파 대결이 첨예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경계선에서 서로 주고받는 몇 마디로 국민이 스스로 판단했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최고위원님께서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구시장 출마를 두고 현재는 홍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권영진 현 대구시장도 재출마가 유력해 보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는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새 정부의 기조가 무엇인지 등에 협의가 필요합니다. 

홍 의원과 권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저는 조금 더 고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 확실히는 말 못 하지만 깊이 고려 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의 목표를 달성해서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입니다. 새 정부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게 옆에서 돕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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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