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정권교체 일등공신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말한 윤의 시대

“두 동강 난 민심, 다시 붙일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0대 대선은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으로 불린다. 양당의 대선후보가 여러 리스크를 가진 탓에 서로 빈틈이 많았다. 여야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언론에 나와 대응하는 이들은 사실상 최전방에서 전면전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선거에서는 상대가 가한 공격에 얼마나 방어를 잘 해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가해졌던 네거티브 공방 최전선에 서서 전면전을 치렀던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윤 당선인의 입당 배경부터 윤석열정부가 나아갈 방향 등을 묻고자 김 최고위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탄생했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는 시대적 사명입니다. 20대 대선은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대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를 선언했고, 우리 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보수정당의 이미지와도 맞고 정치선도 분명하다 판단해 영입한 뒤 정권교체까지 이르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권교체를 통한 집권이 중요한 문제이자 정당의 소명이라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도 가슴 뿌듯하고 벅찹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데 역할을 하셨습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정치 참여 선언은 했지만 한동안 제3지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대선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읽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입당하기 전 만남을 가졌습니다.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뭔지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보수정당에 입당하면 활동범위가 위축돼 스스로 보수당보다는 중도 세력을 끌어들이는 외연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이를 통해 집권 가능성 높이겠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층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인지해 윤 당선인에게도 큰 선거 때는 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습니다. 통상 끝까지 중도인 사람은 투표장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 세력이 많아 보이지만 그것은 아직까지 지지하는 인물을 정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역대급 네거티브 대선
최전선 밤낮없이 싸워

저는 윤 당선인에게 “오히려 우리나라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정권교체의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윤 당선인이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습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데 나름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가 어렵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힘을 다해 도왔습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게 상당한 공격과 비난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확신이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5만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습니다. 비교적 국민통합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윤 당선인의 당선 현수막을 보면 국민통합 이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으로 우리나라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반대 세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여야가 함께 가지 않으면 나라 운영이 원활할 수 없는 탓에 지금까지 하던 대결구도의 정치를 가져가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해서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력을 잘 발휘하고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계기로 비춰집니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선거 전략에서는 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선거는 언제나 ‘우리 다 됐어’ 이런 느낌이면 집니다. 단순히 대선후보가 지역에 오길래 반갑게 맞이하긴 했는데 표까지 줄 것 같냐는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호남이 실제로 그랬습니다. 오히려 ‘한 표라도 더 주십시오. 잘하겠습니다’라는 모습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선거에 나온 후보자와 조력자가 항상 가져야할 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혁규 광주 의원이 3표 차이로 당선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박세표입니다. 이 후보가 그런 의미로 늘 저에게는 세 표가 필요하다고 언급해왔습니다. 

대선 막판 5%p 이상 차이로 이긴다는 말이 돌았을 때 오히려 이 후보에게 표가 붙었습니다. 몇 퍼센트 차이로 이긴다는 게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자료가 있어서 저도 그렇게 예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된 듯이 한다는 자세는 위험합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 책임론이 가해집니다. 

▲이 대표가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점은 사실입니다. 대선 국면 초기에 힘든 국면을 만들긴 했지만 이 대표가 있어서 국민의힘이 주목을 받은 부분도 있습니다. 보완 역할은 충분했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대표가 주장한 게 현실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탓에 비판론을 제기하는데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정권을 인수하고 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정부가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상황입니다. 곧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책임론을 끝내야 합니다. 


-인수위원장으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임명됐습니다.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집권에 크게 도움 준 인물입니다. 이미 정권교체를 통해 안 대표가 발표한 합의문에서 인수위부터 함께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안 대표가 나서서 집권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대로 정치적인 신뢰를 지켜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굉장한 신뢰정치를 실현한 셈입니다.

우리는 과거 민주당과 안 대표의 단일화와는 다르게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안 대표와 함께 미래를 가꿔야 합니다. 

-윤 당선인의 앞길이 가시밭길처럼 보입니다. 

▲대통령은 정파적인 입장에서 서지 않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옳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도 극단적인 정파 대결구도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대에 대한 설득이나 이해,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국회도 마음대로 했고 조국 사태가 벌어져도 무한정 자기들 이익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이익집단으로 만든 셈입니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고 설득될 때까지 노력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공약 대부분이 문재인정부와 정반대로 보입니다.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서 진행해오던 정책이 보완되거나 발전된 형태입니다. 사실 이 후보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집권 당시 준비가 전혀 없었던 ‘얼치기 삼류 좌파 지식인들’입니다. 그분들은 사실 자기 논리에 빠져있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마치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끌던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 논리로 한다는 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인데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통상 소득이 주도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고 성장을 하고 소득이 따라오는 게 맞습니다. 

-부동산 대책은 어떤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보수정권이 들어왔을 때 항상 공급에 주안을 뒀고, 진보정권은 수요를 때려잡고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 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좋은 주택을 싸게 많이 공급해 집값을 떨어지게 하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문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대출을 규제하고, 과도한 세금을 때렸습니다. 현재는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진행할 수 없는 ‘누더기 정책’인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는 게 공급 정책입니다. 

민주당과 항상 협치 자세 가져야
부동산 문제 얼치기 삼류 좌파 탓

윤 당선인의 부동산 주안점은 자유거래를 통해 거래하게 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택이 늘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 선택 기회도 함께 늘어나 공급을 늘려 시장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정책의 판단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제가 보기에 윤 당선인이 내세운 정책이 지극히 정상적 정책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잡힐 거라고 봅니다. 

-청년의 분노도 정권교체의 포인트로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선거캠프에 실력 있는 청년 보좌관을 많이 뽑아서 정무적·정책적 판단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청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청년을 그냥 배려하겠다는 것은 청년을 잘 모르면서 하는 ‘입에 사탕 하나 넣어주는 꼴’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사실 청년세대를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게 더 꼴불견입니다. 최근 쳥년세대는 취직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우리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면 안 통합니다. 과거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미래는 늘 현재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 청년세대는 다릅니다. 이제는 청년과 함께 대화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는데 아직까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예산은 많지 않지만 여성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몇몇 여성단체의 놀이터처럼 그분들의 ‘숙주’처럼 기능했습니다. 국민의 반이 여성이고,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활동을 하고 소외된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 했습니다.

이익 위해 움직인 문정부 자멸
“확신 있었고 확신대로 움직여”

박원순 시장 사건 때도 여당이 피해 호소인이라고 하는데 여성가족부는 피해자를 돕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개혁이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이럴 때 비겁하게 나옵니다. ‘구조적 차별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기조가 그렇습니다.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해 반대하고 나섭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민주당이 같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민정수석실 폐지도 실행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과거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잘 듣지 못하는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대통령한테 듣기 싫은 소리도 전달합니다. 그러나 최근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와 사법 문제를 총괄하면서 대통령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질됐습니다.

원래 민정수석은 국민의견을 반영하는 자리입니다. 윤 당선인의 취지는 사법적인 부분 등에 민정수석실 폐지를 통해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윤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는 목표를 향해서 획득한 권력을 활용해 국민과 함께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일이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대선 이후 여소야대가 뒤집혔습니다. 윤 당선인이 싫든 좋든 민주당은 2년 동안 함께 가야하는 존재입니다. 민주당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권력을 잡으면 어느 순간 괘씸해질 수도 있습니다. ‘왜 말을 안 듣지? 방해만 하지? 언론은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할 텐데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수위원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당 지도부 최고위원입니다. 우선 지방선거를 진행해야 해서 선거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수위에 참여하지 않는 게 결정됐습니다.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정권 인수와 새정부의  실무적 준비가 필요해 저보다 전문가가 임명되는 게 맞습니다.  

-여러 매체에 나오셔서 활동하셨습니다. 

▲클린선거전략본부는 대선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을 떠맡아 했습니다. 그중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 반대로 상대 후보에 대한 자료수집, 공격을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유달리 네거티브가 심했습니다. 그것을 대응하는 여러 자료수집과 TV토론 준비, 법률 대응, 여러 가지를 수면하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런다고 공산당 안 사라집니다’라는 발언이 대선 기간 이슈가 됐습니다. 

▲평소에도 늘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보수니 진보니 할 때 정책 분야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 후보가 내놓은 정책적인 부분은 윤 당선인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멸공 논란에서 벌어진 남북 문제, 안보 문제, 주한 미군 문제 등 이런 문제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이야기하는 그런 좌파와 좀 다릅니다. 다만 유달리 북한 문제에서는 좌우가 다른 시선을 가졌습니다. 좌파, 우파 대결이 첨예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좌파와 우파의 사상적 경계선에서 서로 주고받는 몇 마디로 국민이 스스로 판단했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최고위원님께서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구시장 출마를 두고 현재는 홍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권영진 현 대구시장도 재출마가 유력해 보입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는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새 정부의 기조가 무엇인지 등에 협의가 필요합니다. 

홍 의원과 권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저는 조금 더 고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마 여부에 대해서 확실히는 말 못 하지만 깊이 고려 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의 목표를 달성해서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입니다. 새 정부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게 옆에서 돕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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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