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사건 키맨' 박영수 전 특검의 오지랖

‘또 등장’ 안 엮인 데가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세상의 눈은 대통령 수사를 위해 임명된 특별검사팀에 쏠렸다. 

특별검사제. 검찰이 아닌 행정부와 독립된 사람 등 제3자에게 수사·기소 등의 역할을 맡기는 제도를 뜻한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 등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위해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를 임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2명의 후보 가운데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과거 ‘게이트’급 사건에 활용됐다. 

꽃길 걷다

2016년 11월17일 ‘박근혜정부의최순실등민간인에의한국정농단의혹사건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1월30일 자신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을 임명했다.

특검 임명 한 달 뒤인 12월2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출범했다. 

박영수 특검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특검팀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나의 대형 사건만을 집중 수사하는 특검팀은 결국 특검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실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 전 특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 됐다. 

2017년 2월28일 공식적으로 수사팀의 수사 기간이 끝날 때까지 국민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특검팀은 2017년 3월6일 뇌물 혐의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해 13가지 혐의를 적용한 국정 농단 사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됐다.

3월31일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후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한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업무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5년 뒤, 박 전 특검 수사팀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두 사람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전 특검이 특검에 임명되자마자 수사팀장으로 끌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바로 자신이다.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좌천된 윤 전 총장은 박 전 특검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 한직에 머무르던 처지였다. 윤 전 총장은 특검팀 합류 이후 말 그대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2016년 대통령 잡는 수사팀 수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사퇴

검찰총장 사퇴 후 정치에 입문해 20대 대통령에 선출되는 등 굴곡지긴 했지만 꽃길을 걷고 있다. 


반면 박 전 특검은 화려했던 명성이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지는 모양새다. 각종 사건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는 것. 대통령을 수사하던 서슬 퍼런 특검팀 수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7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에게 고급 수입차 포르셰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김씨가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16억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는 내용이다.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고가의 포르셰 차량을 빌린 것으로 드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명절 선물로 대게와 과메기 등 수산물을 받고, 김씨에게 법률 자문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박 전 특검은 “포르셰를 받고 이틀 뒤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의 사퇴로 ‘5년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전 특검은 임명 이후 4년7개월 째 특검으로 활동 중이었다. 

박 전 특검은 “특검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국가권익위원회의 ‘특검은 공직자’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기소 의견으로 그를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의 처신을 두고 법조계는 물론 국민의 비판이 이어졌다.

5년 가까이 특검 업무를 진행하고도 자신을 공직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행보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전 특검은 불명예 퇴진 이후에도 쉴 틈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처음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 박 전 특검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박 전 특검의 이미지는 더 추락할 곳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장동 사건 연루 의혹에
부산저축은행까지 줄줄이

박 전 특검이 굵직한 사건마다 언급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를 폄훼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고문 변호사로 일하며 연 2억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특검으로 임명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에 5억원이 이체됐고, 대장동 개발 수익이 난 뒤엔 김씨 측에서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모씨 측에 109억원이 건너가기도 했다. 

화천대유에 연루된 건 박 전 특검뿐만이 아니다. 그의 딸 박모씨는 2015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하던 지난해 6월 이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가량에 분양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구속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과 함께 ‘50억 클럽’의 멤버로도 지목된 상태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을 말한다. 곽 전 의원과 박 전 특검 외에도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름이 거론됐다.

권 전 대법관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대선을 3일 앞두고 터진 ‘김만배 녹취록’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뉴스타파>는 김만배씨가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업자 이강길씨의 시행사에 1000억원대 대출을 알선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바닥으로

박 전 특검 측은 입장문을 통해 “박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상식을 벗어나 후배 검사들에게 수임 사건을 청탁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뿐만 아니라 조우형의 사건을 검찰에 청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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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