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먼' 장애인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 실상

나랏돈 먼저 찜하면 임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애인 고용 장려금. 장애인 의무 고용률(민간기업 3.1%, 공기업 3.4%)을 넘겨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장애인 근로자 고용 촉진이 목적이다. 하지만 ‘부정수급’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제도의 좋은 취지를 행정력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감시망이 느슨해지자, 부정수급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A씨의 업무용 핸드폰으로 걸려온 수상한 전화.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놨다. 대표가 쓰던 핸드폰이니 대표의 지인인 듯했다. “잘못 걸었다”며 전화를 끊은 A씨는 석연치 않은 기분에 수신 목록을 살폈다.

곳간 도둑

이전에 주고받았던 문자에는 송금 내역 사진이 빼곡했다. 대표는 근무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다. 더구나 그 돈들은 곧바로 한 계좌로 다시 옮겨졌다. ‘유령 직원’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수수료를 주고 명의를 빌린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모두 장애인이었다. 대표가 요양보호사 지인과 짜고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빼돌리고 있었던 것.

A씨가 파악한 장애인 고용 장려금 수령 인원은 9명. 하지만 이 회사에 실제 재직 중인 장애인은 단 3명뿐이었다. 최소한 6명분의 돈을 부정수급한 셈이다. 


또 남아 있는 송금 내역 중 가장 오래된 것은 2017년 4월. 이 행태가 아무리 적어도 5년간은 반복돼온 것을 알게 된 A씨는 경악했다.

A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사회적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활동하겠다는 회사가 장애인 고용 지원금을 빼먹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결국 A씨는 관련 증거를 모아 지자체에 신고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던 담당자에게서는 어떤 연락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에 A씨가 본 것이라고는 신고 당일 회사를 방문한 지자체 차량과 대표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는 한 지자체 직원뿐이었다.

A씨는 “지자체에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는데, 결국 묵살됐다”며 “적절한 대응을 해줄 만한 신고처를 다시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령 직원’ 만들어 장려금 편취
5년간 빼돌려도 아무도 몰랐다

이는 비단 A씨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고용 장려금 부정수급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늘어왔다. 건수와 액수 모두 오름세다.

우선 고용 장려금 지급 연인원과 지급액의 절대적인 규모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장려금을 지급받은 사업체는 6930곳으로 지급 연인원은 55만3000여명, 지급액은 2106억원이다. 지급 연인원 43만6000여명, 지급액 1482억원 수준을 기록한 2015년부터 수치가 꾸준히 늘었다.

본격적인 코로나 유행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최근 고용 장려금 신청과 지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부정수급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염 우려를 이유로 수급처 현장 감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것 또한 부정수급 증가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수급 적발 건수(액수)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292건(24억원)에서 유행 이후인 2020년 978건(12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4월까지만 해도 665건(98억원)이 집계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관련 입장을 문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자료가 일부 오해의 소지를 야기한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장려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며 “해당 보고서에 명시된 통계는 고용 장려금 전체에 대한 것이고, 같은 기간 장애인 고용장려금 부정수급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조금 매년 증액되는데…
코로나로 감시 느슨해져

부정수급 근절 필요성은 명확한 것에 비해서 그 해결 방안은 여의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부정수급이 야기하는 근본적 문제점은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증가뿐만 아니라 수급자 간 형평성 저해‧재정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라며 “부정수급이 근절되지 않을 경우, 국가사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기금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정작 정당한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은 부정수급 색출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공단도 부정수급 적발이 어렵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공단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시스템, 고용보험 및 국세청 데이터와 연계가 이뤄지면서 이전보다 부정수급이 많이 줄어든 것은 명백하다”며 “다만 장애인과 공모해 고용보험 가입·근로자성 확보 등이 담보된 부정수급은 잡아내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 회사의 사례도 이 같은 경우에 포함돼 다년간 포위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원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특별점검과 상시 점검 등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능동적 대응 중 그나마 효과가 좋은 방안”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감염을 우려해 상시 점검 수가 줄어들었다. 현장 감시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조금은 느슨해진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 외에도 공단에서는 예방 교육, 신고센터 운영, 자진신고 기간 홍보 등의 다양한 부정수급 방지책을 활용하고 있다. 

해결책은?

하지만 부정수급을 잡는 결정적 ‘한 방’은 현장점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코로나 유행이 진정될 때까지, 날로 교묘해지는 부정수급 수법을 따라갈 ‘차선책’조차 꺼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곳간이 커지면서 도둑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두 손 꽁꽁 묶인’ 관계 기관들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기업 장애인 고용은?


대기업 장애인 고용 관련 지표가 더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 전반의 장애인 고용률이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3.08%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16% 증가한 수치로 근로자 수는 26만 826명으로, 같은 기간 1만 5494명이 증가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1%로 집계됐다.

이 역시 전년 대비 0.12% 상승한 수치지만,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장애인 고용률이 2.38%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률 상승을 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2020년 말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장애인 고용에 무관심한 459개소 기관‧기업 공표’에도 대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전년 대비 3개소가 늘어난 15개 그룹 29개소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곳도 15개소에 달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예컨대 공공기관들은 비율만 정해주면 알아서 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1:1 접근을 하지 않는 이상 (의무 고용률을) 잘 이행하지 않는다”며 “담당자들이 이행 지도를 통해 고용을 독려·컨설팅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명단을 공개하고 부담금을 부과해도 요지부동”이라고 토로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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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