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연소 야당 대표’. 이는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만 35세 나이로 당 대표에 당선됐고, 사람들은 그에게 젊은 시각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를 향해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서울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및 컴퓨터과학 학사 취득.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학력이다.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2011년 12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4년에는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의 목표는 ‘새로운 젊은 보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경 무용론
남경 어디에
이 대표는 2018년 바른미래당과 2020년 미래통합당을 거쳐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 직후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다. 저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앞으로 우리는 수권 세력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으로 ‘공존’을 외쳤다. 그리고 당 대표 취임 후 11개월이 지났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그가 약속했던 공존은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까.
우선 시민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시민단체 모두 이 대표의 ‘말’은 공존과 멀고, 젠더·세대·약자를 몰아세운다고 평가한다.
이런 평가의 시작은 그가 당 대표에 취임한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사건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11월2일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한 중국인 남성이 흉기 난동 사건을 벌였다.
오후 4시경 길거리에서 남성이 양 손에 과도 2개를 들고 난동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다. 이에 처음 4명의 남자 경찰이 3단봉을 들고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기동하며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당시 범인은 가죽점퍼를 입고 있어 제압하는 데 실패했다.
이때 현장에 같이 출동한 여경은 ‘꺄악’ ‘엄마’ 등의 비명을 지르며 포위망 유지에서 벗어나 범인의 포위망이 풀렸다.
이후 지속해서 난동을 부린 범인은 갑자기 남경에게 달려들었고, 이에 남경이 실탄 4발을 발사해 제압했다. 범인 포위 도중 벗어난 여경은 제압 이후 복귀해 범인의 옆을 지켰다.
새로운 젊은 보수의 길
이슈 왜곡해 해석 지적
당시 여경이 현장을 이탈하는 상황은 2주 간격으로 다시 발생했다. 이때는 19년 차 남경과 1년 차 여경이 범인이 있는 현장을 이탈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2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은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찰 공무원의 임용을 기대하고 있다. 제압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기반으로 자격 조건을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즉시 ‘여경 무용론’으로 확산됐다. 경찰 체력검증은 2026년부터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치르기로 확정돼있었고 ‘남경 무용론’은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경뿐만 아니라 남경도 현장을 이탈했고 남경이 경력 19년 차인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격 없는 여경’을 뽑아서 문제인 것처럼 말했다며, 이는 모든 여경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해 사건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피해자 A씨가 B씨에 의해 살해당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0년 6월 A씨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B씨는 A씨의 집에 지속해서 찾아가는 스토킹 행각을 벌였다.
B씨는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하기도 했다. 그해 11월7일 A씨의 집에 찾아간 B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폭행 등으로 퇴거 조치를 당했다.
법원으로부터는 A씨에 대한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통보받았다. 이에 B씨가 A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대남 환호
젠더 프레임
B씨는 범행 전날인 11월18일 모자와 흉기를 사서 다음 날 오전 A씨의 오피스텔 비상계단에 숨어 A씨가 나오길 기다렸다.
B씨는 집 밖으로 나온 A씨에게 흉기를 들이밀며 경찰에 신고한 것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14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당시 A씨는 두 차례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구조 요청을 보냈으나, 경찰이 다른 곳으로 출동하면서 A씨를 구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페미니즘’ 논쟁이 시작됐다.
당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 1.6일마다 1건씩 보도됐다.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1.3일에 1건이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21일 자신의 SNS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잣대로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바라보고 일반화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의견이 20대 남성들만 환호하는 의견이라는 지적이 강했다.
<MZ세대, 정치를 말한다>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소한 것을 들고 일반적인 정책을 페미니즘이 지나쳤다고 일반화된 결론으로 내는 것은 이대남(20대 남성)들은 환호할지 모르겠지만 선동적인 어법”이라며 “자신의 개인 이데올로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를 왜곡해서 해석하고 왜곡된 해법으로 젊은 세대를 선동하는 것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30세 이하 강간 피해자 남성은 19명이고 여성 피해자는 3338명이라고 설명하며 여성에게 있어 젠더 평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게 되는 것은 안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윤석열 선대위 합류 당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유는 “당의 색깔과 너무 다르다”였다. 이 교수 영입 반대는 이대남들의 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며, 이 이유 말고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대표의 발언은 문제시됐다. 여태까지는 ‘여성’에 국한된 말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회 약자인 ‘장애인’들에 관한 것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해 12월20일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 수도권 전철 5호선 왕십리역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집어넣는 등 열차의 출발을 저지하는 불법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과정 중 안전문 파손이 일어나 화제가 난 적도 있었다. 수도권 4호선과 5호선 등에 기습적·상습적·반복적으로 열차를 타고 내려 운행에 지연을 일으켰다.
전장연 측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장애인 콜택시)를 기획재정부가 책임 및 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비를 국비로 책임 ▲장애인 주거권 보장 지원주택 10만호 공급 ▲장애인 복지 예산 3조6783억원 중 탈시설 예산 24억원을 거주 시설 예산 6224억원 수준으로 증액 반영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2023년 장애인 활동 지원예산 2조9000억원 편성 ▲장애인 활동 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선언 약속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권리 선언 약속 이행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등이 있다.
전장연 시위는 지난해 12월 5번, 지난 1월 3번, 지난 2월 14번, 지난달 7번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지하철 시위를 멈추고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까지 삭발 시위로 전환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했다. 지난달 25일 그는 본인의 SNS 계정에서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 가면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 지속해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을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시위에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계‧시민사회가 모두 이 대표를 비판했다. 우정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이 대표의 시민 범주 안에는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비장애인 시민과 장애 시민을 갈라치기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날이 선 발언은 계속됐다.
악마의 편집된 유튜브
쏟아지는 부정적 기사
지난달 25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전장연 시위 영상을 하나 올렸다. 해당 영상은 전장연 시위자가 출입문 사이에 위치해 지하철이 갈 수 없도록 고의로 운행을 막는 모습이었다.
이때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 시민 한 명이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고 울부짖었고, 시위자는 버스를 타고 가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걸 정당한 투쟁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래 상황은 “버스를 타고 가라”가 아닌 “(저도)그런 걸 당해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저도 그래서 임종을 못봤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 장면이 이 대표 SNS 영상에는 빠져 있었고, 이날을 기점으로 전장연에 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해당 영상을 본 시민들도 전장연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고, 일각에서는 “왜 악마의 편집 영상을 올려서 사실을 왜곡하느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장연은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이 대표는 사과할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전장연을 향해 “비문명적 시위” “시민을 볼모로 삼았다” “지하철역 내 엘리베이터가 93% 완성됐는데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위를 하는 게 맞는지” 등의 비난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 기자회견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했다.
이날 김 의원은 무릎을 꿇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고 있는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이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나 전 의원은 그들이 불법적인 시위를 한 것은 잘못됐지만,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한다며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이 대표의 워딩을 두고 논평을 냈다.
움직이는
시민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당의 국회의원마저 무릎을 꿇게 만드는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 ‘혐오와 갈라치기’의 나쁜 정치는 결국 독이 돼 이 대표 본인과 국민의힘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대선 시기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진행한 성별 갈라치기에 이어 그의 전매특허인 ‘혐오와 갈라치기’의 타깃이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에게 옮겨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속 기사> 이준석 vs 전장연
장애인 이동권 등 권리보장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온 장애인단체가 탑승 시위 대신 ‘삭발 투쟁’에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0일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직 인수위 요청에 따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매일 한 명씩 머리를 깎는 ‘릴레이 삭발 투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첫 삭발 시위자로 나선 이형숙 서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장은 21년 동안 투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꿔나갔다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더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또 지하철 출근 시위를 ‘시민을 볼모로 잡는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비난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2호선을 포함한 모든 노선으로 시위를 확대하고 이 대표를 향한 별도 투쟁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6차례에 걸쳐 출근길 승하차 시위를 이어왔지만, 지난달 29일 시위 현장을 찾은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예산안 검토를 약속함에 따라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까지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