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면 나오는'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일요시사 취재 1팀] 남정운 기자 = 방송가에 불어닥친 스포츠 예능 돌풍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만의 매력인 진정성을 예능프로그램에 녹여내 대중의 열띤 반응을 이끈다. 새롭고 다양한 포맷도 인기 비결 중 하나. 줄지 않는 인기에 새 프로그램 편성 소식도 잇따른다.

 스포츠 예능 유행 시대를 열었다는 JTBC <뭉쳐야 찬다>. 어느덧 방영 3주년이 목전이다. <뭉쳐야 찬다>를 필두로 한 스포츠 예능은 오랜 시간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열 프로그램이 나오는 요즘이다. 

유행 장르

쿡방·트로트 예능 등이 유행하자 우후죽순 생겨난 동종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스포츠 예능이 처음 유행할 때, 이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수많은 스포츠 예능이 쏟아졌지만,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

스포츠 예능들의 생존은 나름 성공한 모습이다.

생존의 비결은 다양한 종목과 포맷에 있다. 프로그램별 차별화가 어려웠던 이전의 유행 장르들과는 다르게, 스포츠 예능은 종목만으로도 쉽게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축구·농구·탁구·골프·컬링 등 다양한 종목을 다루고 특유의 매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싫증난 구성을 피해간다.


포맷도 다양하다. ‘연예인들이 구성한 아마추어 운동팀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라는 전형적인 설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현직 운동선수들을 섭외해 뛰어난 경기력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나, 관찰 예능을 접목해 스포츠 가족의 일상을 담은 설정 등도 인기다.

이같이 스포츠 예능들은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콘셉트와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뭉쳐야 찬다> 외에도 <골 때리는 그녀들> <우리끼리 작전타임> <피는 못 속여> 등이 대표적인 흥행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뭉쳐야 찬다>는 각 종목의 전설적인 은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조기 축구팀을 꾸린다는 설정이다. 각자의 분야에서는 정점을 찍었지만, 축구에는 문외한인 출연진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현재 방영 중인 시즌 2는 오디션으로 멤버를 선발했다. 이를 통해 더 높은 기량을 가진 출연진으로 팀을 구성하며 시즌 1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 소모임을 구성해 서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2월 설 특집 파일럿 방송 때 10% 내외의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힘입어 정규 편성됐다. 전형적인 포맷을 따르는 대신 여자 축구라는 종목 선택으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KBS2 <우리끼리 작전타임>은 부모 자녀가 같은 길을 걷는 스포츠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여홍철-여서정 부녀(체조), 유남규-유예린 부녀(탁구), 이종범-이정후 부자(야구) 등이 출연한다. 든든한 지원자인 동시에 엄격한 선배가 돼주는 부모세대 이야기와 2세대로서 받는 주목과 부담감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자녀 세대의 이야기 등 그들만의 일상을 담았다.

채널A <피는 못 속여>는 걸출한 스포츠 선수들이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동국(축구)-이재아(테니스) 부녀, 김병헌(야구)-김민주(테니스) 부녀, 남현희-공하이(펜싱) 모녀 등이 출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예능의 인기 비결로 가장 먼저 ‘진정성’을 꼽는다. 출연진들이 전문적인 멘토의 지도 아래 부단히 훈련하고, 발전한 모습을 선보이는 과정이 스포츠 예능의 제일 큰 매력이다. 아울러 순간순간 박진감이 넘치고 예측이 어렵다는 스포츠의 특성도 흥행 요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의외성이 강하고,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리얼리티가 잘 드러난다”며 “요즘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스포츠 경기 관람·중계 시청이 어려워진 점이 스포츠 예능에 관한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억지 웃음 대신 각본 없는 드라마
다양한 종목·설정으로 콘셉트 차별화

정 평론가는 “코로나19로 스포츠 중계 자체가 많이 사라졌는데, 그 빈자리를 예능이 끌어가는 경향도 있다”며 “출연자들이 골프장에 나간 모습이나 치열하게 벌이는 축구 경기 등을 보면서 힐링하거나 활력을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스포츠 예능의 흥행 공식은 ‘자연스러움’에 있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살리고 출연진들의 희로애락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스포츠의 의외성을 통제하고 기존의 예능 제작법으로 재미를 더하려다 화를 본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불거졌던 <골 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이다.

시청자들에 의해 제작진이 편집으로 경기 내용에 자의적 조작을 가한 것이 밝혀졌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에서 스포츠 정신을 져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중이던 시즌 2뿐만 아니라 시즌 1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행해졌다는 정황이 연이어 드러났다.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며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해명했다. 사태는 책임 프로듀서와 연출자를 교체하면서 일단락됐다.

현재 <골 때리는 그녀들>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최근 수요일 예능 1위, 주간 예능 10위권 자리를 지켜내며 순항하고 있다. 조작 범위가 경기 승패 등 결과까지 뒤바꾼 것은 아니었다는 점, 출연진들의 진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이 주효했다. 

뒷수습은 잘 됐지만 <골 때리는 그녀들> 조작 논란은 스포츠 예능에 부자연스러운 조작이 들어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흑역사’로 남게 됐다.

한편 새 스포츠 예능 등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을 전후해 <올 탁구나!> <국대는 국대다> <마녀체력 농구부> 등이 첫선을 보인다.


tvN의 <올 탁구나!>는 지난달 31일 처음 전파를 탔다. 연예계 숨은 탁구 고수들이 특훈과 도전을 통해 연예계 최강 탁구팀으로 거듭난다는 설정이다. 첫 방송에서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각각 팀원을 모집하고자 탁구 오디션을 진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 야구선수 윤석민, 아이돌 그룹 위너 강승윤, 모델 주우재, 배우 박은석 등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MBN의 <국대는 국대다>는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를 최소 한 달 이상 훈련시킨 뒤 현역 국가대표와 대결하게 한다. 지난 5일 나온 첫 방송에서는 ‘탁구 전설’ 현정화가 출연했다. 현정화는 60일간의 훈련을 거쳐 세계랭킹 8위인 서효원 선수와 맞붙었다.

리얼리티

JTBC의 <마녀체력 농구부>는 오는 15일부터 방영된다. <뭉쳐야 찬다>와 <뭉쳐야 쏜다> 제작진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주전 선수로는 송은이·고수희·별·박선영·장도연·허니제이·옥자연·임수향 등 8명이 출연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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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