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담무쌍 사기꾼 전청조

성별까지 바꾼 역대급 신분 세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전청조가 파라다이스그룹의 혼외자라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 펜싱 국가대표였던 남현희씨의 예비 신랑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의 실체는 사기 전과자였다.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판결문까지 공개되는 등 과거사가 터지자 남씨는 전청조와 결별하기로 했다.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전청조는 스토킹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내가 P 호텔 J 회장 혼외자야. 너 비서로 써줄게. 8000만원 줘.” 이는 전청조가 한 인사에게 사기를 치면서 했던 말이다. 이처럼 피해자 7명을 상대로 편취한 금액은 약 3억원으로 파악된다. 피해자들은 전청조의 언변에 넘어가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
속속 증언

전청조는 ‘조조’라고 불리는 사기 전과자였다. <디스패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그는 그가 주장한 승마선수 출신도 아닐뿐더러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그는 전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남현희씨를 만나 결혼을 발표했다. 남씨를 이용해 체육 교육사업을 모색하고 있었던 만큼 또 다른 사기 범죄를 저지르려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지법은 2020년 12월11일, 전청조에게 징역 2년3개월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청조는 제주서 만난 A씨에게 남자로 행세하며 접근했다. 그러다 A씨에게 솔깃한 투자를 제안했다. 전청조는 A씨에게 “내 아내 친오빠가 서울서 물 관련 투자 사업을 하는데, 3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에 50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A씨가 믿지 않자 전청조는 ‘원금 보장’ 카드를 내밀었다.


전청조는 “사업에 실패하면 원금을 포함해 500만원으로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전청조는 A씨에게 300만원을 계좌이체 받았다. 갚지도 않은 전청조는 A씨에게 사기죄로 고소당했다.

재판부는 “전청조는 여성이다. 따라서 아내의 친오빠가 있을 수 없다. 또 300만원으로 50억원의 수익을 낼 수도 없으며, 원금 포함 500만원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전청조는 300만원을 기존 채무변제 및 생활비 등으로 쓰려 했다.

2019년 4월, 남자였던 전청조는 5개월 뒤 다시 여자로 돌아왔다. 다음 타깃은 남성 B씨. 둘은 ‘데이팅앱’을 통해 만났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전청조는 그런 B씨에게 결혼을 제안했다. B씨는 약 23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전청조는 혼수도, 집도 구할, 아니 같이 살 생각이 없었다.

B씨는 2020년, 입출금 내역 및 카톡 대화 등을 들고 민사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었다.

전청조는 ‘데이팅앱’을 통해 남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피해자 C씨 역시 2018년 해당 앱을 통해 알게 됐다. 전청조는 자신의 직업을 말 관리사로 소개했다. 그리고 4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SOS를 쳤다. C씨는 의심하지 않고 99만원을 송금했다.

5월7일에는 “손님 말이 죽었다”며 380만원을 또 빌렸다. “커플티를 사자”며 90만원도 썼다.


전청조는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빌렸다. “자신의 대출금을 갚아달라”며 22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재벌·남자인 척 과거 숨기고 접근
7번 사기 2년3개월 옥살이 드러나

그렇게 편취한 돈이 5700만원. 재판부는 전청조의 사기행각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가 밝힌 전청조의 직업은 프리랜서 말 조련사. ‘말 조련사’ 전청조는 1년 뒤에 재벌 3세라는 탈을 썼다. 자신을 파라다이스 그룹의 혼외자라 소개했다.

이는 낸시랭의 전 남편 ‘전준주’가 쓴 수법이다. 전청조는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비서를 구했다. 전청조는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파라다이스 그룹서 일하려면 신용등급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8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렇게 D씨는 전청조에게 7200만원을 뜯겼다.

전청조의 사기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E씨에게 “너도 투자를 해라. 2배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원금 보장 카드까지 내밀었다. E씨는 ‘2배 장담’과 ‘원금 보장’에 현혹됐다. 총 34회에 걸쳐 1600만원을 송금했다. 전청조는 이 돈을 기존 고급 호텔 이용료로 사용하려 했다.

전청조는 연기파였다. 이번 사기는 1인2역. 외국 취업 프로그램 알선자와 운영자로 변신했다. 우선 취업 알선자.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자 F씨에게 접근 후 외국 취업 프로그램 담당자 연기를 했다. “취업을 시켜줄 테니 돈을 보내라”며 재촉했다.

결국, F씨에게 68만원을 받아냈다. 물론 전청조는 그럴 능력도, 실력도, 의사도 없었다. F씨는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형사고소를 강행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를 향한 전청조의 사기극 결말은 파국이었다. 지난 26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전청조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청조는 이날 오전 1시9분 남씨 어머니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청조가 “아는 사람이니 집에 들여 보내달라”며 집에 들어가기 위해 시도하자 남씨 측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전청조는 최근 남씨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청조는 현재 석방된 상태다.

앞서 남씨는 지난 23일, 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와 재혼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전청조의 성별, 사기 전과 과거 등 여러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목받았다.

파라다이스
혼외자 행세

남씨는 이에 대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청조의 과거사가 드러났다. 남씨 역시 사기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남씨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청조가 자신의 이름을 이용, 투자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남씨는 최근 <디스패치> 보도 후 전청조에게 재벌 3세 진위 여부, 사기 전과 혐의 등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사실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파라다이스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전청조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파라다이스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전청조와 관련해 보도된 기사를 통해 당사에 대한 근거 없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포·게시되면서 당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기업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며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 악의적인 비방, 인신공격 등 게시글에 대해 당사는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남씨는 그동안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주장, 전청조에게 “나 이제 한국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청조는 남씨의 친척을 상대로도 투자 사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씨는 전청조와 거주했던 집에서 나왔고 이별을 알렸다. 남씨에 따르면, 그는 전청조의 성전환 사실을 알고도 재혼을 결심했던 바 있다. 하지만 전청조의 거짓 행적과 사기극을 알고난 후 파국을 봤다. 남씨는 전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공효석과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지만 지난 8월, 결혼 12년 만에 이혼했다.


전청조가 과거 혼인을 한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는 ‘남현희 재혼 남편 전청조의 과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전씨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엽기적인
결혼 사기극

그는 “이 사안이 제가 여태까지 취재했던 것 중에서 충격적인 일 톱3 안에 든다. 전청조가 초혼일지 여부였다”고 운을 뗐다.

이진호는 전청조의 초혼 여부에 대해 “제보상으로는 두 차례에 걸쳐서 결혼했고, 그중 한 차례만 혼인신고를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진호의 취재 결과, 전청조는 2017년 제주도서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고 2020년 9월 남성과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호는 “그때(2020년 9월 결혼) 당사자는 남성이었다. 전청조는 (혼인신고 당시) 2020년 7월에 (사기죄로)기소돼 복역 중이었다. 제가 너무 충격받은 게, 당시 남편이 다른 교도소에 복역 중인 남자 수감자였다. 두 사람은 교도소 펜팔을 통해 만났고 혼인신고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전청조는 2년3개월을 복역했고 남성은 좀 더 오래 복역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이혼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실제 혼인신고서 이혼까지는 1년 정도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진호는 “혼인신고가 실제로 이뤄지고 부부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런 걸 봤을 때 특수목적이 있지 않았느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혼인신고부터 이혼까지 있었다”며 “전청조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복역 중 이혼했다고 한다. 저도 이게 놀라웠던 부분이다. 서류상으로 확인된 부분이라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청조는 고등학교 재학 중 자퇴하기도 했다.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전북 남원에 있는 경마축산고에 진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1학년 때 자퇴했다. 말 산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교서의 경험으로 해외 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매개하면서 사기 행각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청조의 과거 재학 시절 찍힌 영상 자료가 퍼지면서 한국경마축산고는 난처해졌다. 전국 유일한 말 산업 마이스터고로 말 산업 인재 양성에 노력하는 가운데 전청조가 주목받으면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어서다.

모르고? 알면서? 결혼 발표
“이제 알았다 지금은 못 믿어”

전청조와 같은 해에 한국경마축산고를 입학해 졸업한 한 익명의 제보자는 언론을 통해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했다”며 “자퇴의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부적응으로 알고 있다. 학창 시절에도 거짓말을 잘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승마·경마를 포괄하는 말 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청조는 2019년을 전후해 제주서 머물면서 남성 행세를 해왔다. 어느 날은 운전기사를 대동한 채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제주시 한 승마장을 오가며 군대 얘기를 꺼냈고 “군대를 면제받는 법이 있다. 빼봐야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말 산업계 주변 인물들에게 해외 마필 관리 연수 프로그램 연계 등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일부 사기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복수의 승마계 증언으로는 전청조는 승마선수로 활약하지도 않았다. 단, 경마 기수 후보 지망생으로 잠시 활동했던 적이 있다.

전청조와 남씨가 서울 강남서 운영하던 펜싱 아카데미서 미성년자 성폭력 의혹을 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JTBC는 지난 26일, 펜싱 아카데미에 근무하던 20대 A 코치가 여중생 한 명을 수개월 동안 성폭행하고, 여고생 한 명을 6개월 넘게 강제 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A 코치가 지난 7월 숨진 채 발견돼 그대로 묻혔다. JTBC는 펜싱 아카데미의 대표를 맡은 남씨와 아카데미서 공동대표로 불리는 전청조가 경찰이 사건을 인지한 7월보다 앞선 시점에 해당 의혹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 7월4일 남씨와 전청조, 학부모 7명 등이 A 코치의 성폭력 의혹에 관해 얘기하는 자리서 촬영된 것이다.

영상서 남씨는 학부모들에게 “✕✕이(강제추행 피해 학생)와도 제가 단둘이 한두번 정도 얘기를 나눴어. 무슨 일 있었어? ✕✕가 선생님(A 코치)이 만졌고 뭐했고. 근데 저는 이게 ✕✕한테 들은 얘기고. 뭐가 정보가 없잖아”라고 말한다.

피해 학생으로부터 성폭력 의혹에 대해 들었지만, 피해 학생의 말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에 따르면 남씨는 피해 학생과 경찰 신고 6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 면담을 가졌다.

펜싱 아카데미
성폭력 은폐?

이 같은 시점을 근거로 JTBC는 남씨가 체육계 인권침해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법인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의4에 따르면, 체육지도자는 성폭력 피해 의심이 있을 경우 스포츠 윤리센터나 수사기관에 즉시 알려야 한다. 그러나 남씨는 해당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에는 남씨와 전청조가 학부모 7명 앞에서 계속해서 피해 학생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2차 가해 의혹도 담겨있다. 전청조는 7월4일 간담회 자리서 남씨보다도 먼저 나서 “(A 코치가)✕✕이랑 뽀뽀하고 안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더 있다”며 아직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일부 학부모들 앞에서 실명과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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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