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김운용스포츠위원회 이권다툼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8:55:08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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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부’ 이름에 먹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위원회를 남겼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설립한 그의 바람은 수포가 되는 모양새다. 2대 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의 가족과 이사진 간 내분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별세
순조롭게 시작

스포츠를 사랑했던 그는 2016년 9월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는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오래 지키진 못했다. 이듬해 10월 건강 문제로 별세했다.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에 장녀 김혜원씨가 앉았다. 김 위원장은 윤곡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과 김운용컵 국제오픈태권도대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출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순조롭게 운영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영국인이었기에 한국 상주하기가 불가능했던 데다 한국의 비영리 법인 운영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 결국 김 위원장 아버지 비서로 재직했던 서모씨에게 위원회 운영을 일임하며 재정적 지원에만 전념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7월경까지 위원회에 2억6000만원이 넘는 후원금과 여성 스포츠인을 위한 윤곡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비용을 지원했다. 또 2018년 1월부터 위원회에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기존 유료 사무실 대신 김 위원장 소유의 오피스텔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위원회를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이사진 간 갈등이 발생했다. 그는 임 이사 등이 자신의 컴퓨터와 회계장부 등을 훔치고 유족 모르게 태권도대회를 유치해 국가보조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들은 2017년경부터 2019년 7월까지 2억6000여만원의 후원금 중 최소 1억원을 술값, 밥값, 커피값, 노래방, 사우나, 개인 차량 주유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운용 전 IOC 총재 딸…2대 위원장 
특수절도·사업비 횡령 등 이사 고소

그는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이하 김운용컵)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매해 4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았고, 김운용컵을 운용하는 데만 사용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돈이 항상 부족하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2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고 억울해했다. 

또 위원회 이사진이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위원회 자금을 개인 계좌로 현금이체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이사진이 사무실 출입문 도어락을 파손시킨 후 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컴퓨터 4대, 모니터 1대, 회계장부와 법인 비품 등을 무단 반출해 업무를 중단시켰다고도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진의 주장은 법인을 만들 때 법인 설립비용을 자기들이 냈다는 것이다. 액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0만~3000만원 든 것으로 안다”며 “문제는 그 법인 설립비용을 냈다고 해도 법인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들도 공로가 있지만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한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법인통장의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서 지원금이 최소 3~4억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사들이 그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위원장은 임 이사를 특수절도, 자격모용 사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임 이사를 고소한 사건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현재 재항고 또는 재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vs 이사진
위원장직 갈등

임 이사 측은 2019년과 2020년 임시총회에서 김 위원장이 위원장 자격을 상실했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7월경 김 위원장은 이사 재신임 여부 안건에 관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14일 이사진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을 이를 거절했다.

같은 달 21일과 29일 임시총회를 또 계획했으나 김 위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9월6일과 23일에도 이사진은 임시총회를 소집하려 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10월10일 이사진은 김 위원장 해임과 관련해 임시총회를 소집했으나 김 위원장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이후 이사진은 이듬해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 SNS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재차 요구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3월, 6월에도 임시총회를 열어 김 위원장 해임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 정관 제8조(회원의 탈퇴와 제명)에 따르면 ‘회원이 법인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또는 1년 이상 회원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명은 회원의 의사에 반해 회원의 자격을 전면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사단법인이 회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제재이므로 제명에 관한 정관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 이사진은 업무처리 시 김 위원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살아계실 때 국고를 받아 매년 국제대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수차례
임시총회 

이 관계자는 “이사진은 지출 내역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과정에 있어 투명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그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이도 보였고 위원장 허락도 맡지 않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이 계속 불거졌다. 2~3년 전부터 이런 행태가 지속되다 보니 위원회는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위원회 이사들은 ’김운용‘이라는 이름을 이용해 다른 대회를 개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7년부터 매년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를 주최했다.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는 ’위원회‘가 주최하고 매년 새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가 주관해온 대회다. 

그러나 임 이사는 해당 대회를 주최하는 위원회의 위원장도 아니고 위원회를 대표해 보조금을 신청할 권한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 조직위원회’ 대신 ‘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 조직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기관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고 보조금 승인을 요청했고 2020년에는 무주군청과 전라북도청에 3억원을 수령했다가 회수 조치했다. 

김 위원장은 “무단으로 유사한 명칭의 위원회 도장을 파고 통장을 개설한 뒤 절도해간 위원회 컴퓨터와 주요 서류를 계속 사용해 마치 기존 위원회 사무인 것처럼 신청자료를 작성하고 국고 보조금을 받아내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진 일부가 2016년 12월부터 ‘주식회사 김운용스포츠위원회’라는 것을 설립해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도 없이 아버지 이름을 이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 설립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요청도 냈다. 서울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진정을 받은 후 위원회가 신고한 주소지인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지 않고 사업 수행도 불가능해 보인다며 서울시에 설립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후원금·국비 받아 허위 보고? 
결재 없이 태권도 대회 개최

서울시는 “후속 조치를 위해 법인의 관계자 및 법률대리인에게 확인한 결과 등기부등본상 기재된 사무실이 부존재하나 변경된 사무실이 존재하며 법인 관련 소송 중으로 주사무소 변경 등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법 제38조에서는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로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조건에 위반한 경우, 그리고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실 확인 결과를 토대로 법인설립허가 취소에 대해 검토한 바,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의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부존재·위원회 관련 배임 의혹 등의 사유만으로 법인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해당 법인과 관계된 소송 결과 확정 후, 사무실 부존재 사유와 원인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인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김운용컵 대회의 유치와 약 20여개의 해외 지부 설립 등을 통해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지만 사무국 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이 내부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 문제가 확대될 경우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1988 서울올림픽 개최, 대한민국 최초의 IOC 수석부위원장 등을 이룩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명예가 실추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금전 관계가 깨끗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위원회를 위해 돈을 지원해줬는데 이사들이 대회를 홍보한답시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다니는 등 마음대로 돈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위원회는 제대로 된 운영이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입장 발표”

해당 의혹에 대해 임 이사는 “조만간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이사진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권도 대부’ 김운용 누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 부위원장은 1986년 IOC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IOC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특히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 등에 기여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당시엔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이끌어낸 바 있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했으며,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체육계를 대표했던 김 전 부위원장은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에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 쌓기로 스포츠 외교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김운용 전 부위원장은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와 함께 ‘올해의 스포츠영웅’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의 생애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스캔들’에 연루돼 IOC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2004년 대한체육회와 세계태권도연맹 운영 과정에서 횡령 등 비리 혐의로 수감돼 국제 체육계를 떠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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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