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홍준표 마지막 승부수

싸움꾼에 내려온 2030 동아줄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정당의 당(黨)은 무리란 뜻으로, 정당은 뜻이 맞는 정치인이 모인 집단을 뜻한다. 속한 당의 세력이 크면 클수록 정치인은 하고자 하는 뜻을 손쉽게 펼칠 수 있고, 작으면 펼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당에 속해 있다고 해서 다 같은 뜻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있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비주류며 소수파인 사람이 본인의 뜻을 펼친다는 건 쉽지 않다. 더욱이, 대권 도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대권 출사표를 던지고 여전히 선전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처럼.“ 이는 홍 의원이 지난달 3일 봉하마을에서 적은 글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민주당 내 비주류였고, 소수파였다. 그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대권후보로 나섰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이런 기적을 바라듯, 홍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그처럼 되겠다는 글귀를 적었다.

비보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내달 5일 정해진다. 현재 국힘에는 8명의 예비 경선후보가 경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계에선 사실상 홍준표·윤석열, 두 후보 중 한 명이 최종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두 후보 캠프는 각자의 전략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윤 캠프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조직력’을 기반으로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고, 홍 캠프는 홍 의원의 ‘개인기’에 의존한 싸움을 하고 있다.

두 캠프가 상이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각자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캠프의 규모일 것이다. 윤 캠프 측에는 국힘 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의 장제원 의원은 총괄실장직을 맡으며(지난달 28일 사퇴) 캠프를 진두지휘했었고, 재선의 윤한홍 의원은 총괄부실장직을, 3선의 이종배 의원은 정책 총괄본부장직을, 초선의 이용 의원은 수행실장직을 맡고 있다. 

캠프 바깥에도 윤 전 총장의 지원군들이 즐비하다.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4선의 권성동 의원이 윤 캠프를 지지한다고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이를 도운 현역 의원들의 숫자만 해도 약 20명 정도다. 정계에선 음양으로 윤 캠프를 돕는 이른바 ‘친윤’파가 국힘 내부에 대다수 포진돼있다고 보고 있다.

규모로만 따져보면, 윤 전 총장은 국힘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홍 캠프 측에는 지난 7월에 합류한 5선의 조경태 의원이 있다.

홍 의원은 조 의원이 합류한 것에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환대했다. 홍 의원이 특히 조 의원을 환대한 데에는 그가 윤 전 총장과 여러 차례 대립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홍 캠프에 합류하는 현역 의원이 매우 진귀했다는 점이 컸다.

현재까지, 홍 캠프에 합류한 국힘 의원은 초선의 하영제 의원과 조 의원, 단 둘뿐이다. 조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아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고, 하 의원은 홍 의원의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홍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캠프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분만 영입하고, 나머지 분들은 비공개로 도와주고 있다”며 “이번 대선 캠프는 실무자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캠프가 후보 개인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당 세력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홍 후보는 개인의 매력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접전 양상서 컷오프 표심 윤으로?
신규 당원 절반 젊은 보수층 희소식

가장 좋은 매력 어필의 방법은 TV토론이다. 현재까지 총 6차례 진행된 토론에서 홍 후보는 맹활약했다고 평가받는다. 숱한 언론에서 TV토론을 가장 잘하는 후보로 늘 유승민과 홍준표를 뽑았다.

홍 의원은 방송 토론에 많이 나간 경험을 바탕으로 타 후보들을 ‘말’로써 압도했고, 그중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들이 주효하게 먹혔다.

특히, 지난 3차 토론회에서 했던 ‘작계 5015’ 질문이나 ‘김여정 발언’ 관련 질문은 윤 전 총장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끔 잘 유도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개인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 홍 의원은 아직 오차범위 밖에서 윤 전 총장을 따돌린 적이 한 번도 없다. 하물며, 윤 전 총장 외의 다른 경선 후보들과의 대립각은 계속 깊어지는 중이다.

하태경 의원과는 아직도 거의 ‘막말’ 수준의 공방을 펼치고 있고, 원희룡 후보와는 전술핵 관련해 치열한 설전을 펼친 바 있으며, 황교안, 최재형 후보와도 감정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2.0%, 27.2%다. 유승민 후보는 13.5%로 3위를 차지했고, 2.3%의 원희룡 후보가 4위를 차지했다.

원희룡·하태경·황교안·최재형 후보의 지지도는 미미하지만 모두 합치면 약 6%로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초접전 양상인 현재 구도에서 이들의 표 하나하나는 매우 중요하다.

깊어지는 대립각에 타 후보 지지자들이 모두 윤 캠프 측으로 돌아선다면, 홍 후보의 경선은 점점 더 암울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홍 후보의 난항을 예상하는 정치 전문가들의 근거도 여기에 기인한다.

점점 고립돼가는 홍 의원에게 내려온 단 하나의 동아줄은 신규 당원 23만명이 유권자가 됐다는 소식이다. 이준석 대표의 취임 직후, 대거 가입한 신규 당원의 절반은 2030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취임 소식에 많은 젊은 보수층이 국힘에 몰린 것이다. 이들은 책임 당원이 되는 기간인 3개월을 거쳐 당으로부터 경선 투표권을 부여받았다.


이번 2차 경선투표에서부터 비로소 그들의 표심이 발휘되는데 투표 결과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4명의 후보가 본 경선에 진출했다.

본 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만큼 막바지에선 당원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

홍 의원의 강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그간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홍 의원은 선거 공약부터 젊은 층의 기호를 노렸다.

낭보

그중 ‘사법고시 부활’과 ‘정시 확대’ 정책은 조국 사태 때 상처받은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끈 바 있다. 이에 대해 여 대변인은 “맹목적인 낙관은 하지 않고 있다. 후보자의 가치관이 허상이라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이분들의 지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라는 확신을 심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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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