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아이돌급' 사주팔자 팬덤 문화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21 14:06:23
  • 호수 1328호
  • 댓글 0개

카메라 앞에 선 무당…복채 대신 후원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연예인들만 팬이 있는 게 아니다. 명리학에서도 팬이 존재한다. 사주풀이 상담을 받은 내담자들은 상담해준 사람을 오히려 걱정한다. 심지어 이들은 선물을 보내주는가 하면 현금 후원도 한다. 

사주풀이와 관상을 보는 명리학은 이전부터 꾸준히 인기가 있다. 명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매년 신년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용한 곳은 최소 6개월 전에 연락해야 예약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입소문이 난 점집은 국회의원, 연예인 등이 자주 찾는다.

용한 점집
문전성시

사주팔자란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 또는 이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학문이라고 해서 어렵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사람들은 신통방통한 것을 신기해하면서 흥미를 갖는다. 매해 연초 TV 예능프로에서 연예인 사주팔자나 관상을 본다. 특히 패널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사주풀이를 통해 서로를 놀리거나 칭찬하며 재밌는 장면을 만든다.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은 서슴없이 사주를 본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주로 히트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기 전, 용한 점집 도사가 예언했다는 이야기다. 

사주팔자를 가벼운 호기심에 보러 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생의 갈림길을 두고 혼란이 올 때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다. 인생사는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불가하지만 사주를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주풀이는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입시, 취업 불안, 결혼 고민 등 인생에 다양한 고민을 사주풀이로부터 해결책을 받으려 한다. 이전처럼 용한 점집을 찾기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사주풀이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비대면 운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예다. 운세 앱 중 하나인 ‘점O’의 경우 지난해 1월 초 하루 평균 50여만명이 이용했었지만, 올해 초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 1월1일의 경우 1일 평균 120만명가량이 운세를 확인하며 연말 연초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50~60대 이용자 비중도 높아졌다. 앱 ‘점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올해 1월3일 7일간 50~60대 이용자는 31%로 전월 같은 기간(23%)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단순 앱 이용만 늘어난 수치가 아닌 앱 내 결제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

재밌고 간단한 풀이
짧은 시간 흥미 유도

점O에서 제공 중인 유료 운세 상담의 50~60대 이용 비율은 연말 같은 기간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월 같은 기간(19%) 대비 14%가량 상승한 수치로, 연초가 다가오면서 운세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지만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혹은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셈이다.

젊은 층은 앱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사주풀이와 관상 등 명리학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용하다는 한 사주 전문 채널에서 상담받거나 사주풀이 방법에 대해 검색하기도 했다. 서바이벌 웹예능 <머니게임> 방영 당시, 사주 전문 채널에서는 출연진 사주를 통해 탈락 여부를 점치기도 했다. 

수많은 사주 채널 가운데 판X도사 X이드(이하 X이드), 도O도르, 더O학당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인기 많은 사주 콘텐츠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신통방통 점을 잘 보는 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미래를 잘 예측하거나 상담받는 사람의 속사정을 꿰뚫어보면 용한 채널로 바로 입소문이 난다.


한때 과거 연예인 전문 사주풀이 블로그들이 재조명됐다. 한 연예인에게 악재가 일어나면 그 블로그에서 사주풀이했던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유되곤 했다. 마치 미래를 본 것마냥 연예인의 앞날을 예측하면서 상담 전화도 늘었다. 이처럼 최근 유튜브에서도 미래를 맞추는 채널이 주목받고 있다.  

둘째, 어려운 사주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 용어를 쉽게 설명하면 젊은 층은 흥미를 가진다. 유튜브 특성상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단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는 게 시청자 관심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명리학은 공부를 하면 공부할수록 전문성을 요하는 깊은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주 유튜버는 스스로도 공부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스스로 사주를 보는 방법도 알려주는 전략으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소 6개월
예약 힘들어

세 번째는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말발이다. 과거 나이 든 사람이 외진 곳에서 점집을 차려 사주를 봐줬던 데 반해 근래엔 온라인이 대세다. 

게다가 명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고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면서 젊은 층들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훤칠한 외모를 가진 젊은 사주풀이 전문가도 많이 나타났다. 예쁘장하고 잘생긴 외모에다가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갖춘 사주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X이드는 유튜브 뿐 아니라 다양한 SNS채널에서 팬들과 소통한다. 유튜브 외에도 인스타그램, 트위치, 오디오형 SNS 클럽하우스, 카카오 음 등을 통해 동시 송출하고 있다. 또 일반 회원이 아닌 특별 회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별 회원이란 클럽하우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방을 자유롭게 만들고 사람을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서로 모여 같이 게임을 하거나 방송을 자유롭게 하는 등 특별 권한이 주어진다.

X이드는 올해 설날 우연한 계기로 방송을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사주, 타로를 봐주는 방을 살펴보다가 이론적 근거가 없는 방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본인이 사주 상담방을 열게 됐다. 

첫날부터 1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간이 부족해 상담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상담을 계속 해줘도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방 규모도 점점 커졌다. 내담자 요구에 발맞춰 클럽하우스는 유지한 채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송출을 시작했다.  

높은 적중률 시선 강탈
외모도 연예인급 인기

X이드 유튜브 구독자 수는 3600명(지난 17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인기 유튜버 척도라 할 수 있는 유튜브 멤버십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멤버십이란 매달 후원하는 구독자에 한해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방송 초기부터 X이드가 현금 후원을 받은 건 아니었다. X이에 따르면 첫 현금 후원자였던 한 시청자가 “음질이 좋지 않다”고 마이크 교체를 권유하며 5000원을 후원했다. 

X이드는 유튜브 채널 초창기 라이브 방송이 많았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구독자들과 친밀한 사이가 됐다. 한 팬은 그의 건강을 생각해서 도라지즙, 프로폴리스 등의 선물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후 유튜브 운영을 집중하면서부터 슈퍼챗(현금 후원)을 통해 후원을 받기 시작했다. 

X이드 채널의 한 팬은 “X이드에 빠지게 된 이유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듣지 못했던 이야기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주를 직접 보러 간 적도 있었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X이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제시해주고, ‘사주에 좋고 나쁨은 없다’고 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X이드는 여타 인기 크리에이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충성도 높은 팬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을 한 그는 갑작스레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규칙이나 체계가 없다보니 관리자가 필요했고 스태프를 모집했다. 그러다 보니 클럽하우스 상담방 운영을 도와주는 팬이 생겼으며 현재는 6명 스태프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스태프 역할은 기획, 운영, 편집 등 세 가지다. 기획팀은 유트브 채널 방향을 결정한다. 운영팀은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일정 관리, 유튜브 동영상 멤버십 관련 등을 관리한다.


종종 커뮤니티 게시글, 카카오톡 채팅방 등도 확인한다. 편집팀은 영상편집과 업로드 관련 임무를 맡는다. 또 콘텐츠 영상을 촬영 및 편집하고 유튜브 영상 관련 개선사항이 있다면 편집팀끼리 회의한다.

호기심 유발
혹한 시청자

스태프를 하게 된 계기도 다양하다. 좋은 마음으로 알려 주다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사람, 모집한 한다기에 지원한 사람, 무료 상담 보상차원으로 운영방법을 제안했다가 덜컥 스태프가 된 사람 등이다. 

신기한 건 스태프 역할을 하게 되면서 체계적으로 금전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X이드는 스태프에게 2주에 한 번씩 사주 수업을 무료로 해주는 게 보상이면 보상이다. 또 언제든지 질의사항과 관련해 X이드와 소통이 가능한데 스태프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기프티콘을 보내는 게 전부다.

한 스태프는 “자신의 사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힘들 때 인생 선배인 X이드로부터 조언을 듣기 때문에 스태프 임무를 열심히 활동하게 된다. 스태프 및 회원과 소통하며 배우는 점이 많아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X이드 혼자서 운영하기 힘든 부분을 충성심 있는 팬이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팬심 하나로 스태프를 맡아 홍보 및 운영 역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태프가 늘어난 이유는 사주에 대한 관심있는 연령층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전 부분이 아니어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해 홍보를 한다거나 영상 기획 및 편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X이드는 “채널 초창기 구독자 연령대가 50~60대가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20대, 30대가 30%가 된 만큼 구독자층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사주상담 라이브 방송을 열어도 ‘20대 초반인데 올바른 진로를 알고 싶다’는 고민 등 20대 초반인 시청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연애부터 진로까지 다뤄야 할 주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구독자가 내 방송을 보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 제작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인스타 활동…회원제 운영
팬클럽 만들고 도라지즙 선물까지

X이드 채널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적중률이다. X이드 채널에서 내담자의 월간 운을 봐주는 콘텐츠가 있는데 적중률이 꽤 높다. 

X이드 채널은 유독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나이대가 많이 찾는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기 전이나 사회 초년생이라고 볼 수 있다. X이드는 회사를 실제로 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담에 임한다. 

그는 기업 인·적성평가나 이력서 및 자소서 작성에 대한 고충을 몸소 느껴봤다. 또 연애를 하는 시기에 자평명리학을 실전에서 적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자평명리학이란 시간의 흐름 사이에 사시에 관해 시간의 질서를 의미한다. 

역학계에서도 X이드는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 상담을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처세하기 때문에 어필이 된다고 한다. 

한편 아이돌 시장에서도 팬심을 활용해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 휴대폰에 버O 앱을 깔고 월 4500원을 결제하면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직접 써서 보내는 메시지를 수시로 받고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티스트는 팬의 답장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채팅은 아티스트가 팬의 전반적인 반응을 살펴보며 ‘다대1 채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버O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팬심’을 최대한 자극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먼저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1대1 채팅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스타가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일괄 확인하면 채팅방에 ‘읽음’ 표시가 뜬다.

이용자는 아이돌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이름이나 ‘누나’ ‘오빠’ 등으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답장을 보내다가 아이돌의 메시지와 내 답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양새가 되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팬의 설명이다.

멤버십 운영
일상도 공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은 버O을 통해 아티스트와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팬들이 모르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며 “팬덤을 활용한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팬들의 충성도도 함께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