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자충수' 민주당, 박근혜 살린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04 09: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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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횡재…박근혜만 누워서 떡 먹게 생겼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경선룰 갈등, 과거사, 공천헌금 등으로 잔뜩 움츠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활짝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반면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 부으며 기세등등하던 민주통합당은 각종 악재로 바짝 엎드렸다. 이대로라면 지난 2007대선의 악몽이 재현될 판이다. 불과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양당의 전세가 단숨에 역전된 사연은 무엇일까?

“민주 경선 망했다!” “박근혜에 정권 바쳐라!” “이장 선거만도 못하다!”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두 번째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울산 종하체육관은 '비문재인(비문) 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난무했고 일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막장 경선
물 건너간 흥행

전날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경선 모바일투표 문제로 파행이 빚어져 비문 후보들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울산 대의원 현장투표가 강행되자 벌어진 소동이었다. 이후 경선불참까지 거론하던 비문 후보들이 속속 경선에 복귀하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민주당이 대선 정국에서 반전의 카드로 기대했던 순회경선의 흥행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당내에서 쏟아져 나왔다.

한 민주당 지지자는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대해 '박근혜 추대식'이라며 비판을 쏟아내던 민주당이 이런 '막장 경선'을 연출할지는 몰랐다"며 "정말 실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의 악재는 이게 다가 아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날 민주당 공천헌금 수사착수 뉴스가 터져 나왔다. '친노무현(친노)' 계열의 인터넷 방송인 <라디오 21>의 양경숙 편성제작총괄본부장이 지난 4·11 총선 때 민주당의 공천을 희망하는 인사들로부터 약 40여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금액만 놓고 따진다면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태의 열배가 넘는다.


양 본부장은 총선 전후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3000통이 넘는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은 수상한 정황까지 밝혀졌다. 민주당은 돈을 낸 사람 모두가 비례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수천만원이 친노 진영의 일부 인사에게 송금되었다는 의혹도 있다. 일단 검찰의 칼끝은 박 원내대표는 물론 당내 친노 인사들까지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4·11 총선 이후 민주당내 최대 계파는 '친노'다. 이번 사건에 친노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 역시 대표적 친노인 문재인 후보다.

경선 파행에 공천헌금까지 덮쳐 점입가경
'대권 코앞' 민주 잇단 악재에 신난 새누리

정치권에선 연이어 터진 민주당의 대형악재를 놓고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누워서 대권을 떠먹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경선 흥행참패와 공천헌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하고 있던 박 후보로서는 민주당의 이번 '자살골'이 무척이나 고마울 수밖에 없다.

또 위와 같은 문제로 박 후보를 향해 연일 총공세를 펼쳤던 민주당이었던 만큼 더 큰 역풍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민주당의 '악재'이자 박 후보의 '호재'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파기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박 후보로서는 대선정국을 앞두고 통진당이 혁신에 성공해 야권연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해왔었다. 불과 일주일 사이 박 후보의 고민거리들이 모두 해결된 것이다. 이로써 선거판세는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갈등과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3' 상향 등의 정부 호재는 보너스다.

신난 박근혜
정부 호재까지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이처럼 대선정국의 기선을 잡게 된 이유는 유독 민주당의 돌발악재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민주당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남으로써 박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갈등해결 능력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경선과정에서 새누리와 민주 양당 모두 갈등을 겪었지만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경선룰에 불만이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은 경선불참을 선택했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경선에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훼방을 놓지는 않았다.

반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경선 중간에 불참을 선언했다. 모바일투표방식은 민주당 후보들이 경선 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후보 본인들이 사전에 합의한 만큼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대선주자 본인들이 져야하는 게 맞다. 그러나 민주당 비문 3인방은 당 지도부와 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렸다.

정해진 규칙과 룰에 의해 결론이 났을 때 그 결론에 불만이 있더라도 조직원 모두가 따라가는 것, 그것이 바로 질서다. 질서가 없는 정당에서는 조직력을 기대할 수 없고 조직력이 없는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번 대선경선 파행은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박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불통' '독선' 등의 비판을 받았다면 문 후보는 '지도력의 부재'를 드러냈다"며 "이번 민주당경선사태를 계기로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가 보여준 '불통'이 오히려 뛰어난 리더십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불통'
문재인 '무능'

민주당의 두 번째 문제는 이슈 선점의 실패다.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정책은 없고 반대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책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슈선점에 실패한 후 민주당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누리당과의 무리한 정책 차별성을 꾀하다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에서 추진한 제주해군기지건설, 한미 FTA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서 말 바꾸기 논란까지 겪어야 했다.

이슈선점의 중요성은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야권은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선점하면서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구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특히 무상급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교육감 선거에서는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호남 전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정국에서 '경제 민주화' 이슈를 새누리당에 빼앗긴 것이 가장 뼈 아플 것"이라며 "하루 빨리 민주당이 새로운 이슈를 생산해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지 못한다면 대선승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민, "이대로라면 2007년 악몽 재현" 발만 동동
새, '손 안대고 코 푼다'…정부 호재 '보너스'

세 번째 문제는 민주당의 쇄신 노력 부족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당의 위기를 '깜짝 쇄신카드'를 통해 비교적 잘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으로 불거진 차떼기당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당사를 헌납하고 천막 당사로 이주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4·11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서있던 당을 15년 만의 '당명 개정'이라는 파격적인 쇄신카드로 구해내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이후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전태일 재단 방문, 안대희 전 대법관 기용 등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진정성 논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컨벤션 효과만큼은 분명히 누렸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그동안 마땅한 쇄신카드를 선보이지 못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민주당의 불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며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당 지도부만 느긋한 것 같다. 지난 4·11 총선에서 패배한 후 확실한 쇄신카드가 있어야 했지만 대응이 늦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 패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명실상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된다.


불임정당 오명
쇄신카드 꺼내라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일각에선 박 후보의 경선승리를 놓고 '상처뿐인 승리'라고 깎아 내렸는데 박 후보는 상처는 입었어도 경선에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선은 다 같이 죽자는 식인 것 같아 걱정 된다"며 "심지어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껴안기에 나섰는데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김두관 경선 후보가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만으로 '친노 세력'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런 식으로 경선에서 승리한들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현 상황을 즉시하고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불임정당의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는 18대 대선에서 박 후보에게 대권을 직접 갖다 바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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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