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선거판 바꿀 정의당 성추행 파문 막전막후

하늘이 돕는 민주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정의당은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재보궐선거 ‘완주’ 의사를 밝혀왔던 정의당은 현재 ‘무공천’을 고심 중이다. 여권 내에서는 정의당 표를 대거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재보궐선거의 책임이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 정의당이 최근 성추행 논란으로 대형 악재에 휘말린 모양새인 가운데 강은미 원내대표와 심상전 전 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있다. ⓒ고성준 기자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의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정의당은 사건 발생 이후 재보궐선거운동을 중지하고,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를 설치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시장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패닉…
분당 조짐

사건은 지난달 15일 저녁, 김 대표가 정의당 장혜영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졌던 게 발단이었다.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자리가 끝난 후 차량을 기다리던 중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

장 의원은 깊은 고심을 거쳐 사건 발생 3일 뒤 해당 사건을 당에 알렸다. 정의당은 여러 차례 김 대표와 장 의원의 면담을 거쳐 조사를 진행했고,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해자인 김 대표도 모든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김 대표는 “차량 대기 중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했다”며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종철발 대형 악재…공중분해로?
비판 쏟아내는 정치권 ‘내로남불’

정의당은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김 대표에 대한 형사상 고소는 피해자인 장 의원의 의견에 따라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정의당 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직위해제된 당 대표의 공석을 채우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당 지도부는 총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늦어도 3월 초까지는 새 당 대표를 선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고개 숙이는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박성원 기자

정의당은 서울과 부산에 각각 단일후보를 내고 후보 공천을 확정한 상태였다. 서울시장엔 권수정 서울시의원, 부산시장엔 김영진 부산시당위원장이 나섰다. 정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여권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독자후보를 낼 것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고, 여권 내 차별화된 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상승세 민
호재로 작용?

하지만 최근 정의당은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무공천’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무공천으로 성비위 사건을 둘러싼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 제기되면서다. 지금까지 재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향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온 만큼, 정의당 역시 후보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복주 부대표는 CBS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젠더폭력이라는 상황 때문에 (단체장이)궐위된 두 지역의 선거고, 저희 당이 그 선거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며 “공천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이 ‘발전적 해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공당의 당 대표가 성비위로 사퇴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정의당은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창당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이는 지지율에도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5~27일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1월 4주차 주중 잠정집계 결과에서 정의당은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태로 지지율이 4%대로 내려앉았다. 당이 김 전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공개한 같은 달 26일엔 3.4%까지 폭락했다.
 

▲ 김종철 정의당 대표 ⓒ박성원 기자

반면 민주당은 서울에서 6주 만에 국민의힘 지지율을 앞섰다. 민주당은 지난주에 비해 5.8%포인트 오른 32.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6.6% 떨어진 28.5%였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으로 우상호 의원과의 2파전이 확정돼 주목도가 상승한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계산 분주

다만 정의당이 이번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 점에서 거대 양당과는 차별화의 모습을 보였다는 호평도 나온다. 민주당은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내부 비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여성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민주당 인사들이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로 2차 가해를 행한 점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의당을 향한 여권의 맹비난은 국민들이 더욱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범여권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인권과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 왔던 정의당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을 향해서는 “사과와 태도에 관한 한 정의당의 10분의 1이라도 따라가기 바란다. 자기편 감싸기, 남의 눈 티끌 찾아내기 경쟁을 멈추고 이번 사건을 정치권 대각성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이는 범여권 성추문을 국민의힘의 호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은 “민주당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고, 정의당마저 정의와 멀어지는 모습에 국민의 마음은 더욱 쓰라릴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없는 정의당 무공천?
갈 곳 잃은 표심 민 선점?

그러면서도 정의당을 향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점에서다. 잊힐만 하면 터지는 정치권 내 성추문으로 ‘여권 심판론’이 부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 성추문이 터지면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등 여권 인사 등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소속 인사들의 성추문으로 국민의힘은 과거 ‘성누리당’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병욱 의원이 스캔들에 휩싸여 탈당했다. 또 당 지도부는 성 범죄에 연루된 정진경 변호사를 추천한 점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의당 사건은 선거판에서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까. 현재로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 내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성추문 이슈가 커질수록 여성인 박 장관의 강점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정의당의 무공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래 정의당은 재보궐선거에서 5% 정도 득표율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정의당이 무공천을 선택하면, 이 표의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갈 수 있다.

정의당 표
어디로 가나

현재 보수진영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줄다리기로 묘한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3월에 예정된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 실패할 시 야권 필패는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당이 무공천으로 결론낼 시, 민주당은 사실상 범여권 단일화에 성공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아직 단일화에 지지부진한 야권을 상대로 여권은 더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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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