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4>8·8 세법개정안 총정리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8.20 14: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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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의 단비” vs “맥 잘못 짚었다”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정부가 지난 8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중 부동산 부문은 지난 ‘5·10 대책’에서 대부분 나온 내용이다. 개정안과 대책을 비교해 정리해봤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기본세율 과세
‘주택거래 정상화’주택 단기양도 중과세 완화

‘5·10 대책’의 주요 내용은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와 주택 단기양도 중과세 완화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반대 견해를 밝혔고, 새누리당도 ‘부자 감세’지적을 우려해 현행 제도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부안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시장 과열 막고
거래 활성 조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이 안정된 것으로 보고 양도세 중과제도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제도가 폐지되면 1주택 1조합원입주권, 1주택 2조합원입주권, 2주택 1조합원입주권 이상 소유자에게도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주택 단기양도 세율 인하도 함께 추진된다. 현재 1년 내 양도 시 50%, 2년 내 양도에 대해 40%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을 1년 내 양도 40%, 2년 내 양도는 기본세율(6∼38%)을 적용한다. 특히 2013∼2014년 취득분은 1년 내에 양도해도 한시적으로 기본세율로 과세한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이던 투기지역 내 부동산 양도 시 10%포인트 추가과세는 삭제하고 제도를 항구화한다. 기획재정부는 중과제도를 정상 과세로 전환하는 한편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투기지역 지정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폐지가 필요하다”며 “3주택 이상자는 최고 세율이 지방세를 포함하면 66%에 이르러 주택거래를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이 주택과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할 때 법인세를 30%포인트 추가하는 제도 역시 없앤다. 다만 정부는 투기지역 내 추가과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현행 법령은 투기지역 내 1가구 3주택 이상과 비사업용 토지에는 세율이 10%포인트 추가된다. 이 제도는 올해 말까지만 적용될 예정이나 개정안은 적용 기한을 삭제했다. 지난 5월 ‘강남 3구’가 해제되면서 현재 지정된 투기지역은 없다.

내년 1월부터 2014년 말까지 취득한 주택은 1년 안에 팔아도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특례를 주기로 했다. 원조합원입주권과 승계조합원입주권의 단기양도에 기본세율을 적용하되 분양권의 단기양도에는 현행 세율(1년 내 50%, 2년 내 40%)을 적용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투기성 단기 주택양도에 대한 세 부담까지 완화해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해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현재 3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에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대상에 조합원입주권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보유 기간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는 주택과 같게 적용하기 위해서다. 주택보유 기간분이란 도시·주거환경정비법상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행에 따른 권리변환 과정에서 조합원 입주권으로 전환되기 전 ‘종전 주택’인 기간에 발생한 양도차익을 말한다.

혼인에 따른 1가구 1주택 비과세 특례를 개선해 혼인 당시 보유한 조합원입주권에 의해 취득한 주택도 추가하기로 했다. 단 주택 완공 후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고 혼인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이 제도는 부부 중 한 사람이 결혼 전 1가구 1주택에 해당했으나 결혼으로 1가구 2주택 이상이 되면 일정 기간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에는 비과세를 적용한다.

전반적 평가 싸늘
국회통과도 불투명


정부는 임대주택 투자 활성화를 위한 리츠·펀드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기존 임대주택 리츠·펀드에 대해 액면가 1억원 이하 배당소득은 5%, 1억원 초과는 14% 과세하던 것을 2013년 이후 소득분부터 3억원 이하 5%, 3억원 초과 14%로 액면가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 일몰기한은 기존과 동일한 2014년 12월31일로 유지한다.

정부의 부동산 세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양도세 중과 대못을 뽑겠다고 나섰지만 취득세 감면 등 시장이 기대하는 조치가 없다”며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는 힘에 부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전문가도 “현재 경기침체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다”며 “경기회복을 대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는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 폐지 의사를 밝힌 만큼 기대감이 선반영됐고, 지금도 중과 조치가 유예된 상태라 실질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다만 그동안 투기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풀렸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도 추진 중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가뭄의 단비’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시장에 일부 심리적인 호재는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양도세 절감 효과는 집값 상승이 전제돼야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제는 부동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양도세와 함께 취득세 감면이 맞물려야 제대로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세법개정안은 8∼9월 입법예고를 거쳐 9월 말 정기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주택매도자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자칫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도세는 매각 차익일부를 환수하는 것으로, 주택매도자의 세금만 줄어들어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 위주 정책
집값 하락 가능성”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주택 단기양도에 대한 세율 인하안에 대해 “집값 하락기에는 ‘진입문턱’을 낮춰주는 취·등록세 감면이 효과적인데, 양도세를 완화하면서 ‘퇴로전략’으로 거래량을 늘리려는 것은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분양권전매에 대해서도 단기양도를 허용한다면 모를까 집값 하락 시기에 양도세를 줄여 거래량을 늘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번 개정안이 효과를 낼 수는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도자 위주의 정책은 오히려 매물 공급을 급격히 늘릴 수 있어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1∼2년 단기투기기간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60% 중과제도 폐지에 대해선 ‘깜짝 카드’라며 주목하고 있다. 비사업용 토지란 토지의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해 거주 또는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토지로, 나대지와 부재지주 농지 등을 말한다.

한 세무전문가는 “참여정부 때 주택버블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양도세 중과를 신설했지만 주택값은 오히려 더 급등했다”며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부분은 예상치 못했지만, 그만큼 시장이 심각하다는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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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