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가장 극적인 알바트로스

역사에 회자되는 거대한 발자취

알바트로스를 공식적으로 기록한 골퍼는 20명도 채 안 된다. 그중 가장 극적이면서도 역사에 회자되는 알바트로스는 1935년 진 사라센이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알바트로스였을까?

1935년 4월8일 조지아주의 어거스타에서 ‘어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의 마지막 4 라운드가 열렸다. 2회째였던 이 대회는 그때까지 마스터스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채 초청대회로 치러지고 있었다. 

모두 놀랐다

앞 조에서 치고 있는 크레이그 우드가 209타로 선두였고, 212타로 4위에 올라있던 진 사라센이 맨 마지막 조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두 크레이그는 마지막 날에도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진 사라센으로부터 3타 차로 계속 도망가고 있었다. 

전반 나인에서 1오버파를 친 진 사라센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14홀 티박스에 올랐을 때는 건너편 18번 홀에서 관중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마저 들렸다. 크레이그가 버디를 기록하며 2타 차로 따라붙은 진 사라센을 다시 3타 차로 벌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진 사라센이 이기기 위해서는 남은 5홀 중 4홀에서 줄버디를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조에서 동행하던 월터 하겐마저 진 사라센에게 위로의 말까지 건네는 상황이었다.


15홀은 마지막 남은 파5홀이었다. 야유 섞인 월터의 충고에 고개만 끄덕이며 응수한 진은 앞의 전경을 휙 쳐다보고는 오히려 경쾌하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볼은 265야드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230야드. 

얄미웠던 하겐과 멀찌감치 거리를 둔 채 무표정으로 볼을 향해 걸어가던 진은 이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우드로 공략한다면 이글도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였다. 

진 사라센은 이 날 한 번도 사용치 않았던 4번 스푼을 꺼냈다. 아주 짧은 찰나에 잠깐 눈을 지긋이 감았던 그는 볼 앞에 서서 주저 없이 스윙했다. 그는 이제까지는 없었던 아주 부드러운 스윙, 그러면서도 무아지경에 이르는 회심의 스윙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볼은 거침없이 호수를 가로질러 그린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공식 달성자 20명도 안 돼
경기 뒤집은 뜻밖의 광경

클럽하우스에서 먼발치로 경기를 지켜보던 이 대회의 주최인 보비 존스가 종종걸음으로 15 홀로 향한 시각은 진 사라센이 세컨샷을 위해 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어드레스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보비 존스는 진 사라센이 큰 것을 노리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었다. 15홀에는 훗날 골프 영웅이 될 나이 어린 바이런 넬슨도 나와 있었다. 진정한 프로이면서 한 조로 경기를 하고 있는 월터 하겐과 이미 은퇴해 대회를 준비한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 그리고 몇 년 후 다가올 세대의 바이런 넬슨과 이날의 주인공 사라센 등 당대 최고의 골퍼 4명이 15번 홀에 함께 자리한 것이었다.

골프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일으킬 볼은 화살처럼 물을 가로 지른 다음 그린에 떨어졌다. 갤러리들은 어느 정도 홀 컵에 가까워져서 이글을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그린에서 두 번을 튄 볼은 주저 없이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순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으며 15번 홀은 고요 그 자체였다. 남은 4홀 중 3홀에서 버디를 해야 동점을 이루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샷으로 3타를 따라잡아 동타가 돼버린 것이었다. 

파5에서 세컨 샷으로 홀인을 한 더블 이글, 이른바 알바트로스였다. 홀 컵에 볼이 들어간 지 몇 초가 지나서야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보비 존스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날 36홀 플레이오프가 치러졌고 상승세를 탄 진 사라센은 5타차, 144타로 승리를 하면서 역사상 가장 극적인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이 기록은 몇 년 뒤 조지아주 어거스타내셔널에서 치러지는 대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알바트로스가 이뤄지던 15홀에서 진 사라센과 당대의 풍운아인 괴짜 프로 월터 하겐이 같은 조로 경기를 하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인용한 당시 언론에 의하면 드라이버를 페어웨이에 올려놓은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서 월터 하겐은 진 사라센에게 “이제 그만 선두를 포기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위로 겸 충고의 말을 건넸다.

말은 위로라지만, 반항적인 기질에 직언을 잘하는 월터 하겐의 성격으로 봐선 4홀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선두와 벌어진 ‘3타를 따라 붙이기엔 너무 벅차니까 그냥 경기나 즐기라’는 야유 섞인 말투로 들리기에 충분하다고 진은 생각했다. 

거침없이 호수 가로지른 볼
마스터스 명성의 일등공신

하지만 냉정을 가다듬으며 진 사라센은 월터 하겐의 야유를 받아쳤다. “글쎄, 볼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고 골프는 18홀이 끝나야 비로소 아는 법”이라며 월터 하겐을 향해 쏘아붙인 것이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 사라센은 4번 우드를 당당히 꺼내들었다. 월터 하겐의 빈정거리는 말투가 승부수를 띄우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월터 하겐의 야유에 보답이라도 하듯 기적 같은 알바트로스는 이뤄졌고, 무려 3타를 앞서 가던 선두 크레이그 우드의 발목을 잡으며 동타를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옆에서 진 사라센의 세컨 스윙을 지켜보던 월터 하겐은 멋쩍어 하면서 딴전만 피우고 있었지만 막상 알바트로스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극적인 한방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진이 결국 우승을 하자, 어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이 초청대회는 순식간에 언론과 골프팬들에 의해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유명세를 타 버렸다.

승부수 한방

보비 존스의 바람대로 이 초청대회는 1939년부터 비로소 마스터스라고 명명되었고 당당히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이 마스터스대회는 모든 프로선수들이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만든 골프장에서 치러지는 대회가 세계 제일의 대회로 만들어지기를 갈망한 보비 존스는 마스터스를 오늘날의 대회로 만든 일등 공신인 진 사라센에게 하늘에서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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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