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억지 주장’에 뿔난 SK이노베이션 막전막후

‘더 흐리게’ 물타기 작업 노림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배터리 특허 소송’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공방이 멈추지 않고 있다. ‘반박문’에 ‘재 반박문’이 오가며 신경전은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갈등의 발단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배터리 기술(특허번호 994) 특허 관련 소송전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선행기술을 탈취한 뒤 특허로 등록하고는 오히려 자신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LG화학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LG화학 폴란드 배터리공장 ⓒLG화학제공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논란이 되는 ‘994 특허’에 대한 LG화학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4일부터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금요일인 4일부터 일요일인 6일까지 각각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상대방을 비판했다.

공개적으로
날선 신경전

LG화학은 지난 4일 오후 “SK이노베이션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며 입장 자료를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994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에 이미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선행 기술”이라며 “2013년부터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판매된 LG화학 A7 배터리가 해당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남의 기술을 가져가서는 특허로 등록하고 역으로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했다”며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우리가 지적하자 ‘협상 우위를 위한 압박용 카드’ ‘여론 오도’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 특허가 자사의 선행 기술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994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억지 주장”이라며 즉각 반박문을 내놨다. LG화학의 입장문이 발표된 지 약 4시간30분 만에 “994특허는 자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ITC 최종판결 한달 앞두고 감정싸움 격화
LG화학 선제공격 “해당 특허 먼저 보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다면 출원 당시 이의제기를 했을 것”이라며 “특허 출원 시 LG화학의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등록도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특허개발을 주시하며 특허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특허 출원 당시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SK 빌딩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또 “우리 독자 특허를 마치 원래부터 잘 알고 있던 자신들의 기술인 것처럼 과장, 왜곡하는 LG화학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증거인멸도 없다. 어떤 자료도 삭제할 이유도 없고 삭제하지도 않았으므로 ITC서 소명될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나온 지 이틀 만인 이날 재 반박문을 내놨다. ‘SK 입장에 대한 당부사항’이란 제목의 입장 자료를 통해 “제발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달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특허 소송에 대한 주장도 장외 여론전이 아닌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양사가 충실하게 소명해 나갔으면 한다”며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이노베이션서 발견된 LG화학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서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반박 재반박
갈등 최고조

사전에 해당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LG화학은 “당시 내부기준으로는 특허로 등록해서 보호받을 만한 고도의 기술적 특징이 없고 고객 제품에 탑재돼 자연스럽게 공개되면 특허 분쟁 리스크도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특허로 등록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원 당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당사는 경쟁사의 수준과 출원 특허의 질 등을 고려해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절차가 한참 진행된 이후에야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제기된 직후 자사 선행기술임을 파악해 대응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이노베이션에서 발견된 LG화학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서 명확히 밝혀라”고 덧붙였다.
 

▲ ▲LG화학 본사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반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 6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SK 입장에 대한 당부 사항’이란 제목의 입장문에 대해 “아니면 말고 식 소송을 억지·왜곡 주장으로 덮으려 한다”며 “LG화학은 소송을 먼저 시작한 당사자로서 사실을 근거로 정해진 소송절차에 정정당당하게 임해 주길 바라며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 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2015년에 지금 논란이 되는 994 특허를 출원했다”며 “LG화학이 (994특허의) 선행기술이라 주장하는 A7이라는 제품은 2013년에 출시했는데, 이미 출시된 경쟁사 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LG의 표현에 따르면 ‘훔쳐서’ 무효가 될 특허를 출원할 바보는 없다”고 주장했다.

무산된 합의
싸움 장기화

이어 “이는 특허를 다뤄본 사람에게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고 LG화학도 이를 모를 리 없다”며 “LG화학은 특허 자체에 대한 합리적 논쟁보다 오로지 SK이노베이션을 비방하는 데 몰두하다가 급기야 상식 밖 주장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논란의 핵심인 특허 994와 관련해 “특허 994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LG화학이 그들이 가진 기술을 특허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바로 A7이라는 제품을 내놓고 특허 무효를 주장했을 것”이라며 “LG화학은 소송을 제기한 2개월이 지난 후 제출한 첫번째 서면서 100여개의 특허를 나열하며 선행기술이라 주장했지만 거기에는 A7이라는 제품은 들어 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LG화학이 증거로 인용한 문서들에 대해서는 문서 제목만 제시해 뭔가 있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특허 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지적한 문서 중 ‘Creative Idea’를 논했다고 주장하는 파일이라는 문서는 A7 제품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없다”며 “2015년 ‘2nd Regular Meeting Material(2차 정담회)’ 또 사내 팀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미팅 자료로서 특허 기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보도 담겨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994 특허 발명자가 LG화학서 이직한 사람은 맞지만, LG화학이 관련 제품을 출시한 2013년보다 5년 전인 2008년 이직했다”며 “이직했다는 사실과 특허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음은 시간 순서만으로도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SK이노 즉각 반박 “억지 주장 멈춰야 한다”
합의는 난항…제2의 삼성 vs 애플 사건 되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미국 ITC의 예비 판정에 대해 “ITC가 위원 만장일치로 전면재검토(Review in its entirety)를 결정하면서 지워진 문서 중 어떤 문서가 영업비밀이나 LG화학의 손해와 관련된 문서라는 것인지 설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ITC는 분쟁과 관련한 증거가 실제 삭제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994 특허소송서 ITC의 명령으로 SK이노베이션 내에서 LG화학 측 전문가가 2개월간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994 특허에 LG화학의 정보를 참조했거나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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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 행위라기보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LG화학에는 더이상 억지 증거인멸 주장을 유포하지 말고, 소송 절차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가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에선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고, 내달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예비 판정이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두 회사가 합의점을 찾지못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7년간 벌인 특허전처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장차 크다
절충점 없나? 

양사는 합리적인 합의를 바란다고 하지만 입장 차는 커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LG화학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서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끝내 멈추지 않는다면 소송 상대방인 SK이노베이션은 어쩔 수 없이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며 “대화를 통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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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