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투’로 총공세 나선 통합당

‘장례는 끝났다’ 여 잡고 ‘청’까지 조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정치권 전반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Me Too)정국’으로 전환됐다.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와 상임위 차원의 공격은 물론, 당의 TF(태스크포스)를 검토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김재련 변호사 ⓒ문병희 기자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파상공세에 나섰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이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된 루트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진상규명 총력
“끝까지 간다”

통합당은 검찰이 나서서 사건수사를 지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서울시장 비서실 차원의 성추행 방조 및 무마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비서실 내에서나 유관 부서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지난 4년간 서울시장 비서실을 거쳐간 이들, (서울시) 젠더특보 이런 분들 역시 직무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 과정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건은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수사가 종결될 예정이다. 이에 대응해 통합당 양금희 의원을 포함한 여성가족위 소속 의원들은 ‘박원순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이번 사건처럼 성범죄 관련 피고소인이 사망하더라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 의원은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절대 그래서도 안 된다”며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는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여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 그리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이전 고소된 피고소인 또는 피의자 사망의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부칙을 둬, 박 전 시장 사건에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칭하는 단어를 두고도 설전을 이어나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5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에게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멈추고, 당사자의 고통을 정쟁 여론몰이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의혹투성인데…‘공소권 없음’ 수사 종결
상임위 차원 청문 추진…국조·특검 거론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켜온 민주당이 ‘피해자’라는 명칭이 아닌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호소 주장이 있다면 피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관례와도 사뭇 결이 다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피해자의 입장을 일방적인 주장으로 매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과정서 피해자라 칭하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고 해서 또 다시 2차 가해적인 행동이 나온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이는 여가부가 ‘고소인을 법상 피해자로 본다’는 의견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허윤정 대변인은 지난 17일 ‘피해자로 호칭을 정했느냐’는 기자의 문에 “오늘 최고위원회의서 그렇게 논의됐다”고 답했다.
 

▲ 기자회견 갖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들이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불거지면서, 야권의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실종신고 접수 소식이 전해졌던 9일 저녁 소속 의원들 모두에게 문자메시지로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다. 언행에 유념해주시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말조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통합당 의원들의 도 넘은 언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에 불을 붙인 첫 인물은 통합당 배현진 의원이다. 배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이 찾던 박주신씨가 귀국했다.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 내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배 의원이 제기한 ‘2심’은 박씨를 당사자로 하는 2심 재판이 아닌,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재판이다. 박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는 이미 지난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례적 민주당
미온적 여가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배 의원을 겨냥해 “주신씨 병역 비리 의혹은 이미 깨끗이 끝난 사안”이라며 “도대체 머리에 우동을 넣고 다니나. 야당이라고 하나 있는 게 똥볼이나 차고 앉았으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서도 상중인 유족을 건드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통합당 박성중 의원이 키운 음모론은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박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청하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주검 발견과 관련해 10일 새벽 12시1분에 발견됐다고 언론이 썼는데, 그 앞에 9일 저녁 6시48분에 (발견지인) 숙정문이 아닌 와룡공원 근처서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저녁 8시31분에 서울대병원에 벌써 안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여당과 서울시, 경찰이 합동해서 움직인 냄새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시장의 실종으로 경찰의 수색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 정가서 출처 없이 돌았던 ‘지라시’였다.

논란에 정점을 찍은 인물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 이 사건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채홍사란  조선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구하기 위해 지방에 파견한 관리를 뜻한다.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시장 비서직에 스스로 지원한 바 없다는 점이 밝혀지자, 서울시 비서실이 채홍사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인  셈이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채홍사를 운운하는 것은 홍 의원 본인이 말한 고인에 대한 추모도,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저질 음모론’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서울시

통합당은 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미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발을 뗐다.

이 대표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 입장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는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식적
음모론까지


하지만 성추행 피해 직원의 여러 차례 도움 요청에도 서울시가 묵살 및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일각에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가 가능한 검찰이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진정이 접수돼 정식 조사에 들어갔다. 수사기관과 달리 인권위는 피진정인(박 전 시장)이 사망한 경우에도 진정을 각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위 조사는 강제성이 없어, 조사 결과가 나와도 ‘권고’ 수준의 대응만 가능하다.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시의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다. 서울시 수장이 성추행으로 자살을 했고, 시장 중심의 정무라인과 비서실이 은폐·방조했다는 제보가 있는 상황서 서울시가 조사하는 건 적절치 않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신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여성청소년과장, 서울시청 파견 정보과 협력관, 서울시 측 정무부시장과 여성권익담당관, 인권담당관, 비서실장, 젠더특보 등 11인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청와대와 서울시 측에 수사 사실을 알렸는지, 서울시 내부서 어떤 경로로 이에 대한 대책회의를 갖게 된 것인지 등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추가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추가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미 경찰청장 청문회 증인·참고인 신청이 이뤄진 만큼 추가 채택이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이명수 의원은 “민주당의 거부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후 행안위 업무보고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으로 번져 ‘어디까지?’
‘파상공세’ 지나치단 지적도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도 예정돼있다.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여가위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을 청문회에 소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서 여가위 개의 요구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서 “당 차원서 청문회를 요청했고,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며 “국정조사도 가능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로도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가칭)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 사건 당시 만들어졌던 ‘민주당 성범죄 진상조사단’이 활동 중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이 지대한 만큼, TF를 따로 꾸려 집중적으로 이 사건만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으로 결국 청와대와 정부를 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을 중심으로 꾸려진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여성가족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여가부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가부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TF팀 구성
유력 검토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속 지자체장들의 잇따른 추문에도 민주당의 태도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여성가족부는 침묵에 침묵을 거듭하고 있다.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당신의 딸, 누이라면 그렇게 방관할 수 있겠나. 통합당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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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