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3>‘LTV 공포’대책은?

주택담보대출 비상…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경보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주택담보대출이 위험 수위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가계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뒷짐만 지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 저당 잡힌 서민 늘어
시중은행들 여전히 미련…부실 확대 재생산

빚을 과도하게 진 채 집을 보유 중인 하우스푸어의 부실이 사회문제화 되고 집값마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을 저당 잡혀 생활자금 융통에 나선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 5%까지 치솟아
일부 은행 10%에 육박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볼륨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50∼60%를 차지하는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5%까지 치솟고 일부 은행은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책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는 실상 부실을 연장하거나 또 다른 악성부채를 만드는 것이나 진배없다. 비약일 수 있지만 은행과 금융당국이 나서서 부실을 방조·확대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중 기업 및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한국은행 통계 자료에 반가워했다. 급작스런 대출 볼륨 감소는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자금 융통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계대출 부실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들의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연초 대비 최대 1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수도권에 미분양 단지가 넘쳐나고 올해 상반기 주택 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보다 3만여 건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인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인식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융통하려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9년과 올해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각각 73조3586억원과 76조5719억원으로 3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올해 7월 말 기준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은 44조1240억원으로 2009년(46조407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환매조건부 임대 등 집값하락 대비책 절실”

반면 주택구입(거주목적+거주 이외 부동산 구입) 이외의 대출, 예컨대 사업자금 마련이나 생활비 목적 등의 대출은 2009년 27조3179억원에서 32조4479억원으로 늘어 전체 비중 역시 37.2%에서 42.3%로 증가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까다로운 기업대출 대신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수익률 악화에 따른 위기감에 줄줄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이 증가세에 불을 댕기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수년간 주력 자산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 비중이 둔화되며 7월부터 수도권보다 부동산 경기가 양호한 지방 등에서 되레 영업확대 전략에 돌입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10년 넘게 주택담보대출로 자산 확대에 골몰했던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규 먹거리 확보가 딱히 없다”며 “올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쉽사리 줄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가계부채 및 자금시장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만을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로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 당장의 빚을 갚아 현재의 상환부담을 미래로 떠넘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집값 하락에 따른 LTV 상승으로 부채상환 압박이 거세지자 LTV 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값 하락으로 LTV 한도를 초과한 ‘위험대출’은 3월 말 현재 잔액 기준으로 44조원에 달한다. 또 올 들어 5월까지 담보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원금을 일부 상환한 대출규모는 1만5000건, 300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고위임원은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경기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미래로 이월한 가계부채는 오히려 더 큰 폭발력을 지닌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가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만 12만 가구 넘게 쏟아질 전망이다. ‘깡통 아파트’우려에 입주자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지만, ‘기획소송’에 휘말려 입주자 피해만 커진다는 논란도 있다.

“현재의 상환부담
 미래로 떠넘기기”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판교·동탄·김포·광교·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입주물량은 12만2860가구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주한 게 8만34가구, 올해부터 2015년까지 입주할 예정인 게 4만2826가구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형성된 시점이나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점보다 평균 10% 가량 하락했다.

2009년 입주가 본격화한 판교신도시 아파트 2만1410가구는 현재 3.3㎡당 2270만원이다. 2010년 9월보다 약 13% 내렸다.

동탄신도시(2만308가구)와 파주신도시(2만6238가구)의 매매가격도 고점 대비 약 6%와 5% 내렸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10∼20% 하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거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신도시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분양가를 기준으로 LTV가 책정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LTV 한도가 60%다. 집값이 내리면 LTV는 상승하고, 한도를 넘으면 만기 때 집을 팔아서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가계부채·자금시장 불안 가중
금융당국 주먹구구 땜질 처방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분당, 과천 등 1기 신도시의 LTV가 급등해 상환위험이 커진 것처럼 2기 신도시도 이런 추세로 가격이 내리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신도시는 분양가보다 하락할 가능성에 LTV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지만, 가격이 너무 내린 곳까지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세가 분양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깡통 아파트로 전락할 우려에 입주자들은 집단 민원과 소송을 내고 있다. 올 들어 손해배상소송이나 분양계약해제소송 등이 벌써 90여 건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소문해보니 소송을 준비 중인 단지도 100곳을 넘는다”고 전했다.

특히 입주한 아파트가 계약 내용과 다르다는 분양계약해제소송은 대출금을 갚지 않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함께 제기돼 대출자의 연체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몇 변호사와 브로커가 승소 확률이 높다며 입주자들을 모아 소송을 거는 기획소송 탓에 대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가, 오피스텔, 공장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규모나 연체율 등에서 위험성이 높아 자칫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대출자들이 자영업자들이어서 대출 규제를 할 경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자 19개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지역별, 담보 형태별로 LTV를 비롯한 부실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LTV 규제가 없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금감원은 상업용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신중히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실태조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하겠다는 의지지만 LTV 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재 상업용 대출의 LTV는 평균 60∼80%대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48.5%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상업용 대출이 또 다른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LTV 기준을 강화할 것이란 시각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자영업에 나선 사례가 급증해 최근 3년간 상업용 부동산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2%에 불과했던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율은 2010년 8.0%, 2011년 11.9%로 높아졌다.

5월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19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9%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5월 말 기준 1.44%로 지난해 말보다 0.4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상업용 대출 가운데 약 4분의 1(49조5000억원)을 차지하는 상가 대출의 경우, 상가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 상가’가 25.6%(1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대출 가운데 18.5%가 시가의 70%를 넘는 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하거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과 은행들은 최근 LTV 한도 초과 대출을 상환하는 대신 장기분할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집값 하락과 대출 상환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예방하는 취지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을 미루는 효과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가계 부도’뇌관
빨리 대책 내놔야

국내도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을 고려하면 집값 하락을 장기적인 추세로 받아들여 선진국처럼 임대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를 겪은 미국에선 ‘바이백 리스(Buyback Lease)’가 도입됐다.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의 소유권을 은행이 넘겨받고 통상 임대료보다 싼 값에 3년 단위로 빌려주면서 원래 집주인이 기회를 봐서 되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뉴욕,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해 2500건을 성사시켰다. 1990년대 주택시장의 ‘버블(거품) 붕괴’를 겪은 일본에서도 주택임대 전문회사가 등장해 매매보다 임대 시장이 활성화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현행 법령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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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