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산부인과 의사와 ‘우유주사’의 두 얼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12: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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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도구가 되고 시체 애호증에 시달리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명 ‘기억상실 우유’라 불리는 마취유도제 ‘프로포폴’. 이 약을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주기적으로 투여 받던 30대 여성이 갑자기 사망했다. 의사는 시신을 여성의 차에 싣고 한강변에 유기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우유주사’ 프로포폴. 희대의 사건에 등장하는 이 약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의사가 프로포폴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 캐면 캘수록 나오는 의혹들.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유기사건 수사가 거듭될수록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초기 단순의료과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용의자 김모(45·산부인과 전문의)씨가 숨진 이모(30·텐프로 유흥업소 종업원)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전모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놓은 그 주사는…

사건 당일 김씨가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밤 11시 병원으로 불러냈다는 점, 이씨의 몸에서 김씨의 정액이 발견된 점, 이씨 사망 후 시신유기 과정에서 김씨의 아내가 가담했다는 점,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과 마취제 프로포폴 투약 뿐 아니라 13가지 약물을 섞어 투여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날 이 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 병실 안. 산부인과 전문의 김씨는 링거에 담긴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5mg과 생리식염수를 이씨에게 투약했다.

이씨가 “평소 맞던 프로포폴과 다르다”고 하자 김씨는 “이것도 효과가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수면유도제가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자 이씨는 이내 잠들었다.


그리고 20여분 후 잠에서 깼다. 이씨가 깨어나자 김씨는 다시 포도당 영양제 1L가 담긴 링거에 수술용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비타민제 등 10여 종류의 약품을 섞은 뒤 투약했다.

약방울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이씨와 병실에서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이씨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두 번째 링거에는 사람의 호흡을 서서히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약물이 섞여 있었다.

이씨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새벽, 김씨는 부인을 대동하고 다시 병원을 찾아 병실에 숨져있는 이씨의 시신을 휠체어에 옮긴 뒤 한강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버리고 도주했다.

“우유주사 맞을래요?” 꾀어내 주사 놓고 성관계
의료상식에서 벗어난 마취제 13가지 짬뽕투약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전날인 7월 30일 밤(8~11시로 추정) 이씨에게 먼저 “우유주사 언제 맞을래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씨 또한 “오늘요 ㅋㅋ”라고 답장했다. 당시 김씨는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를 받은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것은 30일 밤 11시쯤. 김씨는 다음날 자정 이씨에게 우유주사를 투여했지만, 그것만 놓은 게 아니었다. 수술용 마취제의 일종인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및 비타민제 비콤, 진통제 케로민, 항생제 박타신 등 10종류의 약품을 섞어 투약했다.

이 가운데 3개는 마취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나로핀과 리도카인, 인공호흡기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전신마취제 베카론이다. 낯선 약들이 불안해서인지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베카론, 리도카인, 박타신의 용도를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수면유도제는 내가 잠을 못 잔다고 간호사에게 직접 받아왔고 마취제는 제왕절개 수술이 끝난 수술실에서 다른 의사와 간호사 몰래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씨의 집에 6차례 드나들며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세 차례 투여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1년 전 환자와 의사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이씨가 회복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고, 이후 3~4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 성관계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포장한
의도적 살해?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 많은 약들을 한꺼번에 섞어 이씨에게 투약한 것일까. 김씨는 이씨가 잠이 오지 않고 피곤하다고 해 많은 약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10년차 전문의가 투약 방법이 다른 마취제들을 섞어 쓸 경우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가 이씨에게 주기적으로 투약한 프로포폴은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취유도제다. 우윳빛을 띠고 있어 일명 우유주사라고도 불리는데 수면을 유도해 피로를 풀어주는 약물로 알려져 있어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서는 ‘힘주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작용 발생 시 해독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 약을 이른바 ‘죽음의 마취제’라고까지 부른다. 현행법상 향정신성의약품 품목에서 빠져 있어 관리 소홀로 인한 오·남용 소지도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강남의 D성형외과 이모 원장은 “프로포폴은 수면을 유도해 불면증을 없애고 피로를 해소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환각제 대용으로 일부 연예인들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 사이에서 많이 오남용 되기도 한다”면서도 “프로포폴뿐만 아니라 더 위험한 약물들을 두서없이 섞어서 투약했다는 것은 같은 의사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프로포폴 하나만 잘못 써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마취제를 섞었다니 의사가 제 정신이었냐는 것이다.

이쯤 되니 김씨의 ‘고의적 살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경찰 역시 혼합한 마취제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미필적 살인을 포함한 ‘고의 살인’으로 보고 엄중 추궁했으나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시체 성교 애호증?

사건 당시 김씨가 이씨에게 마취제를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김씨가 술에 취해 강한 성적 자극을 노리고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김씨의 과거 전력, 그리고 산모가 입원하는 병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정황 등을 볼 때 강한 성적 자극에 집착하는 성도착 증세도 보인다”며 “성적인 불만족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증상을 ‘성도착증’이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취상태에선 사람이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지기 때문에 ‘네크로필리아 증후군’(시체애호증·시신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에 가까운 변태성향도 추측할 수 있다”며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여성에게 투약한 것 역시 자신의 변태성욕을 채워주는 일종의 실험도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일종의 약물들을 ‘최음제’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는데 13가지 약물 가운데 ‘리도카인’이라는 것은 흥분을 누르는 약물인 반최음제로 알려져 있다.

즉 최음제와 반최음제의 조합, 혼돈상태로 섞이는 약물들이 이씨를 ‘실험도구’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몇 차례의 성관계를 나눈 여성을 상대로 자신이 일하는 병원으로 불러내 실험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의살인인가? 변태성욕자인가?’…커지는 의혹
“푸근하고 믿음 가는 의사” 실체에 산모들 충격

두 사람의 금전관계에 대한 의혹도 남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채무관계에 특별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가끔 연락을 할 때마다 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정황을 감안했을 때 김씨와 이씨가 서로 수면유도제와 성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정에 의한 살인이었을까? 시신유기를 도왔던 김씨의 아내는 “둘의 관계를 전혀 몰랐고 단순의료사고인줄만 알고 남편을 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두고 김씨와 아내가 다퉈 일어난 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13가지 약물을 투약한 것인지,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김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해당 산부인과에서 김씨에게 진료를 받던 산모들이다. 평상시 많은 산모로 붐비던 H산부인과는 고 최진실을 비롯해 김주하 앵커, 축구선수 이동국 등이 거쳐 갈 정도로 강남 일대에서 ‘책임분만제’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책임분만제란 담당의사가 당직이 아닌 날이라도 산모가 한밤중에 오면 달려와서 분만을 봐주는 시스템이다.

김씨 또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임산부 사이에서 ‘실력 있고 친절한 의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및 언론 보도 이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엔 H산부인과와 김씨의 얼굴·실명·프로필 등이 모두 공개됐다.

H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임신·육아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 H산부인과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다른 산모들의 조언을 구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H산부인과 시신유기한 그 의사한테 진료 받고 그 사람이 애 받아준 산모들 지금 너무 화날 것 같다. 아이의 첫 순간을 그렇게 더러운 손으로 받았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몸서리쳤다.

불륜남녀 침대에
누웠다니 ‘경악’

“가장 축복받아야할 순간이 그런 장소인건 싫다. 불륜남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병원의 침대에 눕고 싶지 않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재론되고 있지만 동시에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관련법 제·개정 문제, 마약류의 관리문제 등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았다.

이에 앞서 경찰이 단순 ‘사고사’로 정리한 여성의 죽음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져야 한다. 거짓말만 늘어놓는 의사의 자백에만 의존해 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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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br>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제보자 등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세부섬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